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재개발 때문에 절망하는 사람도 있다

  •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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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19   |  발행일 2018-11-19 제31면   |  수정 2018-11-19
20181119
김진욱 고객지원국장

“감정금액이 터무니없이 적어 이사를 갈 집도 방법도 없다. 이 때문에 일부 주민은 절망적 상태에 빠져 있다.”

지난 12일자 영남일보 사회면에 ‘대구 평리3동 재건축 현장서 용역직원과 주민 충돌’이란 제목의 기사에 나온 재건축 반대 비대위원장의 말이다.

필자는 재건축·재개발 때문에 힘들어 하는 사람을 많이 봤고 지금도 보고 있다. 그래서 절망적 상태에 빠진 주민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짐작이 간다. 그들은 철거현장에서 버텨야 하는 처지가 한스러울 것이다. 그러다 언젠가는 쫓겨날 수밖에 없다. 가난이 죄다. 자신은 재건축을 원치 않았는데, 이런 상황에 처한 것이다. 재건축이 준 절망이다.

재건축·재개발은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동시에 내가 살고 있는 집의 자산가치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자신이 사는 동네가 재건축·재개발되면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대부분의 재건축·재개발은 살던 집을 내놓고도 추가로 돈을 부담해야 한다. 지금 사는 집과 재건축·재개발로 들어설 집값의 차이 때문이다. 추가 부담금을 감당하지 못하면 집을 팔고 떠나야 한다. 주거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재건축·재개발이 오히려 가난한 사람의 삶의 터전을 빼앗고, 더 나쁜 주거환경으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재건축·재개발단지에는 이런 사람들이 반드시 있다. 대구에서 재건축·재개발이 추진되는 지역은 210여 곳에 이른다. 대구 곳곳에서 절망적인 사람이 나타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낮다.

우선 재건축·재개발로 이익을 보는 사람이 더 많기 때문이다. 재건축·재개발은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짓는 일이어서 건축과 관련된 여러 업종에 일감도 준다. 언론도 아파트 분양광고 수입이 생기기에 피해를 입는 소수의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낮다.

재건축·재개발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이유는 다양하다. 연세 많은 분들은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편히 지내다 세상을 떠나고 싶다면서 반대한다. 재개발로 오히려 삶의 질이 떨어지는 사람도 있다. 대지면적이 60평에 육박하는 단독주택에서 월세까지 받으면서 잘살고 있는데, 그 집을 내놓고 재개발로 얻는 것은 30평형대의 아파트다. 지금 그대로 사는 게 훨씬 나으니 강하게 재개발을 반대한다. 그런데 현실은 강제 수용당한다. 내가 아는 분의 현재 상황이다.

가장 격렬하게 반대하는 사람은 가난한 사람들이다. 낡은 단독주택지를 허물고 아파트단지를 세우는 재개발 지역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많다. 추가 부담금을 낼 형편이 안되기에 팔고 이사를 가야 한다. 작고 낡은 집에 살고 있기에 재개발로 집값이 올랐다하더라도 그 돈으로 이사갈 곳이 마땅하지 않다.

그래서 철거현장 속에서 버티고 있다. 철거 자체가 위협적이어서 가족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철거 용역업체 직원과 물리적 충돌을 벌일 수밖에 없다. 시간이 지나면 강제로 쫓겨난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보상을 더 받으려고 한다. 그들이 이사갈 돈을 구할 곳은 보상금밖에 없다. 절망적인 상황은 잘 안보이고 보상을 많이 받으려는 행동은 보인다. 그래서 보상을 더 받으려는 사람들로만 비쳐질 때가 많다.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필자는 재건축·재개발 때문에 좌절하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게 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도심재생에 기대를 건다. 도시 모습이 아파트단지 일색으로 바뀌는 것도 막을 수 있다. 문재인정부가 재건축·재개발 대신 내세운 게 도심재생이다. 기존 주택지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 채 그 지역 특색에 맞게 유지보수하고 공동주차장 같은 편의시설을 마련하는 식이다. 이를 위해 문재인정부는 5년간 5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도심재생이 전통시장이나 관광지가 될 수 있는 특성화된 곳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노후된 주거지역에 재건축·재개발 대신 도심재생 정책을 접목시켰다는 이야기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재건축·재개발 때문에 절망하는 사람이 나타나는 상황은 이제 끝나야 한다. 김진욱 고객지원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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