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미의 가족 INSIDE] 훈육이 두려운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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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08 08:01  |  수정 2018-11-08 08:01  |  발행일 2018-11-08 제21면
훈육 받는 아이 고통이 제 것 같아
모든 훈육 시도 포기한다는 엄마
불충분한 성장과정·분화 실패 탓
[송유미의 가족 INSIDE] 훈육이 두려운 엄마

초등 6학년 남자 쌍둥이를 둔 엄마 A씨가 필자에게 하소연을 했다. 자신이 보기엔 별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늘 심각한 다툼으로 이어져, 그럴 땐 어떻게 개입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어르거나 달래는 정도까지는 해도 수위가 높아지는 싸움 앞에서는 그냥 망연자실한 듯 바라보기만 하고 발만 동동거리기가 일쑤라는 것이다. 그럴 땐 남편이라도 일찍 들어와 해결해 주면 좋겠는데 상황이 종료된 후 나타나고, 그런 남편을 원망도 해보지만 ‘우리, 부모 맞나’싶기도 하단다. 대부분 언제 어디서 어떻게 개입하며 훈육해야 할지 몰라 ‘에라 모르겠다. 너희들 알아서 해라’라는 심정으로 피하기도 하지만, 이후의 기분은 진공상태에 있는 듯 멍한 기분이라고 한다.

A씨 경우는 엄마와 아이가 불충분하게 분화된 전형적인 사례다. 제임스 매스터슨은 불충분하게 분화된 청소년들의 가족을 연구했는데, 그는 저서 ‘참 자기(Search for the real self)’에서 기능장애가 있는 가족에서는 아버지는 위축되어 있고, 엄마들이 아이와 분화되지 않은 관계를 지속하는 패턴들이 확인되고 있다고 했다. 엄마는 훈육을 받는 아이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느끼기 때문에 아이를 훈육할 수 없다. 그들 사이에는 적절한 자아경계가 없다. 놀랍게도, 이러한 엄마들은 아이를 훈육시키려 할 때 그들 자신이 벌을 받는 것처럼 느낀다. 아이가 느낄 고통을 참을 수 없기 때문에, 곧 적절한 모든 훈육의 시도를 포기하게 된다. 대신 그들은 종종 물건을 줌으로써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한다거나, 다양한 형태로 아이의 응석을 마냥 받아줌으로써 아이의 버릇없는 행동을 통제하려고 노력한다. 이것 또한 엄마의 불충분한 성장과정과 엄마와의 분화 실패에 연유한다. 이러한 부모들은 아이들을 만족시켜줌으로써 대리 만족감을 느끼고, 동시에 이것이 엄마들이 느끼는 어떤 지속적인 공허감을 메워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아이에게 있어서는 비극적인 상황이다. 왜냐하면 아이는 가정 밖에서 필요한 훈육을 받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 길러진 아이가 학교에 가면, 선생님들은 이 아이들이 자기중심적인 행동을 취하고 자기통제에 결핍이 있다는 것을 즉각 알아챈다. 다른 아이들과 협동적인 상호작용을 할 수 없고, 자기중심적인 행동에 대해 어떠한 형태의 처벌도 참지 못한다. 만약 아이가 어떤 식으로든 학교에서 체벌을 받는다면, 엄마는 아이를 자신의 일부로 느껴 학교가 엄마 자신을 개인적으로 공격했다고 받아들여 학교를 맹렬히 공격하곤 한다.

가족은 저마다의 특이성을 가진다. A씨는 아버지에게 유순한 편이었는데, 아버지는 엄마와 자기를 비롯한 형제들 관계에 끼어들지 않았고 방관했던 것 같다고 기억했다. 이렇게 자신의 의무를 소홀히 했던 아버지는 아이가 엄마와의 잘못된 관계에 대항하도록 아이를 강화시켜주는 힘으로 작용하기보다는 엄마와 아이가 배타적인 집착관계를 갖도록 부추기는 역할을 하게 된다. 가족 간에 말로 합의된 역할은 아니지만, 무의식 수준의 정서적 역할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엄마는 아이를 돌보고 통제하는 독점적인 권리를 가지는 대신, 아버지는 가족에게서 멀리 떨어지게 된다. A씨 엄마처럼 아버지가 집에 있기를 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특히 아버지가 엄마의 통제로부터 아이를 벗어나게 하고 아이에게 더 큰 현실을 알려주는 정상적인 ‘구조자’ 역할을 하려고 하면, 엄마는 더욱 더 아버지가 집에 있기를 원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엄마는 아이를 양육하는 우리 사회의 주된 ‘대리인’이다. 그들에게 악의가 있어서 아이들에게 그릇된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들 가족의 상황을 엄마 혼자서 만들어가는 것은 결코 아니다. A씨처럼 아이를 훈육할 준비가 부족한 엄마와 사는 아이들이 자기통제력을 갖고, 주변 아이들과 함께 자신있게 소통하는 아이로 자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상당히 무리가 있다.

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 소장 겸 대구사이버대 교수 songyoume@d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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