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하는 ‘OTT 시장’…고심 깊어진 지상파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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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22 08:23  |  수정 2018-10-22 08:23  |  발행일 2018-10-22 제23면
(인터넷 기반 동영상 서비스)
국내 진출 모색중인 ‘넷플릭스’
막강 자금력으로 콘텐츠 확보전
지상파 3사 매출타격 발등의 불
“규제 통한 ‘시장 방어전략’ 대신
국내기업 해외진출 유도 바람직”
급성장하는 ‘OTT 시장’…고심 깊어진 지상파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미디어 지형의 급격한 변화로 콘텐츠 산업의 경계가 완전히 무너졌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 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관심은 뜨겁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7 콘텐츠산업 결산’에 따르면 국내 콘텐츠 산업 매출액과 수출액은 각각 110조원과 7조6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4.5%, 8.6%의 성장을 이뤘다. 지난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을 보더라도 4.9%로 경제성장률을 상회한다. 시장 규모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남의 잔치인 양 지상파들의 표정이 밝지 않은 이유는 뭘까.

◆급격한 미디어 지형 변화

국내 지상파 방송사의 경쟁사는 타 지상파 방송 그리고 종편과 케이블 방송사였다. 그러나 이젠 네이버와 다음 같은 포털 혹은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의 소셜 미디어까지 강력한 경쟁사로 등장했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반의 새로운 플랫폼(OTT: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ver The Top)을 통한 콘텐츠 유통이 전면에 부각되면서 레거시 미디어의 독과점적인 시장 지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기존 영상 미디어의 실시간 시청률은 감소한 반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콘텐츠 이용은 급증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상파 방송사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시청 소비자의 시간을 경쟁사에 빼앗겼으니 매출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지상파가 연합해 만든 OTT 서비스 ‘푹’(pooq)은 이러한 위기감의 발로이자 탈출구다. 모두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된 지상파 3사는 내밀한 협력자가 됐다. 미디어 지형의 변화는 국내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미국은 일찌감치 방송사(콘텐츠)-방송망(유통)-TV 단말기(소비)로 연결되는 전통적인 방송산업 구조의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국내외 할 것 없이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연결된 초연결 사회에서 읽을 수 있는 콘텐츠 산업 판도의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이러한 콘텐츠 산업의 가치 변화로 인해 국내 방송과 비방송 영역의 구분은 모호해졌고 경계는 허물어졌다. 그 중심에 ‘거대 공룡’으로 불리는 세계적인 동영상 서비스(OTT) 기업 넷플릭스가 있다. 190여 개국에 걸쳐 1억3천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넷플릭스는 인터넷에 연결된 스크린 디바이스를 통해 TV드라마, 다큐멘터리, 예능,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국내 지상파가 경계감을 늦출 수 없는 이유다.

이젠 애플까지 가세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생산해내고 있다. 올해에만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10억달러를 쓸 정도로 공격적이다. 미국의 통신업체 AT&T가 CNN, TBS, HBO, 워너 브러더스 등을 소유한 복합 미디어 그룹 타임워너를 인수하려는 시도 역시 같은 맥락이다. 바로 신흥 플랫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국내 생태계 보호와 활용방안

세계 OTT 시장이 2022년까지 약 6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인 데 반해 우리나라 OTT 업계의 세계 시장 비중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때문에 국내에 진출한 넷플릭스를 방어할 것인지 활용할 것인지 국내 방송사들의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그동안 지상파들은 넷플릭스에 신작 콘텐츠를 팔지 않고 견제하는 전략을 세워왔다. 그러나 최근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350억원 규모로 넷플릭스에 판매한 스튜디오드래곤을 비롯한 비지상파와 관련 제작사들은 “넷플릭스나 유튜브의 플랫폼을 활용하지 않고서는 현실적으로 한류 사업도 불가능하지 않겠냐”며 우려를 표한다.

tvN은 ‘미스터 션샤인’뿐만 아니라 ‘화유기’ ‘슬기로운 감빵생활’ ‘비밀의 숲’ 등을 이미 넷플릭스에 판매했다. JTBC도 ‘맨투맨’ ‘청춘시대’ 등을 높은 가격에 판매했다. 이들 비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들은 “높은 가격도 메리트가 있지만 넷플릭스를 활용해 국내 콘텐츠를 글로벌하게 더 확대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넷플릭스가 아시아 시장, 특히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는 건 우리에겐 기회일 수 있다. LG유플러스와의 제휴로 활발하게 국내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넷플릭스는 지난해 560억원을 투자한 영화 ‘옥자’에 이어 예능 ‘범인은 너!’ ‘YG전자’, 드라마 ‘킹덤’ 등 다양한 장르의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까지 넷플릭스가 방영권을 확보한 한국 콘텐츠는 무려 550여 개, 투입된 제작 비용만 1천500억원에 달한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건 아니다. 지상파 한 관계자는 “시청자들이 앞으로 OTT 플랫폼으로 작품을 많이 접할 텐데 막강한 자금력을 지닌 넷플릭스가 시장을 장악해버리면 우리는 콘텐츠 제공자임에도 끌려가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며 “이는 국내 콘텐츠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최소한 우리만의 강력한 OTT 기업이 나오기 전까지는 방어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글로벌 OTT를 규제해야 옳을까. 김광원 대중문화평론가는 “역시나 문제는 시간이다. 글로벌 OTT가 약진한다고 섣불리 규제하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게 필요하다”며 “다만 넷플릭스 등을 규제해 국내 시장을 방어하는 전략보다는 시대 흐름에 맞게 공동 제작 및 투자를 통한 국내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유도하고,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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