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편(一師一便)] 우리들 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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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12 07:53  |  수정 2018-11-12 07:53  |  발행일 2018-11-12 제15면

“배추야 잘 있었어?”

‘해피통통’ 동아리 1학년 34명이 교정 안 서편 담 모퉁이에 화분을 놓아 텃밭을 만들었어요. 배추, 무 모종과 쪽파를 100포기씩 심고 화분에 주인 이름을 붙였지요. 어제까지 의미 없던 공간이 배추 모종을 심는 그 순간부터 텃밭이 되었어요. 매일 아침 물을 주고 관찰하러 아이들이 조를 지어 나옵니다. 조용하던 장소가 시끌벅적 활기가 넘칩니다. 싹이 트기를 바라며 흙을 바라봅니다. 쪽파는 일주일이 지나자 뾰족 싹을 내밀었어요. 와! 탄성을 지릅니다.

“이게 시금치인가요?” 배추를 김치로만 만나는 아이들은 배추를 보고 시금치냐고 묻습니다. 무를 처음 봤다는 아이도 있었어요. 길이를 재고 잎의 수를 세고 자기 화분을 자세히도 관찰했어요. 나무젓가락으로 배추애벌레를 잡으면서 애벌레색이 연두색인 것은 보호색이라는 말도 들리고 다른 친구들의 화분에 있는 애벌레들도 조심스레 잡아주는 정겨운 모습이 보였습니다.

배추가 제법 모습을 크게 드러냈어요. 열심히 물을 주고 사랑스럽게 관리한 배추는 쑥쑥 자랐고 어떤 배추는 배추벌레가 뜯어 먹어 군데군데 구멍이 숭숭 났어요. 햇빛이 잘 안 드는 곳에 있는 배추는 크기가 작았어요. 같은 날 심은 배추인데 환경에 따라 다른 모습이 되었어요.

얼마 전 1학년 전체가 낙동강 수련원에 수련활동을 가느라 3일 동안 학교를 비우게 되자 아이들은 가장 먼저 화분에 물주기를 걱정했지요. 관심과 사랑을 쏟는 그 마음이 아름다웠습니다. 수련원에서 돌아오는 들녘에 있는 배추, 무는 우리들 텃밭의 것과는 비교도 안 되게 튼실했지만 우리들의 사랑으로 자라고 있는 교정 텃밭의 배추, 무, 쪽파는 그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자식과 같았지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풀꽃



매일 매일 들어가는 교실에서 매일 매일 마주하는 우리 친구들, 자세히 보면 예쁜 꽃이고 오래 보면 사랑스러운 꽃입니다. 여정숙<대구 지산중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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