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북단 섬 홋카이도를 가다] 겨울 눈꽃으로 칠해진 만화 속 세상

  • 권혁준
  • |
  • 입력 2019-01-11   |  발행일 2019-01-11 제37면   |  수정 2019-01-11
20190111
오타루 운하.

현실 속 겨울왕국은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청명한 하늘과 눈 덮인 산, 그 속에 만발한 눈꽃은 애니메이션 속 세상을 구현해 놓은 듯하다. 일본 최북단의 섬인 홋카이도는 면적이 8만3천457㎢로 일본에서 5번째 큰 섬이다. 일본 전체의 22%를 차지하며, 남한 면적의 85%에 이른다. 인구는 약 550만명으로 홋카이도 제1도시인 삿포로(인구 약 190만명)를 제외하면 때묻지 않은 자연과 정겨운 시골마을의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홋카이도는 사계절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봄에는 분홍·노랑의 꽃들이 만발하고, 여름에는 원시시대 자연모습 그대로의 녹음을 즐길 수 있다. 가을에는 알록달록한 단풍을 만끽할 수 있으며, 겨울에는 흰눈이 온 세상을 뒤덮는 절경을 마주할 수 있다. 영국 런던, 독일 뮌헨과 비슷한 위도에 위치한 홋카이도는 전체적으로 냉대 기후를 보여 특히 겨울의 진가를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홋카이도에는 사계절 내내 여행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휴양·관광·레저 등 여행의 묘미를 모두 느낄 수 있다. 넓은 대지를 자랑하는 홋카이도는 크게 4개 지구로 나뉜다. 홋카이도의 정치·경제 중심지인 삿포로를 끼고 있는 중부지구, 사무라이 시대를 엿볼 수 있는 성과 서양 문화를 지닌 남부지구, 일본 최북단으로 여름의 꽃과 겨울의 눈이 매력적인 북부지구,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태고의 자연이 살아 숨쉬는 동부지구 등 지역마다 각기 다른 특색을 지니고 있다. 이중에서도 삿포로를 중심으로 한 중부지구는 홋카이도를 찾는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여행하는 곳이다.

삿포로 중심 중부지구 관광객들 몰려
계절마다 아름다움 뽐내는 구 도청사
세계 3대 축제 ‘삿포로 눈축제’열기
모이와야마 전망대서 보는 日 3대야경

과거 나룻배로 물건 나른 오타루 운하
1만 5천점 오르골 전시·판매 오르골당
근대 건축물 명소 사카이마치도리 거리
대자연에 녹아드는 도야호·온천마을


◆하루가 짧은 삿포로

20190111
삿포로의 상징인 홋카이도 구 도청사 건물. 미국풍 네오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이 건물은 ‘아카렌가’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홋카이도 제1도시 삿포로를 여행하기엔 하루가 짧다. 오전부터 늦은 밤까지 둘러볼 곳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낮은 낮대로, 밤은 밤대로 매력적이다.

삿포로에는 홋카이도 구 도청사가 있다. ‘아카렌가’(붉은 벽돌이란 의미)라는 애칭으로 도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구 도청사는 사계절의 변화 속에서 붉게 빛나며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메이지 21년인 1888년 건립된 구 도청사는 폭 61m, 안길이 36m, 높이(탑 정상부) 33m 규모로, 신청사가 지어질 때까지 약 80년간 홋카이도의 중심역할을 해왔다.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구 청사는 현재 내부에 홋카이도립 문서관, 홋카이도 박물관 아카렌가분관, 가라후토(사할린) 관련 자료관, 아카렌가 북방영토관, 국제 교류 도산품 전시실, 기념실 등을 두며 관광명소로 활용되고 있다.

삿포로 내 오도리공원은 사계절 축제로 가득하다. 봄에는 라일락 축제, 여름에는 비어가든, 가을에는 음식축제인 오텀페스트가 열린다. 특히 겨울에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화려한 조명으로 공원을 장식한 화이트 일루미네이션 축제(11월 말~크리스마스)가 열리고, 2월 초엔 세계 3대 축제로 꼽히는 ‘삿포로 눈 축제’가 성대하게 펼쳐진다. 오도리 공원에 있는 삿포로TV탑에서 시가지 전경과 축제장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삿포로의 밤을 만끽하고 싶다면 모이와야마 전망대가 제격이다. 로프웨이와 미니케이블카를 타고 해발 531m의 산에 위치한 전망대에 도착하면 반짝거리는 불빛으로 가득한 삿포로 시내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삿포로 야경은 2015년에 이어 지난해 일본 신(新) 3대 야경에 선정되기도 했다.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도시 오타루

20190111
오타루 오르골당에 전시된 동물모양의 오르골.

인구 15만여명의 작은 도시 오타루는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을 준다. 실제로 영화 ‘러브레터’의 배경으로 잘 알려진 이곳은 19세기 말 건축물이 잘 보존돼 있고, 거리에 세워진 가스등은 이국적 경관을 뽐낸다.

홋카이도 최고의 상항(商港)인 오타루에는 과거 나룻배들이 오가며 물건을 날랐던 운하가 남아있다. 1986년 운하 주변 산책로 정비사업이 진행되면서 산업쇠퇴로 버려진 창고들에는 카페, 식당, 공예품점 등이 들어섰다.

오타루의 명소로는 오르골당이 있다. 오타루를 들른 관광객들이 꼭 찾는 곳이다. 1912년 지어진 오르골당은 일본 최대 규모의 오르골 전문점으로, 1만5천점 이상의 다양한 오르골을 전시·판매한다. 고전적인 목각 오르골부터 유리제품의 오리지널 오르골, 고양이 등의 동물 모양을 한 오르골까지 종류만 3천여종에 이른다. 오르골을 구매하지 않고 오르골당의 내·외부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오르골당 앞 메르헨교차로에서 시작되는 사카이마치도리 쇼핑 거리엔 오타루의 명소들이 대부분 몰려있다. 이 거리는 1900년대 전후로 지어진 근대 건축물이 많이 남아있는데 지금은 대부분 박물관, 카페, 음식점, 상점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유리공예 전문점에서는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작품인 유리공예품을 만날 수 있으며, 초콜릿으로 유명한 ‘르타오(LeTao)’ 본점 등 달콤하고 맛있는 디저트 전문점들은 관광객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화산이 준 선물, 온천과 천혜의 자연

20190111
홋카이도 대표 온천인 노보리베츠 지옥계곡 모습. 매캐한 유황연기와 수증기가 끊임없이 뿜어져 나온다.
20190111
화산이 준 천혜의 자원인 도야호 모습. 유람선을 타고 4개의 섬을 둘러볼 수 있다.

삿포로에서 약 1시간30분 떨어진 곳에는 아름다운 여신이 산다는 전설이 있는 도야호가 있다. 둘레가 무려 43㎞에 이르는 도야호는 백두산 천지처럼 화산 폭발로 지형이 함몰돼 만들어진 칼데라 호수다. 화산활동의 결과로 만들어진 호수 아래에 마그마가 있어서 겨울에도 얼지 않는다고 한다. 아름다운 주변 풍경 때문에 홋카이도의 5대 경관으로 선정됐으며, 2008년 G8 세계정상회담이 열린 장소로도 유명하다. 유람선을 타고 4개의 섬을 둘러볼 수 있으며, 여름시즌엔 섬에 잠시 내려가 대자연을 느낄 수 있다.

일본여행은 곧 온천이라고 할 수 있다. 홋카이도 역시 곳곳에서 온천을 즐길 수 있다. 그중에서도 산과 숲, 하늘을 감상하며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노천탕은 단연 으뜸이라 할 수 있다. 때묻지 않은 자연을 바라보며 따뜻한 온천물에 몸을 담그면 스르르 자연에 녹아드는 느낌이다. 특히 겨울철 노천탕은 몸은 따뜻하고 머리는 차가운 색다른 매력을 전한다. 온천욕을 끝내고 마시는 맥주는 그야말로 꿀맛이다.

대표 온천으로는 삿포로에서 남쪽으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온천마을 죠잔케이가 있다. 이곳은 60여곳의 원천지에서 60~80℃ 정도의 온천수가 분당 8천600ℓ씩 솟아 오른다. 근처에 삿포로국제스키장이 있어 겨울 레포츠를 즐긴 뒤 온천욕을 하며 피로를 풀기에 제격이다.

일본 ‘3대 온천’으로 꼽히는 노보리베츠 온천마을도 빼놓을 수 없다. 이곳은 1만t 이상의 온천수가 쏟아지는 대규모 온천으로 효능이 다른 9종류의 온천수가 솟아오른다. 온천마을 옆 활화산 분화구에서 유황연기와 수증기가 뿜어져 나와 지옥계곡으로도 불린다. 노보리베츠 온천마을과 가까운 곳에는 노보리베츠 민속촌이 있어 온천을 즐기고, 사무라이 시대의 역사도 살펴볼 수 있다.

글·사진=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취재협조=에어부산

☞ 대구는 홋카이도까지 곧바로 이어지는 하늘길이 열려 있다. 에어부산은 대구~삿포로(신치토세공항) 노선을 하루 1회 왕복 운항한다. 대구에서 오후 3시10분, 삿포로에서 오후 6시40분에 출발하는 일정이다. 소요시간은 약 2시간30분이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