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역 ‘2000년 악몽’ 재현 우려…예방접종해도 항체 없을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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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석천기자 서정혁기자
  • 2019-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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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호흡기 전염병 확산 ‘비상’

대구가 연초부터 전염병 공포에 휩싸였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독감으로 병원마다 환자가 넘쳐나더니 급기야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Respiratory Syncytial Virus)가 발생하고, 국내에서는 완전 퇴치됐던 홍역이 다시 유행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불거진 RSV와 홍역은 면역체계가 약한 생후 6개월 이내 영유아가 쉽게 걸릴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면역력 저하자 홍역 감염 주의
1차접종만 하면 항체 안생기기도
2차접종 했어도 항체 점차 소멸
확진된 간호사는 1차접종만 해


RSV 발생 조리원 산모 불안
환자수 8일 하루만에 12명 증가
당국, 역학조사 등 모니터링 강화
잠복기 8일…환자 더 늘어날 듯


◆19년 만에 홍역 대유행하나

대구에서 발생한 다섯 번째 홍역 환자가 30대 중반의 의료인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보건당국이 방역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수만명을 감염시켰던 홍역 대유행이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00~2001년 홍역이 유행하면서 5만5천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했다. 당시 홍역 예방접종률이 95%에 못 미치면서 면역력이 없는 이른바 ‘감수성자’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이후 정부는 ‘홍역퇴치 5개년 계획’을 진행했다. 초등학교 입학 전 예방접종 확인사업을 통해 2차 홍역 백신 접종률을 95% 이상 유지하고,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8∼16세 감수성자에 대한 일제 예방접종을 실시했다. 이에 따라 2006년 홍역 발생률이 인구 100만명당 0.52명으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제시한 퇴치기준을 충족해 그해 11월 홍역퇴치를 선언했다. 2014년에는 서태평양지역 홍역퇴치인증위원회(RVC)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2014년 모두 442명의 홍역 환자가 발생했지만 대부분 국외 유입 또는 국외 유입 연관 사례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당시와 같은 대규모 감염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도 취약 연령대 등 면역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김신우 경북대 의대 교수(알레르기감염내과)는 “영·유아의 경우 통상 생후 6~11개월에 예방접종을 하는데 항체가 생기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12개월 이후 2차 접종이 중요하다”면서 “이번에 발생한 홍역 환자 3명도 생후 5~11개월의 영유아”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정부가 홍역퇴치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20~35세의 연령대가 홍역에 취약한 사각지대라고 우려했다. 그는 “정부가 2차 접종을 의무화한 이후 예방접종을 한 20세까지는 항체가 많고, 홍역을 앓고 지나간 35세 이후 세대도 위험은 낮은 편”이라면서 “하지만 20~35세 중 1차만 접종한 사람, 2차까지 했지만 항체가 빨리 떨어진 사람들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홍역 확진 판정을 받은 35세 간호사도 예방접종을 1차만 한 케이스였다.

◆RSV 환자의 지속적인 증가

달서구 한 병원이 운영하고 있는 산후조리원에서 발생한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감염 환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부모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출산 직후의 산모와 영아가 주로 이용하는 산후조리원에서 발생한 만큼 대규모 감염 사태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다. 실제로 대구시와 달서구보건소 등에 따르면 8일 RSV 확진 환자가 전날 5명에서 17명으로 하루 새 10명 이상 증가했다. 확진환자 중 11명은 입원 중이며 2명은 증상이 완화돼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 4명은 퇴원했다.

달서구보건소 등 방역당국은 바이러스 전염을 막기 위해 산모, 신생아 등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하고 있다. 산후조리원을 거쳐간 아기 68명과 산모 68명, 간호조무사 등 종사자 34명 등 170명을 상대로 호흡기 역학조사를 실시하는 등 전염 가능성이 높은 대상을 중심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RSV의 잠복기가 최대 8일에 달하기 때문에 감염환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산모와 가족은 산후조리원·보건소가 제때 대처하지 않아 피해를 확산시켰다는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생후 1개월 된 자신의 아기가 해당 조리원에서 RSV에 감염돼 확진을 받았다는 김모씨는 “지난 3일 해당 병원 소아과에서 진료를 볼 때도 증상을 말했고, 4일 신생아 검사와 관련된 문의를 하면서도 다시 한 번 얘기했지만 병원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후조리원과 보건소가 제때 신고를 하지 않아 피해를 확산시켰다는 주장이다. 해당 병원은 지난 6일 신생아실 운영을 중단했다. 또 산후조리원 아래층에서 운영하고 있는 문화센터도 감염 방지와 소독을 위해 1월 한 달간 문을 닫기로 했다.

RSV는 사람에게 전염되는 인간 세포융합 바이러스의 일종으로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와 노약자에게 호흡기 질환을 발생시킨다. 감염될 경우 영·유아에게 모세기관지염이나 폐렴 등을 유발시키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다. 특히 특별한 치료제나 백신이 없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소멸될 때까지 입원치료를 받아야 하며, 이 과정에서 면역체계가 약한 아기는 2차 감염이나 다른 질병에 걸릴 수 있다. 백윤자 시 보건복지국장은 “추가 확진 환자 발생 여부에 대해 촉각을 세우고 있다”면서 “RSV 환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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