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지진 트라우마

  • 마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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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16   |  발행일 2018-11-16 제27면   |  수정 2018-11-16

트라우마(trauma)는 ‘상처’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트라우마트(traumat)에서 유래된 말이다. 일반적인 의학용어로는 ‘외상(外傷)’을 뜻하나, 심리학에서는 ‘정신적 외상’과 (영구적인 정신장애를 남기는) ‘충격’을 말한다. 보통 후자의 경우에 한정돼 사용되는 사례가 많다. 심한 충격이 되는 사건을 경험하고, 당시 사고 장면이나 감각·생각이 원치 않음에도 반복되면서 마치 당시 상황이 반복되는 것처럼 느끼는 정서적 괴로움, 사건과 관련된 사람, 장소 및 대화 등을 피하는 회피행동 등 다양한 증상을 겪게 되는 대표적인 정신질환인 것이다.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어도 상당수 시민들이 트라우마가 심각하지만 대부분 심리적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포스텍 융합문명연구원은 최근 ‘포항지진 1년: 지금도 계속되는 삶의 여진’ 연구발표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15~29일까지 포항에 거주하는 500명(남성 251명, 여성 249명)을 대상으로 포항지진의 심리적 피해 정도를 조사한 결과 ‘지진으로 심리적 피해가 있었냐’는 질문에 남성은 74.9%가 ‘그렇다’고 응답했고 여성도 86.7%가 ‘그렇다’고 답했다. 남성보다 여성이 더 피해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유형은 불안감(79.0%)이 가장 많았고 불면증(28.8%), 우울증(12.2%), 소화불량(7.0%) 순이었다. 울렁거림이나 어지럼, 두통, 과민증세를 호소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심리상담서비스 등은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항지진 직후 설치된 심리지원센터의 서비스를 받은 사람은 4.8%에 불과했다.

필자도 지진 이후 한동안 ‘쿵’ 하는 소리만 들어도 지진으로 착각할 정도로 심각한 지진 트라우마에 시달려야 했고 현재도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다. 바쁘다는 이유로 치유를 하지 않았기 때문인 듯하다. 필자를 포함해 많은 포항시민들이 아직까지 지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치유할 공간인 지진트라우마치유센터 건립은 요원하다. 이 센터는 지진 재난의 특성에 맞는 심리안정의 환경 조성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 등의 치유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지진에 특화된 전문센터다. 하지만 포항시가 흥해읍 일원에 2020년 건립 예정으로 국비 지원(10억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더 이상 늦춰서는 안될 사업인 만큼 포항시와 지역 정치권의 힘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마창성 동부지역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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