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칼럼] ‘가짜 뉴스’의 위험성이 커지는 배경

  • 뉴미디어부
  • |
  • 입력 2018-10-16   |  발행일 2018-10-16 제30면   |  수정 2018-10-16
‘미미쿠키’사건 본질보다는
고소하다, 당해도 싸다는 식
피해자들에게 조롱 쏟아져
확증편향이 가짜뉴스 유발
제재할 법과 문화 만들어야
20181016
강선우 대통령직속자문기구 국가교육회의 전문위원

충북의 작은 마을에 유기농 수제품 쿠키 전문점을 표방하는 가게 하나가 문을 열었다. 도심 속에 소위 ‘힙하다’는 상권에 세련된 인테리어를 한 가게도 아니었다. 무슨 뜻인지 알 순 없지만 발음이 뭔가 있어 보이는(?) 프랑스어 가게 이름도 아니었다. 뱃속에 있는 아이의 태명인 ‘미미’를 차용해 가게 이름을 ‘미미쿠키’로 결정했단다. 친자식에게 먹이는 마음으로, 방부제와 첨가물을 넣지 않고 안전한 먹거리를 만들겠다는 약속이 가게 이름에까지 투영된 ‘미미쿠키’에 고객들은 전적으로 신뢰감을 전했다. SNS 상에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해 아이들의 간식, 아토피나 암을 앓고 있는 환자를 위한 간식으로까지 높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잠시였다. ‘대형마트 제품을 포장만 바꿔 팔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롤케이크·치즈케이크 등으로 관련 의혹들이 점차 확산되면서 신뢰는 바닥을 쳤다. 처음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부터 거짓말로 일관한 가게 주인은 결국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하지 못한 채 가게 문을 닫았다. 하지만 논란은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청와대 청원을 비롯해 집단 소송 움직임까지 전해진다. 경찰의 압수수색은 폐업으로 인한 상황 종료가 아니라, 본수사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음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국민적 관심을 받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온라인판매의 맹점이나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주의,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 등 건강한 논의로 이어지는 건 고사하고 비난의 화살이 엉뚱하게도 피해자인 소비자들에게 향하고 있다. 판매 업체의 사기, 불법온라인 판매 등의 혐의 관련 규탄과 재발방지 대책을 둘러싼 논의가 이뤄져야 마땅할 시점에 ‘유난 떨어대더니 고소하다’ ‘비싼 것만 쫓더니 당해도 싸다’는 투로 피해자들을 조롱하고 나선 것이다.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받아들이고 싶은 것만 받아들이는 확증편향 현상은 평소 막연한 반감이나 증오를 가지고 있던 대상에게 ‘미미쿠키 사건’과 같은 일이 생기면 ‘그럴 줄 알았다’며 인지왜곡을 하게 한다. 불행하게도 사건의 전후 관계를 보고 싶은 대로 끼워 맞춰 보고, 원인과 결과를 거꾸로 해석하게 해 ‘사후 확신 편향’의 오류에도 빠지게 되는 것이다. 즉, 미미쿠키 측에서 유기농 수제쿠키라며 소비자, 특히 엄마들을 속인 것이 사건의 본질인데, 평소 여성이나 엄마들에 대해 막연한 반감이나 혐오감을 갖고 있던 사람이 엄마들이 유기농을 찾지 않았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는 왜곡된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이런 확증편향 현상은 오프라인의 현실 세계보다는 온라인 상에서 특히나 더 두드러진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대개 비슷한 성향이나 공통점이 있는 사람끼리 친구를 맺고 소통을 한다. 내가 듣고 싶고 보고 싶은 이야기들을 확인해 주는, 나와 비슷한 사람이 포스팅하는 콘텐츠로 눈과 귀가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더군다나 내가 관심 있거나 좋아하는 콘텐츠를 알고리즘이 분석한 후, 알아서 계속 추천을 해 주니 더더욱 내가 보고 싶은 것만 계속 보게 되는 반쪽 짜리 세상에 갇히는 위험성이 점점 커지는 것이다.

인간의 확증편향과 온라인의 파급력과 속도, SNS나 포털사이트 등의 알고리즘이 합쳐지면 ‘가짜 뉴스’의 위험성은 아주 커질 수밖에 없다. ‘미미쿠키’의 피해자들이 마치 이 사건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으로 둔갑되고, 사실이 아닌 ‘가짜 뉴스’와 악플에 시달리며 2차, 3차 피해를 입게 되는 무서운 결과를 낳기도 한다. 사이버 공간에서 쉽게 던진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겐 생과 사를 고민하게 하기도 한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해 왔다. 그리고 그에 수반돼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도 적지 않다는 것도.

감정의 동물인 인간의 확증편향성이 있는 한 ‘가짜 뉴스’는 시장의 원리만으로는 도태되지 않는다. 예전과는 달리 정보가 퍼져 나가는 데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다. ‘괴소문’ ‘거짓정보’를 다루던 기존의 세상 규칙이 더 이상 작용할 수 없는 환경이다. 법과 제도와 문화가 새롭게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

강선우 대통령직속자문기구 국가교육회의 전문위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