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극장가는 ‘女風’ 새바람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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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05  |  수정 2018-11-05 08:37  |  발행일 2018-11-05 제23면

가을 극장가가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여배우들의 존재감으로 한층 풍성해질 전망이다. 앞서 ‘상류사회’의 수애, ‘명당’의 문채원, ‘협상’의 손예진 등이 독보적인 매력으로 자신의 이름을 인상깊게 각인시켰다면, 역시 이름만으로도 신뢰를 더하는 김혜수, 이나영, 공효진 등이 또 다른 야심작으로 관객을 찾는다. 이와 함께 독립영화계에서 남다른 입지를 굳히고 있는 여성 감독들도 대거 출사표를 던졌다. 하반기 극장가를 책임질 그들을 만나본다.

◆베테랑 여배우들의 존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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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극장가에는 탄탄한 연기력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여배우들이 신작을 선보인다. 왼쪽부터 이나영(뷰티풀 데이즈), 김혜수(국가부도의 날), 공효진(도어락). 서영희(여곡성).

신작 선보이는 여배우들
이나영, 6년 만에 복귀해 열연
김혜수, 의지의 인물로 존재감
공효진·서영희 스릴러물 매력


영화 ‘미쓰백’의 한지민이 최근 발표된 배우 브랜드 평판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그러고 보면 2018년은 그간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여러 주도적인 여성 캐릭터를 스크린에서 만나볼 수 있는 값진 한 해였다. 연초에 개봉한 ‘리틀 포레스트’의 김태리를 시작으로 ‘허스토리’의 김희애, ‘마녀’의 김다미 등 당당히 이야기의 중심이 된 입체적인 여성 캐릭터의 모습은 주목할 만했다.

가을 극장가 역시 탄탄한 연기력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여배우들의 신작이 대기 중이다. 남자배우 중심의 선 굵은 영화들이 홍수를 이뤘던 최근 몇 년의 상황과도 사뭇 달라진 풍경이다. 먼저 ‘뷰티풀 데이즈’로 6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이나영이 있다. 아픈 과거를 지닌 채 한국에서 살아가는 조선족 여인의 숨겨진 진실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에서 이나영은 비극적인 삶에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강인한 여인상을 보여준다. 차분하고 담담하게 그 기억을 대면하며 살아가는 한 여자의 이야기는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긴 공백의 우려를 단숨에 씻어낸 이나영의 열연이 돋보였다는 평가다.

김혜수는 ‘국가부도의 날’로 돌아온다. 영화는 1997년 IMF 위기 속 서로 다른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김혜수는 경제 위기에 빠진 국가와 국민을 구하기 위해 소신을 피력하는 주체적인 인물 한시현을 연기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심장 박동이 빨라질 정도로 가슴이 뛰는 느낌이었다”는 김혜수는 “한시현 같은 사람이 좀 더 많았다면 과연 우리가 그런 불행을 겪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전문 용어로 가득한 방대한 분량의 대사와 영어 연기는 물론 위기에도 의지를 굽히지 않는 인물로 강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로맨스부터 코미디까지 장르 불문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 공효진은 ‘도어락’을 통해 스릴러퀸에 도전했다. ‘도어락’은 혼자 사는 여자 경민(공효진)의 원룸에 살인사건이 일어나면서 시작되는 현실 공포를 그렸다.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공포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한 공효진은 누군가의 침입 흔적을 발견하고, 급기야 목숨의 위협까지 느끼게 되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게 된다. 이 과정에서 공효진은 낯선 자에게 쫓기는 인물의 공포와 두려움을 사실적으로 표현해냈다는 후문.

영화 ‘여곡성’으로 4년 만에 복귀한 서영희의 모습도 반갑다. 원인 모를 기이한 죽음이 이어지는 한 저택의 미스터리한 공포를 다룬 이 영화에서 서영희는 비밀을 간직한 신씨 부인 역을 맡았다. 그는 이미 스릴러 장르의 교과서라 할 만한 영화 ‘추격자’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등을 통해 공포·스릴러 장르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한 바 있다. 호러퀸으로 다시 돌아온 서영희는 위기의 가문을 지켜내고자 하는 신씨 부인역을 그만의 카리스마로 극의 공포감을 한층 높였다는 평가다.

염정아는 지난달 31일 개봉한 ‘완벽한 타인’에서 극 중 유해진의 아내이자 문학에 빠진 가정주부 수현역으로 맹활약을 펼쳤다. 비밀이 가장 없을 것 같은 캐릭터지만, 오히려 숨겨진 비밀들이 노출됐을 때 극과 극의 격정적인 감정 변화를 그려낸 그는 사랑스러운 푼수의 모습으로 색다른 웃음 포인트와 몰입감을 선사했다.

◆여성 감독들, 주류시장에 안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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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야 감독 '집의 시간들'·추상미 감독 '폴란드로 간 아이들'·차성덕 감독 '영주'·정가영 감독 밤치기'.(사진은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여성 감독도 대거 출사표
라야 연출 ‘집의 시간들’ 화제
추상미, 다큐에 직접 출연까지
정가영·차성덕도 바통 이어가


최근 그 어느 때보다 여성 감독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비밀은 없다’의 이경미, ‘우리들’의 윤가은, ‘미씽: 사라진 여자’의 이언희, ‘연애담’의 이현주 감독을 필두로 올 초 ‘누에 치던 방’의 이완민, ‘탐정: 리턴즈’의 이언희, ‘미쓰백’의 이지원 감독 등이 개성 넘치는 이야기와 디테일이 살아 있는 연출력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이들의 작품은 극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며 관객들뿐만 아니라 평단의 지지까지 받았다.

그 바통은 하반기로 이어지며 연출계에도 여풍이 거세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큐멘터리 ‘집의 시간들’은 개봉 전부터 SNS상에서 뜨거운 화제를 모으며 관객들이 기다린 영화 1위로 손꼽힌 작품이다. 라야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을 엿볼 수 있는 이 작품은 ‘집’이라는 공간과 그곳을 떠나야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집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폴란드로 간 아이들’은 배우 겸 감독 추상미가 연출을 맡고 직접 출연했다. “영화감독은 오래된 꿈”이었다고 밝힌 추상미는 이미 단편 ‘분장실’ ‘영향 아래의 여자’로 유수 영화제에 초청되며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폴란드로 간 아이들’은 국내 최초로 역사에 기록되지 않았던 한국전쟁 고아의 실화를 오롯이 기록한 추상미의 야심찬 연출작이다.

작품마다 독보적인 개성을 보여주고 있는 정가영 감독은 ‘밤치기’를 들고 관객을 찾았다. 원나잇 토크 무비를 표방한 ‘밤치기’는 주인공 가영을 통해 여성 캐릭터와 주제를 독특한 형식으로 담아냈다. 정 감독은 첫 장편영화 ‘비치온더비치(Bitch On the Beach)’부터 ‘조인성을 좋아하세요’까지 각본·연출·주연까지 소화하며 주목할 만한 여성 감독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영주’는 다양한 단편을 통해 연출력을 인정받은 차성덕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부모를 교통사고로 잃고 동생과 힘겹게 살아가던 영주(김향기)가 자신의 부모를 죽게 한 가해자를 찾아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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