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빅데이터로 알아보는 도보 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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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07   |  발행일 2018-12-07 제22면   |  수정 2018-12-07
SNS서 확산되는 걷기여행
이야기·족적 등 추적 계량화
과학적 관광행정 촉진 도움
수도권·제주도 검색이 많아
지역 홍보 활용 노력 아쉬워
[경제와 세상] 빅데이터로 알아보는 도보 관광

도보 관광은 걸어서 하는 여행이다. 패키지와 비교하면 걷기 여행은 신체활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많다. 디지털 사회에서 걷기 여행객들의 신체활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 공유된다. 사람들은 도보 관광의 느낌과 감상을 사진이나 동영상과 함께 포스팅하거나 댓글을 작성한다.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들을 복사하기도 한다.

SNS에 흔적을 남기는 것을 싫어하거나 두려워해서 홈페이지를 방문하거나 포털에서 둘레길 정보를 검색만 하더라도 그 기록은 실시간으로 처리되고 수집된다. 이렇게 빅데이터는 도보관광객들의 작은 이야기와 발자국들을 기록하면서 희미하지만 소중한 패턴을 추적할 수 있다. 1분당 유튜브에 게시되는 동영상이 72시간, 페이스북 포스팅 공유가 250만 건, 구글 검색이 400만 건이 발생한다. 세계 전체적으로 외부에서 수집 가능한 빅데이터의 절반가량이 SNS이다.

빅데이터는 사람들의 활동을 데이터의 집합을 통해 눈에 보일 수 있도록 계량화할 수 있기에 과학적 관광행정을 촉진할 수 있다. 관광분야 여론조사는 목적지에 대한 인위적 등수 매기기에 가깝다. 응답자들에게 방문한 목적지의 이름을 강요하는 것에서 탈피해 자발적 ‘행위’ 기반의 족적을 모으는 비강제적 빅데이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관광공사는 11월 말에 걷기여행길 사업 10년을 돌아보고 정책방향을 모색하는 ‘코리아둘레길’ 심포지엄을 개최하였다. 이 행사에서 사이버감성연구소(영남대)의 빅데이터 분석이 주목을 받았다. 도보관광지 79개의 빅데이터 조사결과 ‘다산길’ ‘서울 둘레길’ ‘제주 올레길’ 등은 구글 검색량과 포털 카페에서 언급량이 모두 높게 나타났다. ‘영남알프스 하늘억새길’ ‘지리산 둘레길’ ‘북한산 둘레길’ ‘태안해변길’은 구글 검색량은 평균 수준이었지만 카페에서는 상대적으로 많이 언급되었다. 반면에 ‘평화누리길’ ‘아름다운 순례길’ ‘세종호수공원’ ‘인천 둘레길’ 카페는 평균 내외이지만, 구글에서는 상대적으로 많이 검색되었다. 이것은 정보탐색 동기가 강한 사람들은 구글을 찾고, 집단적 정보공유 욕구가 강한 사람들은 카페에 포스팅을 남기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2개의 여행길을 동시에 언급한 홈페이지를 분석한 결과, ‘제주 올레길’과 ‘한라산 둘레길’이 투톱을 형성한 가운데 ‘중문 둘레길’과 ‘송악산 둘레길’이 같은 그룹을 만들면서 인지도 경쟁을 하고 있었다. ‘둘레길’이라는 단어를 포함한 최근 1년간 블로그를 살펴보니 지리산, 북한산, 송악산, 불암산, 우면산, 남산 등 산행 중심의 여행 후기가 다수를 차지하였다. 한라산은 제주도 여행코스로서 이야기하는 경향이었다. ‘출렁다리’와 ‘마장호수’가 여러 블로그에 출현하면서 호수 중심의 둘레길이 주목받고 있었다. 하지만 서울과 수도권 중심의 이야기가 많으며, 제주도를 제외한다면 지방은 명산 이외에는 둘레길 이야기의 주변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걷기여행이 인터넷과 SNS를 통해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빅데이터는 전통적 방법에서 놓칠 수 있는 것들을 채워줄 수 있다. 예컨대 제주올레 관광객은 고연령, 고학력, 전문/관리직, 고소득 집단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 집단은 전화조사에 대한 회피성향이 높다. 반면에 서울시 걷기여행 이용객은 특정 계층에 집중되지 않고 고른 분포를 보인다. 서울과 제주는 빅데이터를 이용하면 방문객의 평범하고 소소한 삶의 이야기로부터 의사소통 전략의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대구에는 13개의 걷기여행지가 있다. 달성군에 6개, 팔공산과 앞산을 낀 동구와 남구에 2개씩 있다. 경북에는 73개가 있다. 경주가 8개로 가장 많으며 봉화에 7개가 있다. 하지만 대구경북 지자체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도보관광의 브랜드화와 홍보방법에 대한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걷기여행에 참여하는 외국인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므로 빅데이터 수집과 시각적 분석으로 해외 이용객의 주목도와 관심도 증대를 위한 정책 발굴이 요구된다.

박한우 (영남대 교수·사이버감성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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