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따라 청도 여행 .5] 청도박물관

  • 임훈 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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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30   |  발행일 2018-10-30 제13면   |  수정 2018-10-30
빗살무늬토기·고려 청자병·돌칼 ‘선사시대∼근대 유물’ 고스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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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박물관 고고역사관에 전시된 전사의 무덤. 전사의 무덤은 청도 신당리 지석묘를 1대 1 크기로 재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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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박물관 민속관에 청도 삼베짜기 전수자 안정자씨가 수십 년 동안 사용한 베틀이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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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박물관 민속관에 재현된 오천서당의 모습. 오천서당 소장 서적들도 함께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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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이센터에는 청도 지리를 자세하게 표현한 입체지도가 자리해 있다. 알림이센터는 청도의 관광지와 문화재, 유적지를 비롯해 각종 특산품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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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군 이서면 양원리에 자리한 청도박물관에서는 청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2013년 폐교였던 옛 칠곡초등학교를 종합박물관으로 단장해 청도지역 문화유산을 전시 및 보존 중이다. 선사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청도와 관련한 다양한 유물을 관람할 수 있으며, 삼한시대 청도지역의 읍락국가(邑落國家) 이서국(伊西國) 관련 유물이 다수 전시돼 눈길을 끈다. 시리즈 5편은 청도의 역사와 청도인(人)의 삶이 오롯이 담겨 있는 청도박물관에 대한 이야기다.

옛 칠곡초등학교를‘종합박물관’단장
정원 들어서면 진라리 출토 고인돌 전시
고고역사관, 청동기시대 마을모형 눈길
삼국시대 고분에서 출토된 토기도 다수
민속관에는 인암 박효수 선생 유품도…
매년 기획전시…내달 ‘김일손 특별전’



#1. 역사와 추억이 함께 머무는 곳

대구 도심에서 달성군 가창면 30번 지방도를 따라 팔조령터널을 통과한 후 자동차로 2~3분여를 더 내달리면 청도박물관이다. 학교 터에 세워진 박물관답게 너른 운동장이 가장 먼저 방문객을 반긴다. 운동장에는 이순신 장군 동상과 모교의 폐교를 아쉬워한 졸업생들의 기념비가 곳곳에 서 있다.

운동장 주변으로는 몇몇 유적과 체험시설이 자리해 있다. 정원에는 화양읍 진라리에서 출토된 고인돌 5기가 전시돼 있다. 코끼리·기린·사슴 등의 콘크리트 조형물은 박물관이 과거 학교로 사용됐음을 짐작게 해준다.

박물관 건물 입구에는 연자방아와 디딜방아가 자리해 있어 농사에 애썼던 민초들의 삶을 살펴볼 수 있다. 연자방아는 둥글고 평평한 돌판 위에 원통 모양의 돌을 옆으로 얹어 소나 말이 끌고 돌리는 방식의 농기구다. 꽤 잘 만들어진 소 모형이 연자방아를 돌리는 형태다. 연자방아 옆의 디딜방아도 농민들이 겪었을 수고를 보여준다. 한 쪽이 가위다리처럼 벌어진 디딜방아는 사람의 힘만으로도 곡식을 빻을수 있다. 30~40년 전만 해도 웬만한 농가에서는 디딜방아를 볼 수 있었기에 성인 관람객들의 관심이 더 크다.

박물관 건물 입구 옆은 전통놀이마당이다. 놀이마당에서는 투호놀이, 제기차기, 방아찧기 등의 체험이 가능하다. 청도박물관은 관람동선이 짧고 대도시와 인접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단위 방문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

#2. 청도의 뿌리 이서국

박물관 2층으로 올라가면 고고역사관이다. 고고역사관은 청도의 출토유물을 중심으로 지역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두었다. 신석기시대 빗살무늬토기부터 삼국시대 굽다리접시, 고려시대 청자병 등 지역에서 출토된 고고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청도 운문댐 조성 당시 발견된 청도 최고(最古)의 유물인 빗살무늬토기가 전시관 입구에서 관람객을 맞이한다. 빗살무늬토기는 기원전 4천~1천년 사이 신석기인들이 사용한 그릇이다. 청도에서는 아직 구석기 유물이 발견되지 않았다. 인근 밀양지역에서 후기구석기시대 유물이 발견된 것으로 미뤄 후기구석기시대부터 청도에 사람이 살았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밖에도 민무늬토기, 화살촉, 돌칼 등이 전시돼 있다. 모두 청도지역 고분에서 발견된 것들이다. 고분의 주인들은 당시 지배세력으로 추정되며, 유물들은 삼국시대 이전 읍락국가의 형성 과정을 보여준다. 국가가 등장하기 이전 각 읍락 내부에서 일정한 혈연관계가 형성되면서 계급사회가 등장했다. 이러한 계급사회는 금속가공기술 발전으로 더 가속화됐고, 여러 읍락이 모여 하나의 국가를 만든 것이다.

특히 간돌검·비파형동검 등의 청동기 유물은 청도지역의 읍락국가인 이서국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진라리 출토 석검은 이서국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청도박물관의 대표적 유물이다. 66.7㎝의 길이를 자랑하는 진라리 석검은 청동기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출토된 석검 중 가장 크다. 아쉽게도 석검 진품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 중이지만 이서국 지배세력의 권위를 상상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고고역사관에서는 3분가량의 영상물도 상영하고 있다. 영상물은 삼국유사에 실린 이서국 관련 내용이 주축을 이룬다. 삼국유사에 전해지는 ‘신라 유례이사금 때 이서국이 금성(경주)을 공격했다’는 기록으로 미뤄 이서국이 신라와 대립할 만큼의 국력을 갖췄던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삼국시대 고분에서 출토된 유물도 다수 전시돼 있다. 5~6세기경 일반 백성들의 무덤에서 출토된 토기가 주를 이룬다. 가야식과 신라식 토기가 섞여 있어 청도가 여러 문화의 교차점이었음을 알 수 있다.

고고역사관 중심부의 청동기시대 마을과 전사의 무덤 모형도 눈길을 끈다. 특히 전사의 무덤은 청도 신당리 지석묘를 1대 1 크기로 재현한 것이다. 노미경 청도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출토 당시 무덤에서 두 가지 형식의 화살촉이 출토됐기에 피장자의 신분이 전사였으며 화살을 맞고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고고역사관에서는 조선시대 인쇄문화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목판전시가 이뤄지고 있다.

#3. 청도인의 삶을 담다

고고역사관을 빠져나오면 알림이센터다. 알림이센터에서는 청도의 관광지와 문화재, 유적지를 비롯해 각종 특산품을 소개하고 있다. 청도의 지형을 본딴 지도가 센터 중심부에 자리해 있다.

알림이센터를 통과하면 민속관이다. 민속관에서는 청도의 전통 생활문화와 민속품들을 전시 중이다. 전시유물 대부분은 청도군민들이 기증·기탁한 것이다. 청도의 마지막 유림으로 불리는 한학자 인암(忍庵) 박효수(朴孝秀, 1906~96) 선생의 유품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붓·벼루·연적 등을 통해 선비들의 생활문화를 엿볼 수 있다.

민초들이 사용했던 상업도구와 청도지역 5일장의 옛 사진도 전시돼 있다. 저울과 주판, 상평통보 등을 통해 각종 물산의 거래가 활발히 이뤄졌던 청도의 옛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청도의 대표적 무형문화재인 차산농악과 관련한 전시품도 전시관 한편을 차지하고 있다. 오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상모·징·꽹과리 등을 통해 신라 때부터 전해져 오는 농악의 전통을 가늠할 수 있다. 청도 삼베짜기 전수자 안정자씨가 수십 년 동안 사용한 베틀도 민속관의 주요 전시물 중 하나다. 청도의 삼베는 누런 빛깔을 띄는 것이 특징으로 ‘황지포’라고도 부르는데 여름 옷감으로 인기가 있다.

조선 최초의 사화인 무오사화(戊午士禍, 1498)로 목숨을 잃은 조선 성종대의 사관(史官) 탁영(濯纓) 김일손(金馹孫, 1464~98) 선생의 유품도 있다. 탁영선생문집과 함께 김일손이 성종으로부터 하사받은 탁영벼루 등을 통해 꼿꼿한 선비의 기개를 느낄 수 있다.

민속관에는 선암서원(仙巖書院)의 향사(享祀)를 재현한 제단도 자리해 있다. 1868년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 이전까지 실제로 향사에 쓰였던 제기와 제상 등의 제사도구가 전시돼 있다. 또한 서당과 함께 전통가옥의 사랑방과 부엌 등을 그대로 재현해 옛사람들의 주거문화를 엿볼 수 있다.

이밖에도 청도박물관은 매년 다양한 기획전시를 열고 있다. 청도박물관은 오는 11월20일부터 2019년 2월10일까지 ‘탁영 김일손 특별전’을 열고 김일손이 직접 만든 거문고인 탁영금(濯纓琴)을 전시할 예정이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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