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경남 김해을)의 ‘갑질 논란’이 주말(22~23일) 정치권을 뜨겁게 달궜다. 김 의원이 지난 20일 김포공항에서 신분증을 꺼내 보여달라는 공항 직원의 요청에 항의하다가 실랑이를 벌인 일이 알려지면서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의원은 이날 밤 9시쯤 김포공항에서 김해공항행(行) 항공기에 탑승하면서 탑승권과 신분증을 제시해 달라는 공항 직원의 요청을 받았다. 김 의원이 스마트폰 케이스 투명창에 들어있는 신분증을 제시하자 해당 직원은 “꺼내서 보여달라”고 말했고, 김 의원은 “지금껏 항상 (케이스에서 꺼내지 않고) 이 상태로 확인을 받았다”며 거부했다. 직원이 재차 요청하자 김 의원은 “근거 규정이 있느냐. 규정을 제시하라. 책임자를 불러달라”며 언성을 높여 항의했다.
이런 가운데 조선일보는 김 의원이 이 과정에서 “내가 국토위 국회의원인데 그런 규정이 어디 있느냐, 이 XX들이 똑바로 근무를 안 서네” 등의 욕설과 함께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또 김 의원은 보좌진을 통해 한국공항공사 사장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리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누리꾼들은 “특권의식에 젖어 절차도 무시하고 ‘갑질’을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조선일보 보도 내용은 사실과 아예 다르거나 교묘하게 편집·과장돼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결코 욕설을 하지 않았다. 제가 탑승 수속을 밟은 제일 마지막 승객이어서 뒤에서 기다리는 승객들이 ‘빨리 꺼내라’고 했다는 내용도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또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특권이나 특별대우를 바란 것이 아니다. 오히려 국회의원에게도 이렇게 근거 없는 신분 확인절차가 거칠고 불쾌하게 이뤄진다면 시민에게는 얼마나 더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며 “그러지 않길 바라는 시민의 입장에서 상식적인 문제 제기와 원칙적인 항의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정치권은 비판을 쏟아냈다.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등 야권은 ‘자격미달’ ‘노무현의 이름에 먹칠했다’ 등 거센 표현을 써가며 일제히 맹비난했다. 특히 민주평화당 문정선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노무현이란 이름의 가치는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이었다. 특권 갑질로 노무현 이름에 먹칠한 김정호 의원의 반칙왕 등극을 축하한다”고 힐난했다. 친(親)여권인 정의당마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특권과 반칙이 맞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 의원은 지난 6월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지방선거 출마로 공석이 된 ‘경남 김해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초선 의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당시 농업정책 특보를 지냈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대통령기록관리비서관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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