[송유미의 가족 INSIDE] 아이와의 스마트폰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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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11   |  발행일 2018-10-11 제31면   |  수정 2018-10-11
‘몇 시까지만 이용’ 시간 통제보다
‘잠잘 땐 거실에’ 등 공간 통제 효과
사용규칙 정하는 첫단추 잘 꿰야
[송유미의 가족 INSIDE] 아이와의 스마트폰 전쟁
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 소장 겸 대구사이버대 교수 songyoume@dcu.ac.kr

30대 후반의 A씨는 초등 1학년, 3학년 두 딸을 둔 직장맘이다. 지위향상의 욕구가 매우 강하다 보니 독박육아에 불만이 컸다. 며칠 전 스마트폰에 빠진 둘째 딸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그동안 몸도 마음도 지쳐 잠깐이라도 쉬고 싶을 때 아이가 칭얼대면 스마트폰의 ‘뽀로로’ 영상이나 유튜브 영상을 무한 반복으로 설정해 보여주었다고 했다. 최근에는 좀 심하다 싶기도 하고, 주변에서 듣는 얘기도 있고 해서 빼앗으려 하니 여간 힘든 게 아니란다. 엄마 편하자고 했던 것이 이젠 서로에게 독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다’고 했다. 스마트폰을 빼앗으려 하다 보면, 아이는 울고 엄마는 소리를 지르고. 이런 일상이 반복되니 지금은 ‘에라 모르겠다’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에 “너무 괴롭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막막한 그 마음 충분히 이해가 갔다.

아이들이 미디어나 IT 기기에 노출되는 것에 따른 문제는 이미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되었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가 2014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동과 청소년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초등학생 50%, 중고등학생 80%에 달한다. 올해 만 3~9세 유아동의 스마트폰 중독비율이 2015년 12.4%에서 2016년 17.9%, 2017년 19.1%로 늘어났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전문가들은 아동의 스마트폰 중독이 강렬하고 자극적인 것에만 반응하는 ‘팝콘브레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팝콘브레인은 뇌가 튀긴 팝콘처럼 곧바로 튀어 오르는 것에 반응할 뿐 느리게 변하는 현실에 무감각해지는 것을 일컫는다. 팝콘브레인은 좌뇌만 강하게 자극해 우뇌 기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초기에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나 틱장애, 발달장애 등으로 이어질 수 있고, 거북목, 안구건조증 등 VDT 증후군이 발생하기도 한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VDT 증후군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9세 이하의 아이들은 8만2천명에 달한다는 보고도 있다.

부모라는 자리는 거룩한 소명일진대 자신의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하려고 또 자신의 사회적인 지위향상과 자아실현을 위해 아이들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 양육은 잘해도 그만, 못 해도 그만인 자리가 아니다. 부모라는 이름으로 부여받은 책임이 있고 해야 할 내용이 있다. 훗날 자기 자신 또는 누군가가 부모의 자리와 책임 그리고 그 내용에 대해 묻는다면 어떻게 답할 것인가?

필자의 경험으로 말하자면, 양육의 수고 없이 다른 것으로 대신한 부모는 나중에 몇 배 이상의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사실이다. 특히 아이가 스마트폰 중독까지 이르렀다면 그 아이는 살아있는 것에 흥미를 못 느낄 것이며 이미 그 영혼은 시들해져가고 있는 것이다. 영혼이 시들해진 아이는 자기를 지탱할 수 있는 힘이 약하다. 외부 자극에 쉽게 흔들릴 수 있어서 자기 자신이나 외부에서 기대하는 모습으로 살아가기가 어렵다.

A씨처럼 안 된다고 일방적으로 빼앗거나 멀리하라고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아이와의 스마트폰 전쟁에서 승기를 잡으려면, 먼저 아이의 세상을 인정해 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가 즐기는 게임이나 유튜브의 내용은 아이의 관심사일 수 있으며, 친구와 물리적으로 함께할 공간일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 스마트폰을 아이에게 사줘야 하는 상황이라면 아이를 한 사람으로 인정하고 사용규칙을 정해 첫 단추를 잘 꿰는 것이 필요하다. ‘몇 시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는 시간통제보다는 아이와 스마트폰을 일정 상황에서 떨어뜨려 놓는 물리적(공간) 통제가 더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잠잘 때는 거실 등 가족공용장소에 충전해 놓고 방에 들어가게 하거나, 식사시간에는 가족 모두의 것을 식탁 위에 모아 놓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무작정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해결하겠다는 의지도 보여주어야 한다.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 소장 겸 대구사이버대 교수 songyoume@d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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