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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정의 도시디자인과 문화] 안전한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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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미디어부기자
  • 2018-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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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와 사회문제, 디자인으로 예방하다

달성군 논공읍 남동초등학교 주변 일대에 실시한 안전한 학교 길 사업. 사업 전과 사업 후의 달라진 모습.
달성군 안전한 학교 길 사업.
유니버셜 디자인.
이탈리아 로마 시내에 설치되어있는 볼라드. <사>한국도시설계학회 홍보 안전디자인연구회 제공
몇 해 전 무릎수술을 해서 걸을 수 없는 어머니를 모시고 집을 나섰다가 가려고 한 목적지는 구경도 못하고 한참을 돌아 집에 돌아온 적이 있다. 맛난 식사를 함께하고자 간 곳은 계단만 있어 휠체어는 아예 접근이 되지 않아 급하게 머릿속을 뒤져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식당으로 가서 한 끼를 해결했던 기억이 있다. 불편한 하루였다.

하지만 도시를 아름답게 가꾸기 위한 생각을 늘 하는 나의 직업병이 작은 배려에서 시작할 수 있는 도시디자인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하는 하루였다. 거리를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 시설물을 디자인하고 스토리를 입혀 보이는 깊이만을 더하고자 했던 디자인들은 진정한 사회를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읽을 줄 알고 볼 줄 아는 사람들만을 위한 디자인을 했다는 것이다. 사용자에 대한 배려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도시의 안전을 위해 모든 사용자를 생각하는 유니버셜 디자인을 고민하기로 했다.

미국의 노스캐롤라이나대 로널드 메이스 교수에 의해 창안된 유니버셜 디자인은 장애의 유무나 연령 등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이 제품, 건축, 환경, 서비스 등을 보다 편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자는 것이다. 이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을 말한다. 유니버셜 디자인의 7대 원칙 중 차별감이나 불안한 열등감을 느끼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사용 가능한 디자인을 해야 한다는 원칙을 생각하게 했다. 도시디자인은 모든 사람 에게 어필이 되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중에 가장 먼저 디자인의 우선순위를 둔다면 나는 안전이라고 생각한다.

美 유니버셜 디자인의 7대원칙 제시
장애·연령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 적용
건축·환경·서비스 안전 최우선 설계
담장 그림·골목 보안등·CCTV 설치
사각·고립지대 감시…사고 방지 효과

달성남동초 주변 안전한 학교 길 사업
어린이·노약자 보호 위한 작은 배려


최근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도시디자인이란 말을 많이 쓴다. 사회적인 문제를 디자인으로 풀 수 있다는 말이다. 이것을 안전디자인 도입으로 해석한다. 어린이나 노약자가 많이 다니는 길에 안전디자인을 도입하고, 오래된 노후건축물들이 많고 좁은 골목길은 특히 범죄예방을 위해 안전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환경개선사업을 해야 한다. 이러한 도시환경개선 사업에서 대표적인 것들은 오래된 담장에 주민과 함께 그림을 그리거나 어두운 골목을 밝게 비추기 위해 보안등을 설치하고 CCTV와 안전벨을 설치하는 것이다. 나를 포함한 전국 공공디자인 전문가들이 안전디자인 사례와 방향을 제시한 ‘안전디자인으로 대한민국 바꾸기’라는 책에 나온 내용을 몇 가지 소개할까 한다.

영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2004년 영국 부총리실에서 작성한 범죄예방 가이드라인은 범죄예방 목적이 아닌, 다양한 수단을 통해 더 안전하고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도시계획을 통해 지속가능하도록 종합적인 목표를 규정했다. 안전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7가지의 필요요소를 정했는데 접근과 동선, 구조, 감시와 주인의식, 물리적 보호, 활동성, 관리와 유지보수를 가이드라인으로 작성해 각 사업에 적용하여 범죄예방 성과를 얻었다고 한다. 또한 호주에서는 공원의 공중화장실 주변에는 의자를 설치하지 않는 방법을 통해 화장실을 이용하는 약자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 기회를 차단한다고 한다. 로마에 설치돼 있는 동그란 볼라드는 단순한 원구 형태로 되어 있고 보도와의 시각적 연속성도 지니고 있다. 보행자가 부딪혀도 사고를 예방할 수 있으며, 가로환경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인 만큼 물리적 방호기능의 일차적 기능을 넘어서 시민들의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 사례로 파주시는 범죄예방 도시설계 디자인을 위한 기본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범죄예방 설계기준 적용의 사전검토를 전문가 참여를 통해 우선 설계를 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사각지대·고립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하고 자연감시가 가능하도록 오픈공간을 만들거나 하는 것들을 설계단계에서 넣도록 한 것이다. 경기도에서는 도시에서 불가피하게 설치해야 하는 도시기반시설 중 보행육교에 대한 안전디자인을 들 수 있다. 화려한 패턴으로 시각적인 장애를 초래한 시설물에 컬러별 차별성을 주고 보행자를 유도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안전디자인을 했다. 이렇게 도시를 디자인함에 있어서 모든 사용자를 배려하고 안전을 고려한 설계가 미리 선행돼야 한다. 안전이 우선된 디자인을 한다는 것은 여러 사용자를 배려한다는 것과 동시에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디자인으로 풀어갈 수 있다는 말이다.

대구시에서도 얼마 전부터 디자인에 기초한 학교 주변 환경개선 사업들을 시작해 지역주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중 하나로 달성군 논공읍 남동초등학교 주변 일대에 안전한 학교 길 사업을 진행했다. 이곳 등하굣길의 환경은 산업단지 지역이라 아침부터 거세게 달리는 차량들을 만나야 하고 지름길을 이용하는 어린이들이 산 둘레길을 걸어야 한다. 달성군에 근무하게 된 첫해에 학생들이 다니는 터널 안에 욕이 적힌 낙서를 지워달라는 학교 교사의 요청으로 현장을 방문했다. 조명시설은 없고 도로에서 푹 꺼진 산 둘레길과 텃밭들 사이를 걸어다니는 학생들을 보고 시작된 사업이다. 어린이 보호구역의 인지성과 운영관리가 잘되지 않고 교통사고 위험이 많은 지역이었다.

내가 마주친 작은 불편함에서 배려의 디자인과 유니버셜 디자인의 필요성을 느끼고 기본적으로 사용자 모두가 안전한 도시디자인을 해야 한다는 것과 일어나지 말아야 할 범죄와 사회문제를 사전에 도시디자인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간혹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공공디자인은 이기적인 마음에서는 할 수 없다. 나만 생각해서는 공공디자인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자주한다. 공공은 모두의 것이고 모두가 공정하게 누릴 수 있도록 유니버셜 디자인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크게는 도시계획 단계부터 도시미관과 함께 사용자들을 고려한 계획을 한다면 보다 아름답고 안전한 도시가 됨은 물론 환경개선을 위한 예산도 많이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안전은 시민들의 삶의 기본 욕구이고 사회적인 존재로서 보장받아야 할 필수적인 것이다. 앞으로 도시의 안전성은 그 지역의 가치와 경쟁력을 제고시킬 조건으로 될 것이다. 우리 지역이 안전도시가 되는 것은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노력이 필요하며, 사고예방을 위한, 또는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안전디자인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달성군 디자인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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