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 예술과 기술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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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17   |  발행일 2018-12-17 제30면   |  수정 2018-12-17
[하프타임] 예술과 기술

예술과 기술의 만남은 최근 문화계의 새로운 트렌드 중 하나다. 상상만 하던 것을 실제로 만들어내는 기술의 힘 때문일까. 예술 분야에서도 기술을 접목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지역에서도 다양한 예술과 기술의 실험을 보게 된다. 지난달 23~24일 대명공연거리에서 대명공연예술올림픽의 일환으로 3편의 공연이 제작됐다. 연극 작품에 홀로그램, 프로젝션 맵핑(건물이나 물체 표면에 영상을 투사해 가상 영상을 만들어내는 것) 기술을 접목한 융복합 공연이었다.

연극 ‘공산 살찌니’에는 양쪽에 홀로그램을 설치해 살쾡이의 움직임을 그려냈다. 연극 ‘오, 신천! 이공제’에는 두 기술을 활용해 대구판관 이서를 기리는 이공제비와 신천의 제방인 이공제를 표현했다. 연극 ‘만나지 못한 친구’에는 실제 만난 적이 없는 전태일과 인권 변호사 조영래가 만나는 장면을 홀로그램 기법으로 보여줬다.

지난 3월에는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인간의 모습을 한 안드로이드형 휴머노이드 로봇 ‘에버’가 성악가와 함께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이 로봇은 인간처럼 감정을 표현하고 몸도 움직였다.

공연에서 기술은 기존의 무대, 배우의 연기가 구현해낼 수 없는 부분을 만들어낸다는 장점이 분명 있다. 그렇지만 예술과 기술이 ‘물과 기름’처럼 어우러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폐막작인 ‘폴리타’는 3D 뮤지컬이다. 3D 영상이 작품의 많은 장면에서 사용됐고, 덕분에 무대가 입체적으로 묘사돼 무대가 내 눈앞에서 바로 펼쳐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때때로 3D 안경을 벗고 싶을 때가 있었다. 배우의 감정표현을 보고 싶었지만 3D 영상이 이를 가렸기 때문이다. 춤과 같은 배우들의 역량을 볼 수 있는 장면에서도 3D 안경을 슬쩍 내려 볼 수밖에 없었다.

대명공연예술올림픽에서 선보인 융복합 공연들도 예산이 다소 적고 공간에 제약이 있었다는 걸 감안해도 아쉬움이 남았다. 작품에 기술을 사용한 이유를 이해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배우들의 움직임과 프로젝션 맵핑, 홀로그램 기술을 어우러지게 하려 했으나 어색한 장면이 종종 눈에 띄었다.

최근 MBC에서 퀸, 에릭 클랩튼, 스팅, 데이빗 보위 등 전설적인 뮤지션들이 참여한 1985년 ‘라이브 에이드(Live aid)’ 공연 실황을 재편집한 프로그램을 봤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로 재조명받는 퀸이 참여한 공연인 덕분에 새롭게 빛을 본 것이다. 당시 워낙 급조된 공연이라 음향상태는 그렇게 좋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도 늦은 밤 TV 앞에 앉아서 감상하기에는 충분했다. 이 공연은 뮤지션들의 열정적인 퍼포먼스와 관객의 열렬한 호응, 그 자체가 만들어낸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영역을 대부분 대체한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예술가 또한 자리를 위협받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최첨단 기술보다 마음을 움직이는 예술가의 행위를 더 믿게 된다.

최미애 문화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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