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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정의 감각수업] 기억과 감각의 경험, 내가 살아있음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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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미디어부기자
  • 2018-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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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제국’이란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지금은 세계적인 스타가 된 배우 크리스천 베일의 어린 시절 연기를 볼 수 있다. 지리멸렬한 전쟁이 벌어지는 동안, 주인공 짐은 기나긴 피란행렬에서 삶과 죽음을 겪는다. 피란민이 도착한 폐허가 된 마을에는 일본군이 약탈한 물건을 쌓아놓은 곳이 있다. 그곳에서 한 여자 피란민이 눈을 감고 피아노를 친다. 피아노 소리를 들으며 무심히 하늘을 바라보는 짐의 눈빛이 미세한 변화를 일으킨다.

이 장면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피란민 여인은 피아노를 치고, 짐은 그 소리를 듣고 있다. 폭탄이 터지고 죽음이 난무하는 전쟁터에서 피아노 소리는 어떤 의미였을까. 그들은 어쩌면 소리라는 감각을 통해 살아있음을 느꼈을지 모르겠다.

자기를 꾸미고 아끼는 것을 귀찮아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감각을 가지고 감각을 실천하며 살아야 하는데 말이다. 감각을 실천하는 건 자유지만, 자신이 살아있음을 바로 감각이 증명한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나이별로 모이면 공통된 대화 주제가 있다. 40~50대는 부동산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내가 속한 한 모임에 부동산으로 큰돈을 번 선배가 있다. 그가 나타나면 모두들 투자 방법을 묻고 부러움의 눈길을 보낸다. 하지만 그는 나에게 개인적인 컨설팅을 의뢰한 적이 있었다. 그의 첫마디는 의외였다. 머릿속에 돈 생각만 있으니 지친다는 설명이다.

머릿속에 돈 생각만 있다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맛있는 커피가 있어도 돈으로 보일 것이고, 인테리어가 멋진 곳을 방문해도 돈으로만 보이지 않을까 싶다. 오감을 통해 현재를 맘껏 즐길 수 있는데 돈만 떠오른다면 얼마나 피곤할까. 그에게 컨설팅을 해주며 “오감을 열고 현재를 즐겨라”고 말해주었다.

감각 없이 온통 한 가지에만 집중한다면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다. 우리는 과거나 미래에 살 수 없다. 오직 현재를 살아가는 존재다. 현재를 산다는 것, 그것은 감각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

신경심리학자들은 기억을 설명할 때 ‘프루스트 효과’를 자주 인용한다. 프루스트 효과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유명한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주인공이 마들렌의 냄새를 맡으면서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는 것에서 나온 말이다. 즉 후각이 마음속 깊이 숨은 기억을 떠올리는 촉매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영화 ‘태양의 제국’
후각은 특히 기억과 관련이 많다. 예를 들어 빵집 앞에서 빵 굽는 냄새를 맡으면 어렸을 적 엄마가 구워주던 빵이 떠오르고 밀가루 반죽을 함께하던 일, 그때 나누었던 이야기들까지 상세하게 떠오르곤 한다. 때로는 길을 가다 무심코 맡은 어떤 향수 냄새가 이별한 연인을 떠올리게 하고, 그 당시 연인이 입었던 옷이나 들었던 핸드백 등을 기억나게도 한다.

이렇게 우리가 감각으로 쌓았던 경험들은 알게 모르게 무의식 저변에 깔려있다. 그리고 이런 기억이나 감각의 경험들은 ‘지금 내가 이곳에 살아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 우리는 이렇게 오감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 사람을 만나고 어느 공간에서 음악을 듣고 함께 영화를 보고 사랑을 하고 운동을 하며 살아가면서 우리는 오감을 만족시킬 때 기쁨을 느끼고 행복해지게 된다. 어쩌면 살아가는 일은, 감각을 날마다 연속적으로 느끼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또한 우리는 수많은 감각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한다. 감각이 풍부한 사람은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맹목적으로 똑같이 따라하지 않는다.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끔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이 원하는 것을 하면서 그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본다. 하지만 진정한 감각이란 다른 이들에게 조종당하지 않는, 스스로의 삶에 집중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남들이 보기에 가장 좋을 때, 그때가 내가 가장 좋을 때가 아니며 남들이 보기에 가장 힘들 때, 그때가 내가 가장 힘들 때가 아니듯 남들의 ‘시선’과 나의 ‘행복’은 다르다.

아이엠 대표 (계명문화대 패션마케팅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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