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성주봉 (聖主峯, 912m· 문경시 문경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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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30   |  발행일 2018-11-30 제37면   |  수정 2018-11-30
“당장이라도 뛰어오를 듯 단단한 근육질 몸으로 기세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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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봉 바로 아래에 미끈한 자태를 뽐내는 소나무 한 그루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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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읍 당포1리 마을회관 앞에 서면 왼쪽 수리봉에서 성주봉까지 산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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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천 도자미술관. 다양한 작품을 전시하고 있고, 도예 서적과 자료도 있다.

들머리인 당포1리 마을회관에 차를 세우면 정면으로 성주봉 일대가 병풍을 두른 듯 펼쳐진다. 성주봉은 문경시 문경읍에서 10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지만 맞닿은 운달산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산이다. 운달산에서 서쪽으로 뻗어내리다 당장이라도 포효하며 뛰어오를 듯이 단단한 근육질의 몸으로 기세당당하게 자리잡고 있다.

당포1리 마을회관에서 성주사 방향으로 작은 다리를 건너 오르면 정면으로 거대한 암벽을 볼 수 있다. 잠시 뒤 성주사를 지나 오르게 될 슬랩(경사진 바위)이다.

좁은 마을길을 따라 오르면 왼쪽에 사당 건물이 한 채 보인다. 조선후기 대문장가이며 학자·시인인 옥소 권섭(1671~1759)의 영정을 모신 옥소영각(玉所影閣)이다. 성주사로 향하는 동안 온 가족이 모여 김장을 하는 풍경이며, 앙상한 나뭇가지에 홍시가 주렁주렁 매달린 풍경이 정겹다.

도로 끝 지점 성주사 앞 등산안내도
사찰 돌탑 지나 거대한 대슬랩 시작
길게 드리워진 밧줄 위압감에 긴장

바위 비집고 뿌리내린 소나무 한그루
갯바위 요염하게 앉아있는 인어모습

손에 잡힐듯 당포리들녘·주흘산 광경
암벽 많고 능선 양쪽은 절벽 경고 문구
줄지어 선 작은 봉우리 끝 수리봉 우뚝
삭지 않은 낙엽길 눈길처럼 미끄러워

도로가 끝나는 지점에 작은 사찰인 성주사 앞에 등산안내도가 세워져 있다. 기도처로 보이는 사찰 주변의 바윗돌을 쌓아올린 돌탑 몇 기를 지나면 곧바로 계단이 나타난다. 몇 번의 계단을 지나면 아래서 보았던 거대한 슬랩이 시작된다. 바위만 있는 곳은 바위 그대로, 나무거나 바위거나 밧줄을 설치할 수 있는 곳은 어김없이 밧줄이 길게 드리워져 있지만 길게는 200여m나 되는 곳도 있어 그 위압감이 오금을 저리게 한다. 비가 내리거나 겨울에 얼어붙기라도 한다면 상당히 위험한 구간이겠다. 아무리 야트막한 산이라도 힘들게 느껴지는 산이 있는가 하면, 그렇게 힘들어보이던 산을 막상 올라보면 생각보다 힘들지 않은 경우가 많다. 절벽일 것 같던 대슬랩도 막상 올라붙으면 발 디딜 자리, 손잡을 자리가 많아 영 오르지 못할 곳은 아니다. 슬랩바위 구간을 다 지나고 절벽 아래를 왼쪽으로 돌아나가는 숲길에 바위틈을 비집고 뿌리내린 소나무 한 그루가 인상적이다. 갯바위에 요염하게 걸터앉은 인어를 닮았다고 보면 그렇게 보이는 걸작이다. 여기서 뒤돌아본 아랫마을 당포리 들녘과 건너다보이는 주흘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구조요청 1번 지점 표지판을 지나 바위를 왼쪽으로 돌아올라 짧은 계단에 올라서면 수리봉(해발 600.1m) 정상이다. 10년쯤 전에 이곳을 올랐을 때에는 작은 바위에 ‘종지봉’으로 표기가 되어 있던 봉우리다. 당포리에서 바라보면 종지를 엎어놓은 듯이 보인다고 해서 종지봉으로 불렸다.

권섭 선생이 이 마을에 거주했으며, 문경새재 옛길박물관에는 선생의 관련 자료가 많이 소장돼 있다. 그 당시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자동(현 당포1리) 고지도에는 이 봉우리가 ‘취봉(鷲峯)’으로 기록돼 있고, 취(鷲)는 독수리를 뜻하는 것으로 수리봉이라 바뀌어 붙여졌다. 수리봉 한편에 봉우리 설명을 담은 안내판이 서있다. 수리봉 바위봉우리에서 성주봉 방향으로 몇 m만 내려가면 10m 높이의 바위에 굵은 밧줄이 매져 있다. 밧줄이 없다면 바위를 더듬고 기어 내려와야 하는 구간이다. 잠시 내려서면 안부를 지나 곧 평평한 공터가 나온다. 콘크리트 블록이 군데군데 보이는 걸로 봐서 묵은 헬기장인 듯하다. 헬기장을 지나 706m봉우리로 이어지는 길은 소나무와 참나무 숲길의 능선이다. 짤막짤막한 바위를 오르내리며 바위를 만나면 어김없이 밧줄이 설치돼 있다. 여러 번 맨손으로 밧줄을 잡고 오르는 동안 손바닥은 코팅된 장갑을 낀 것처럼 빨갛게 달아 올라 있다. 헬기장에서 20여 분 만에 오른 706m봉우리에서도 탁 트인 조망은 아니지만 당포리마을과 맞은편 오른쪽에 보이는 단산(959m) 활공장이 보인다. 간간이 순풍을 맞으며 이륙하는 패러글라이더가 한 대씩 보인다. 706m봉우리에서 내려서는 길에서 높이 15m쯤 되는 수직에 가까운 바위를 만난다. 이곳에도 굵은 밧줄이 나무에 매져 있다. 나무 상태는 어떤지, 밧줄의 상태는 어떤지를 확인하고 일행을 먼저 내려보내고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으니 아찔해 현기증이 인다.

706m봉우리에는 봉우리 표석이나 푯말은 없고 ‘사망사고 발생지역’ 경고판만 있었기에 더 긴장한 탓이겠다. 안부에 내려서면 구조요청 3번 지점이고, 그 옆에 ‘등산안내, 반드시 지정된 등산로만 산행합시다. 성주봉은 암벽이 많고 능선 양쪽은 거의 절벽으로 험준하며…’라는 경고 수준의 등산안내가 있다. 성주봉 산행에서 경고 수준의 안내도는 이정표를 대신할 만큼 많다. 안내판을 지나 왼쪽으로 돌아 오르도록 길이 나있다. 바위를 돌아 우회해 능선에 올라서면 지나온 706m봉우리에서 내려온 아찔한 밧줄이 내려다보이고 그 뒤로 지나온 작은 봉우리들이 줄지어 서있고, 그 끝에 수리봉이 정점을 찍고 있다. 동쪽으로는 운달산 능선이, 서쪽으로는 주흘산과 멀리 조령산 줄기가 가물거리며 조망된다. 전망바위에서 5분 정도 오르면 성주봉 정상이다. 예전에 올랐을 때에는 인공물이라고는 없었는데 자연석에 새긴 성주봉 정상석이 서있고, 남쪽 방향으로 계단을 설치해뒀다. 북쪽으로는 운달산과 대미산이 조망되고, 남쪽 정면은 단산·당포리가 발 아래 내려보인다. 오르던 길에서 정면, 즉 운달산 방향으로 200m쯤 가면 오른쪽 절골로 내려가는 길이 있지만, 지도상에는 험로 표시로 점선으로 표시된 길인데 새로 설치해둔 계단도 있고 해서 이번에는 이 길을 따라 내려 가보기로 한다. 절벽 아래로 3단으로 설치된 계단을 내려서면 잠시 가파른 계곡길이다가 곧 오른쪽 능선을 따라 길이 나있다. 많이 찾지 않은 길이라 낙엽에 발목이 잠길 정도로 푹푹 빠진다. 아직 삭지 않은 낙엽이라 눈길을 걷는 듯 미끄럽다. 정상에서 30분쯤 내려서자 그제야 경사가 누그러들며 서서히 흙길로 바뀐다. 20분을 더 내려서면 큼지막한 봉분의 경주이씨 무덤 3기를 만나고 왼쪽으로 ‘절골 입구 180m’ 이정표가 서있다. 그 길을 따라 내려가면 절골 입구 도로를 만난다. 도로를 따라 당포1리 마을회관으로 가는 길 왼쪽에 주차장이 있고, 주차장을 지나면서 오른쪽 마을길로 들어서면 첫 집이 문경요 도천 도자미술관이다. 개인 전시관이라 작업 중이거나 출타가 아니면 항시 관람이 가능하다.

문경요를 둘러보고 정겨운 마을길을 따라 5분이면 당포리 마을회관에 닿을 수 있다.

대구시산악연맹 이사·대구등산아카데미 강사 apeloil@hanmail.net

☞산행길잡이 당포리 마을회관 -(10분)- 성주사 -(50분)- 수리봉 -(60분)- 성주봉 정상 -(60분)- 경주이씨 무덤 -(20분)- 절골 입구 -(5분)- 도천 도자미술관 -(5분)- 당포리 마을회관

☞교통 = 중앙고속도로 군위JC에서 상주~영천고속도로 상주 방향으로 길을 잡아 낙동JC까지 간다. 중부내륙고속도로 충주 방향으로 따른 뒤 문경새재IC에서 내린다. 문경새재, 문경읍 방향으로 3번 국도를 따라가다 문경읍에서 901번 지방도 주흘로를 따라 약 5㎞를 가면 당포초등학교를 지나 당포리 마을회관에 닿는다.

☞ 내비게이션 = 문경시 문경읍 당포길 121(당포1리 마을회관)

☞ 볼거리 ‘문경요 도천 도자미술관’ = 병풍을 두른 성주봉 아래에 터를 잡고 전통을 이어가는 도예명장이 있다. 경북도 무형문화재 사기장 32-나 호로 지정된 도천 천한봉 선생이다. 도천 선생은 14세의 나이로 입문해 전통 찻사발을 복원하는 일에 매진, 2005년에는 국가기간산업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동탑산업훈장, 2008년에는 일본으로부터 한일 문화교류와 민간외교 공로로 문화훈장을 받았다.

올해 10월에는 ‘2018년 문화의 날’을 맞아 산업의 발달로 사라진 전통 찻사발 복원에 성공해 대한민국의 차 문화와 전통도자예술의 우수성을 알린 공로를 인정받아 화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지금은 도천 선생의 대를 이어 따님인 천경희 작가도 작업하고 있으며 부녀 도예전을 여는 등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미술관에는 도예서적 등 자료가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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