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걷기' 의 기적

  • 김수영 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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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15   |  발행일 2018-11-15 제33면   |  수정 2018-11-15
■ ‘맨발걷기 전도사’ 권택환 맨발학교 교장
전국 20여개 사이버 맨발학교 단체톡방 운영
맨발걷기로 자폐증 극복 책 읽고 난 후 관심
만성 질병 치유·머리 맑아지는 놀라운 변화
흙이 준 선물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20181115
신체적·정신적 건강과 행복을 안겨주는 맨발걷기.

지난 11일 대구 수성구 범어공원 안에 있는 수성국민체육센터 주차장에 권택환 맨발학교 교장(54·대구교대 교수)을 비롯한 학교 관계자와 학생들이 모였다. 가벼운 체육복이나 일상복 차림에 맨발을 한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그들은 차를 주차하고는 바로 신발을 벗어 차에 고이 모셔두고는 체육센터 옆에 있는 오르막길의 초입에 섰다.

“맨발로 땅바닥을 걸으면 아프지 않느냐” “혹시 흙바닥에 유리조각 등이 있어 다치지는 않느냐”는 걱정어린 기자의 질문에 “전혀 아프지 않다. 유리조각 등은 거의 없어 다칠 일이 없다”며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환한 미소는 물론 활기찬 말투에서 건강함이 물씬 묻어나는 권 교장은 “흙길을 맨발로 걷는 것은 신이 인간에게 내린 최고의 축복”이라고 강조했다.

맨발걷기 전도사인 그는 2013년 3월1일 맨발걷기를 시작한 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맨발로 걷고 있다. 이미 맨발걷기를 한 날이 2천일이 넘었다. 그리고 2016년 사이버 맨발학교도 만들어 현재 회원이 전국적으로 몇 만명에 이른다. 전국 20여 개의 맨발학교 단체카카오톡 방을 운영하고 있는데 대구에만 단톡방 친구가 630명에 이른다.

이렇게 맨발걷기에 빠진 이유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대구교대 졸업 후 경북 여러 지역에서 13년간 교사로 근무한 권 교장은 1999년 공채전문직으로 교육부로 들어가 다시 13년간 교육연구사, 장학관, 특수교육과장 등으로 일했다.

“교육부에 근무할 때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구두를 신고 있다보니 무좀·습진 때문에 무척 고생을 했습니다. 우연히 세계지적장애인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진호의 어머니가 쓴 ‘자폐아는 특별한 재능이 있다’라는 책을 읽었는데 김 선수가 맨발걷기로 자폐를 극복한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우리가 어렸을 때만 해도 자폐나 정서행동장애 등의 문제는 별로 없었습니다. 그 책에 ‘아프리카에는 자폐아가 없다’라는 문구가 있었는데 특히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그래서 맨발걷기를 조금씩 했더니 무좀·습진은 물론 만성안구건조증까지 사라지더군요. 그것은 흙을 밟으면서 생긴 ‘맨발의 힘’ 때문이라 여겨집니다.”

권 교장의 말을 이어 김은정 교감(54·효신초등 교감)이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준다. “가정과 직장생활에 정신없이 보내다보니 어느날 제 몸이 종합병원이 되어 있더군요. 만성위장병에 수족냉증, 목디스크, 고혈압까지 여러 가지 병으로 인해 늘 몸이 무겁고 아팠습니다. 맨발걷기를 하고 나서 이 병들을 모두 고쳤지요.”

2016년 권 교장의 권유로 맨발걷기를 하게 됐다는 김 교감은 ‘오로지 자신을 사랑하며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으로 꾸준히 해보자’며 자신과 약속했고 그 후 100일을 하루도 빠짐없이 맨발걷기를 했다. 어느날 발바닥에 있던 커다란 티눈이 없어진 것을 알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위장 기능이 좋지 않아 만성위장병을 앓았는데 이것도 저절로 치유되었다.

“신체의 여러 병들이 나은 것은 물론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머리가 맑아지는 놀라운 변화를 겪었지요. 맨발걷기를 하면서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고, 내 몸과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나의 이야기를 내가 귀담아 듣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권 교장과 김 교감은 맨발걷기라는 선물을 여러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2016년 10월 권 교장을 중심으로 뜻을 함께한 사람들이 모여 사이버 맨발학교를 만들었다. 이어 2017년 2월부터 대구지역에서 매월 셋째주 월요일 정기모임을 가지고 있다. 평균 70여 명이 참여할 정도로 학생들의 출석률이 좋다.

꽤 많은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장소를 잡는 것이 쉽지 않다. 주로 학교운동장이나 공원, 도심 속 작은 산 등에서 모임을 가지는데 1시간 정도 걸은 뒤 권 교장의 미니특강이 이어진다. ‘맨발걷기- 맨발로 교육’ 1편과 2편을 연이어 펴낸 권 교장의 맨발걷기 관련 강의다.

사이버 맨발학교를 운영하는데 큰 역할을 하는 사람은 장문석 정보부장(57·오성중 교사)이다. 지난해 9월부터 맨발걷기를 하고 있다는 그는 지난해 여름방학 때 맨발걷기 연수과정을 하고 난 뒤 혼자서 시간나는 대로 맨발걷기를 하다가 올해 1월부터 맨발학교에서 활동하고 있다.

장 정보부장은 맨발걷기가 만병통치약이라 했다. “꾸준히 맨발걷기를 하면 혈액순환이 잘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게 됩니다. 그러니 신체기능이 활성화돼 잔병이 낫고 몸이 가벼워지지요. 기분이 좋아지면서 행복지수가 높아지는 것도 맨발걷기를 통해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를 하면서 이들은 꽤 오랜 시간 걸었다. 그런데도 발바닥이 아픈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아 “맨발걷기를 오래해서 발바닥이 두꺼워진 것 아닌가요”라고 물으니 이들이 웃으면서 한꺼번에 발을 내밀었다. “만져보세요. 아이들 발바닥처럼 보들보들해요. 신기하지요. 그만큼 신체가 건강해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글=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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