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단상] 고등학교 교육의 정상화와 입시의 공정성

  • 뉴미디어부
  • |
  • 입력 2018-11-17   |  발행일 2018-11-17 제23면   |  수정 2018-11-17
[토요단상] 고등학교 교육의 정상화와 입시의 공정성
박상준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

숙명여고 사태가 문제다. 이와 더불어 수시 입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수시 입시가 공정하지 않다는 판단을 해오던 국민이 숙명여고 사태를 계기로 분노를 표출하면서 입시정책을 바꾸라고 압박하기 시작한 것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수시 입시는 ‘학종’ 곧 학생부종합전형이다. 이유는 자명하다. 학종이 학교생활기록부의 모든 사항과 자기소개서, 추천서 등을 평가하면서, 그러한 평가 항목들을 준비하는 데 있어 수도권 학생과 지방 학생,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등의 차이가 심각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하나다. 다른 하나는, 학교생활기록부에 남는 수상 실적이나 비교과 활동 실적 등이 내신이 좋은 특정 학생들에게 쏠리는 현상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수시는 정말 공정하지 않은 입시제도인가. 취지를 앞세우거나 궤변을 늘어놓지 않고 현재 한국 고등교육의 현실을 돌아본다면, ‘그렇다’라고 말해야 한다. 수시가 공정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지점에서 출발할 때 입시제도의 문제, 고등학교 교육의 문제를 바로 볼 수 있다.

현재 한국의 고등학교 교육이 개인의 행복을 위해 필요한 자질을 키워 주는 측면은 어느 정도나 될까. 학생 수에 비춰 보자면 일반고에선 1등급을 받는 4% 내외, 특목고에서는 20%를 약간 상회하는 정도만이 현행 학교 교육을 긍정적으로 생각할 법하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들 또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명문대에 진학할 가능성을 획득했다는 것을 빼고 교육 내용을 보면 개인의 행복을 위한 교육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고등학교 교육 전부가 입시에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순서가 중요하다. 정부는 고등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목적으로 하여 대학입시 개선에 접근해야 한다. 고등학교가 대학입시 준비 기관으로 전락하지 않고 학생들이 그 시절에 습득하고 키워야 할 능력들을 키울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기본적인 사고능력과 의사표현능력을 제고하고, 체육도, 문화적 감수성도, 사회성도 습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교육을 받고 그것을 평가받는 방식으로 대학 진학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사실 대학입시가 어떤 방식으로 치러지든 결과에는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대학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수준에 얼추 맞는 학생을 받아 보다 훌륭한 전문가로 키워낼 의무가 있을 뿐이다. 이 의무의 이행에서 경쟁하여 좋은 대학이 되려고 해야 한다. 대학이 고등학교 교육을 망칠 권리는 눈을 씻고 찾아도 찾을 수 없다. 따라서 공정성을 해치는 방안이라면 줄이고, 공정성을 키우는 방안을 살려야 한다. 이것이 대학입시 개혁의 기본 방향이다.

정시의 비중을 높이고 공정성에 문제가 있는 수시의 요소는 아예 없애거나 적어도 크게 축소해야 한다. 수능은 두세 차례 치를 필요가 있다. 단 한 차례의 시험이 대학과 미래를 결정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여러 차례의 시험을 시행하는 데 소요될 예산은 각종 사교육 시장에 투입되는 가계 부담에 비할 것이 못 된다. 수시의 경우, 교내외 학생 활동을 재학시절 동안 3개 정도로 모든 학생에게 의무화하고, 그런 활동을 했는가만 확인하는 방식으로 평가받게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안 했을 때 감점을 줄 뿐 활동들에 위계를 두거나 총 활동량을 점수화해서는 안 된다. 부모의 경제력이나 거주 지역과 같은 비교육적인 차이가 결과에 있어 큰 차이를 낳기 때문이다. 정확히 같은 이유로, 대학별 고사, 전공능력 평가 등 사실상의 본고사는 폐지 쪽으로 방향을 잡을 필요가 있다.

따지고 보면, 공정성을 가지고 고등교육의 문제를 논해야 하는 상황이란 국가적인 수치라 할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교육 목적을 논의할 수 있기 위해서도, 공정성 시비의 여지를 줄이고 없애는 방향으로 대학입시를 바꿔야 한다. 그때 비로소 고등학교 교육의 정상화도 기대해 볼 수 있다.박상준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