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맘상담실] 토론 잘하는 법

  • 이효설
  • |
  • 입력 2018-12-03 07:56  |  수정 2018-12-03 09:09  |  발행일 2018-12-03 제17면
“부모가 함께 책 읽고 아이에게 질문 만들어보게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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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책을 읽고 서로 그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토론 능력이 향상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대구시교육청 초등교육과 제공>

가정에서 책보다 휴대폰을 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초등생들이 적잖다. 게다가 친구끼리 서로 대화하기보다 문자를 주고받거나 그저 일방적으로 동영상만 보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학부모들은 자녀가 친구들과 마음을 나누고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데 어려움이 없는지 조바심이 난다. 가정에서 간단한 토론을 하면서 자녀를 성장시키는 방법에 대해 현직교사에게 물었다.

Q. 토론교육은 언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A : 초등학교에서는 5~6학년 때 토론교육을 시작합니다. 국어 시간에 주로 다루어지지만 사회 시간이나 도덕 시간에 토론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3학년 때는 문단을 나누고 중심 문장을 찾는 공부를 합니다. 저학년 때부터 차근차근 다져온 국어 실력이 5~6학년 때 토론이라는 형식으로 꽃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대구는 초등학교마다 토론동아리가 있습니다. 1년에 20여 시간 토론을 배울 수 있으므로 관심 있는 학생은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토론동아리를 선택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초등학교 5∼6학년때 토론교육 시작
동아리나 도서관 프로그램 활용 도움


Q. 토론을 열심히 배우면 말싸움을 즐기는 아이가 되는 건 아닐까요.

A : 토론도 넓은 의미에서 의사소통의 한 방법입니다. 늘 차가운 말로 친구를 공격하는 아이를 좋아할 리는 없겠지요. 토론은 무엇보다도 상대방의 말을 귀기울여 듣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따뜻한 마음으로 상대방의 의견을 수용할 줄 아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처음엔 다소 경쟁적으로 토론을 받아들일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무엇이 중요한지 아이들 스스로 깨닫습니다.

Q. 토론을 하다보면 그저 말만 잘하는 아이가 되는 건 아닐까요.

A : 토론을 잘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의견을 뒷받침할 수 있는 많은 자료를 찾아 정리해야 합니다. 여기에서 읽기 능력과 정보를 선별할 수 있는 안목을 기릅니다.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하여 발표해야 하니 논리적인 글쓰기 연습이 되는 건 당연하겠지요. 또한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고 조목조목 논리적 오류나 대안을 제시하려면 듣기 능력과 말하기 능력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토론교육은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교육의 종합선물세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친구들 생각을 잘 듣고 수용하는 넓은 마음까지 갖춘다면 이 아이의 삶은 얼마나 풍요로워질까요?

Q. 집에서 간단하게 토론을 배워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A : 교과서에서 일부 배운 책을 구해 엄마·아빠가 함께 읽고 아이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질문을 하나 만들어보게 합니다. 책은 학교 도서관에 있으니 빌려 보면 됩니다. 저학년의 경우엔 질문 만들기가 어려우니 학부모님께서 도와주세요. 그렇게 한 달에 두 권 정도만 읽고 30분 내외로 그 책에 대한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면 자연스럽게 토론에 필요한 능력이 길러질 것입니다. 초등 5학년부터 중 3학년까지 5년을 하면 100개가 넘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미국의 유명한 대학교에서 실천한 방법입니다. 여기에 같은 주제의 다른 책을 찾아 읽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요. 학부모님의 관심과 함께하는 시간 없이 그냥 아이들이 좋아지는 방법은 없습니다. 이야기를 하고 보니 간단하지는 않네요. 하지만 처음 한두 달보다는 그 다음 달이, 또 그 다음 달이 더 쉬워지는 건 분명합니다.

Q. 학교의 토론 동아리 말고는 다른 프로그램은 없나요.

A : 대구시교육청에서는 책읽기, 토론, 책쓰기를 통한 인문교육을 위해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고 토론한 다음 나눈 생각을 정리하여 발표하는 인문독서나눔한마당, 지역도서관이나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주최하는 토론한마당, 학생 동아리 책축제, 학생 저자 출판 기념회 등이 그것입니다. 교육청 홈페이지나 학교에서 내어 주는 가정통신문 등을 잘 살펴보신다면 인문교육 관련 행사나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음을 느끼실 겁니다.

지역도서관에도 학생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무뚝뚝하고 말수가 적은 지역의 특색 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수도권 아이들에 비해 저평가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아름다운 우리 말글을 잘 쓸 수 있고 따뜻한 가슴을 가진 토론가가 된다면 미래의 리더로 자랄 충분한 역량을 갖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도움말=김성기 대구 구지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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