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리포트] 수사권 조정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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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07 07:36  |  수정 2018-12-07 07:36  |  발행일 2018-12-07 제10면
천주현 형사전문변호사(법학박사) www.brotherlaw.co.kr

정부의 합의안에 어떤 점수를 줄 수 있을까. (1)경찰이 전체 형사사건의 98%를 수사해 온 만큼 이번 조정안은 검찰의 다양한 수사지휘를 폐지해 경찰의 임의수사권을 온전히 보장하겠다는 것으로 평가된다. (2)검찰 직수사 사건을 제외한 일반사건의 처리 절차가 빨라질 것으로 평가하는 견해가 있다. 반면 불송치 결정 사건이나 당사자 이의 사건에 대해 검찰이 재수사하거나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어 현재와 별반 다를 바 없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오히려 경찰 수사결과에 대한 이의신청, 검사 처분에 대한 항고가 가능하므로 지금보다 절차가 한 단계 더 늘어난다고 볼 수도 있다.

(3)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부패범죄 등 중요사건’이 무엇인지 불명확하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직접수사권의 범위를 세밀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4)검찰은 ‘송치 전 수사지휘권 폐지’로 인해 업무가 경감되면서도 한편으론 그 힘을 특수사건에 집중함으로써 수사총력이 오히려 강화될 수 있다. 인지사건을 계속 제한 없이 수사할 수 있게 된 것인데, 이로써 검찰의 직접 수사를 제약하겠다는 정부의 본래 목적은 매우 반감됐고, 검찰권 남용 위험은 그대로 남게 됐다. (5)검·경이 중복 수사시 검사에게 우선적 수사권을 줘 경찰에 사건 송치를 요구할 수 있으나, 경찰이 영장에 의한 강제처분에 착수한 경우는 경찰이 계속 수사할 수 있는 바, ‘영장에 의한 강체처분 착수’가 무엇을 말하는지 논란이 예상된다.

(6)경찰의 수사종결권은 당사자 이의가 많아질수록 선언에 그칠 수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완전한 수사종결권을 보유하게 됐다고 보기 힘들다. 따라서 필자는 경찰 사기 상승을 고려하고 국민의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을 말끔히 씻기 위해 다음과 같은 안을 제안한다. 경찰 불기소 종결처분에 대해 검찰이 경찰을 통제하지 말고, 경찰에 수사종결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재판단하고 재수사를 명령하는 것이다. 위원회는 전문성을 갖춘 외부위원으로 구성하고, 각 위원은 상호 대등한 표결권이 있으며, 위원회의 의견에 경찰이 기속되도록 한다면 당사자 승복률을 제고할 수 있다. 이는 수사·기소와 관련한 일종의 배심작용이므로 민주적 정당성이 높아지는 장점도 있다. 필자의 제안과 비교하면, 정부 조정안의 ‘경찰 부속 국가수사본부 직속 수사심의위원회에서 1년에 두 차례 불송치 결정 사건의 적법·타당을 심의하겠다’는 구상은 매우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도 경찰 불기소의견 송치 건을 검찰이 기소한 건수가 연간 3천300여건이나 되니 말이다.

(7)뇌물사건 등 피해자 없는 범죄는 부실수사 끝에 무혐의 결정이 내려져도 범죄의 성질상 당사자의 이의제기가 불가능하다. 당사자 이의가 없더라도 기록등본을 송부받은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지만, 실효성을 항상 담보할 수는 없다. 따라서 다양한 경우에서 경찰 수사종결 사건에 대한 검찰 통제가 불가능한 지대가 발생하게 된다. (8)한편 경찰이 매우 바라왔던 경찰의 영장청구권은 이번 조정안의 내용이 아니다. 이는 헌법 개정사항일 뿐만 아니라 강제수사의 영역인 만큼 검사와 법관에 의한 이중판단을 받도록 함이 바람직하다. 경찰에게 영장청구권까지 부여해 검사가 영장을 1차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검사의 준사법기관 성격에 반하며, 검사의 영장검토는 인권보호의 주요한 수단이 된다고 본다. 검사가 일반 사건의 수사에서 물러남으로써 검사의 영장검토는 보다 객관적으로 운용될 수 있게 됐다.
천주현 형사전문변호사(법학박사) www.brothe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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