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유튜버’시대…억대 연봉 채널 국내 100개도 안돼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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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20 07:38  |  수정 2018-12-20 09:39  |  발행일 2018-12-20 제19면
현대판 ‘골드러시’ 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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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높은 수익과 연예인같은 인기를 얻을 수 있다면? 말도 안되는 소리 같지만 이런 ‘꿈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꽤 많다. 특별한 지역도 아니고 가까운 곳에 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유튜버)’다.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시청자와 수다를 떨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고 게임을 하는 것이 직업인 이들은 그저 평범한 주변의 이웃이다. 유튜버는 이런 친근함과 공감능력을 무기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유튜브 방송은 자본금과 특별한 장비없이도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 물론 쉽게 일확천금을 벌 수 있을 거란 환상만으로 진지한 고민 없이 뛰어드는 경우도 종종 있다. 열기가 너무 뜨거워지다 보니 한편에서는 우려도 나온다.

촬영·편집 쉬워져 누구나 도전
올해 초등생 장래희망 5위 올라

대구경북서도 인기 유튜버 활동
낚시·요리·곤충 등 콘텐츠 다양

한국서 구독자 10만명 보유채널
지난해 말 기준 1천200개에 불과

구독자 100만 돼야 ‘억대’ 가능
광고·협찬 등으로 외부수입 올려

◆유튜버 전성시대 열려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에 매달 로그인하는 사용자 수는 19억명이다.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 이상이다. 일정 기준을 달성한 유튜브 영상에는 광고가 붙고, 영상 조회 수에 따라 광고 수익이 발생한다. 유명 유튜버들이 억대 수익을 올리는 배경이다. 많은 이의 선망직업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고, 직장을 관두고 아예 유튜버로 전업하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유튜브의 인기는 세대를 넘어서지만 초등학생들의 관심이 매우 높다. 이 세대에게 유튜브는 방송과 검색, 사회관계망서비스를 모두 합친 매체다.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전국 초등학교 6학년 8천597명을 대상으로 희망직업을 조사한 결과 유튜버가 운동선수·교사·의사·요리사에 이어 5위에 올랐다고 한다. 초등학생 희망직업 10위 안에 유튜버가 든 것은 처음이다. 희망직업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초등생의 56.3%는 ‘내가 좋아해서’라고 답했다.

중·장·노년층의 삶의 모습도 바꾸고 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유튜브를 보는 장·노년층의 모습은 이젠 새롭지 않다. 메신저를 통해 유튜브 링크를 공유하거나 직접 유튜브 제작에 나서는 장·노년층도 적지 않다. 장·노년층에서도 유튜브 전성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를 주제로 가볍게 시작할 수 있고, 혹시라도 인기를 얻으면 큰 수입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외모가 잘생기거나 예쁘지 않아도, 뛰어난 재능은 없어도, 데뷔를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일단 부담없이 ‘스타 되기’에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공간에선 구수한 사투리를 구사하는 할머니도, 하루종일 공부하는 모습만 보여주는 공시생도, 강아지를 키우는 직장인도, 처음으로 혼자 라면 끓여먹기에 도전하는 어린이도 스타가 된다. 너도나도 유튜버에 도전하게 된 데는 기술의 발전으로 예전보다 영상을 찍거나 편집하는 일이 매우 간단해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

◆유튜버 지역 제한도 없어…대구경북에도 인기 유튜버 활동

유튜버는 서울과 수도권에 국한되지 않는다. 대구경북지역의 특색있는 유튜버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경북 북부지역 출신으로 추정되는 우마(U.M.A)는 마니아층이 두꺼운 유튜버다. 2016년 5월에 유튜브 방송을 시작한 그는 이름과 나이, 직업, 사는 곳 등 신상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빨간색 가면을 쓴 채 시청자와 소통을 한다. 구독자 수가 39만7천673명(2018년 12월14일 기준)이며, 올라온 동영상 수는 92개다. 주된 콘텐츠는 낚시와 요리, 자학 실험, 곤충채집 등이다.

우마가 시청자들에게 가장 큰 관심을 얻는 것은 청양고추에 비해 수백배나 매운 핫소스·초콜릿, 가장 신 사탕을 입에 넣는 등 어딘가 좀 수상한 행동을 하는 콘텐츠다. 초등학교 앞에서 문제가 된 말벌집을 채취해 노봉방주를 담그거나, 사향고양이 학대의 산물인 르왁커피에서 영감을 얻어 직접 커피콩을 먹고 배출해 생산한 아메리카노 ‘우마리카노’를 몰래 지인들에게 먹이기도 했다. 생선 손질과 요리에 능숙하고 잡상식도 많은데다 콘텐츠를 진행하다가 예측불가한 상황에서 생기는 변칙적이고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병맛’(병신 같은 맛의 줄임말)의 대중적 수용이라는 측면에서 시청자에게 매력으로 작용한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유튜버 팀도 있다. 호스트 박총무(닉네임)와 PD(콘텐츠 기획 및 촬영자) 등 30대 남성이 팀을 이룬 프리모(PRIMO)다. 구독자 수는 21만1천164명(2018년 12월14일 기준)이며, 동영상 수는 356개에 이른다. 우마와 비슷한 시기에 유튜브를 시작한 프리모는 아이디어 상품 리뷰나 신제품 리뷰, 소소한 생활 팁을 주로 다룬다. 이들이 올리는 영상 가운데 자동차 관련 영상 조회수가 특히 높다. 운전자들이 잘 알지 못하는 자동차 기능과 스마트키 없이 주행이 가능한지 알아보는 실험영상은 조회수가 각각 628만회, 250만회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높다.

◆100만명 구독·억대 수익은 극소수

이미 크게 성장한 인터넷 방송 시장은 ‘디지털 네이티브’(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성장한 세대)가 늘어나면서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튜브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은 10대와 20대에게 유튜버는 이미 연예인이나 다름없다. 이에 따라 유튜버를 직업으로 삼으려는 개인 창작자들도 속출하고 있다. 아마추어들이 재미로 시작했던 1인 창작이 직업화, 산업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누구나 성공을 하는 것은 아니다. 구글코리아가 밝힌 유튜브 한국 채널 중 10만명 이상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은 지난해 말 기준 겨우 1천200여개에 불과하다. 여기에는 싸이, SM 같은 프로 가수나 기획사의 채널도 포함돼 있다. 유명 유튜버들은 연간 수억에서 수십억원의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전체 유튜버수를 감안하면 극소수에 그친다. ‘억대 연봉’을 벌기 위해서는 구독자가 100만명은 넘어야 하는데 이런 채널은 100개도 안 된다. 10만명의 구독자가 있어도 유튜브 영상에 대해 구글이 지급하는 광고수입만으로는 전업 유튜버로 활동하기 어렵다. 구독자수가 1천명이 되지 않으면 수익을 얻을 수조차 없다. 유튜버의 수입 규모는 동영상 광고 외에 협찬이나 간접광고(PPL), 오프라인 매체 영상 판매, 굿즈(goods·관련 상품) 판매 등 외부 수입에 따라 차이가 난다.

‘부익부 빈익빈’의 현실이 그대로 적용되는 유튜버의 세계지만 영상을 올리는 사람들이 모두 큰 돈을 벌기를 기대하고 하는 것은 아니다. 꾸준히 영상을 올리는 유튜버는 구독자 수가 적고 수입이 거의 없더라도 재미와 보람이 있다고 말한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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