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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석의 電影雜感 2.0] ‘마약왕’‘스윙키즈’‘PMC: 더 벙커’ 는 왜 실패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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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미디어부기자
  • 2019-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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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 성공에 취한 감독들, 프로듀서 부재로 빚은 씁쓸한 뒷맛

평소 잘 안 하는 할리우드 영화 이야기 좀 해보자. ‘도니 다코’(2001)라는 영화가 있다. 국내에서는 다소 낯선 작품이지만 배우 제이크 질렌할이 사실상 첫 주연을 맡아 10대 소년이 겪는 불안정한 세계를 훌륭히 소화해 할리우드 대표 배우로 성장하게 한 영화로, ‘E.T’의 저 유명한 아역배우 출신 드류 배리모어가 제작을 맡았다. ‘도니 다코’의 시나리오를 들고 할리우드를 헤매던 감독 리처드 켈리를 만나 이야기를 들은 제작자 드류 배리모어는 “난 당신의 머릿속이 궁금하다. 당신의 머리에 투자하겠다”는 말과 함께 즉각 제작을 결정했단다. 평범한 고등학생에게 일어난 기이한 일들을 그리고 있는 영화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통찰력으로 불안한 청춘의 희생과 구원의 판타지를 창조해내면서 할리우드뿐 아니라 국내에도 열광적인 지지자들을 여럿 만들어냈다. 21세기형 컬트 영화의 탄생이었다.

당연히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이 높을 수밖에 없던 상황에서 감독은 5년 만에야 ‘사우스랜드 테일즈’를 내놓는다. 2006년 칸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되었는데 뜻밖의 혹평 세례를 받으며 배급사가 2시간40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에서 1시간 정도 잘라낼 것이라 선포하는데 곧 감독의 강력한 반발이 이어졌다. 국내에도 친숙한 배우 드웨인 존슨을 비롯해 사라 미셸 겔러, 숀 윌리엄 스콧, 맨디 무어, 케빈 스미스와 미란다 리처드슨, 크리스토퍼 램버트 같은 배우들이 대거 나오는 데다 저스틴 팀버레이크라는 깜짝 카드를 숨겨놓아 혹평은 충격이었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 등장인물은 충분히 설명되지 않고 그들 간의 관계 역시 명확하지 않았다. 게다가 무작위로 삐져나오는 이야기의 가지는 유기적인 연결과 정돈된 내러티브와 거리가 멀었다. 감독은 이후 ‘더 박스’(2009)를 힘겹게 내놓긴 했지만 26세에 ‘도니 다코’를 만들었던 반짝이는 리처드 켈리는 이제 없다. 폭망한 ‘사우스랜드 테일즈’를 떠올리게 하는 일들이 한국영화계에도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말 개봉한 우민호 감독의 ‘마약왕’은 1972년부터 1980년 봄까지 독재 정권의 혼란 속에 있었던 대한민국에서 마약으로 백색 황금시대를 누렸던 이들의 삶을 담았다. 개봉 전부터 관객들의 기대감을 모았던 건 바로 ‘시대를 풍미했던 마약왕과 그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려냈다는 것이다. 특히 부산을 거점으로 대한민국을 뒤흔든 실제 마약 유통 사건들을 모티브로 한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이었고, 제작진은 이미 전작 ‘내부자들’이 개봉하던 시점부터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 돌입해 철저한 사전 조사와 자료 수집을 진행했다는 점도 기대감을 키우기에 충분했다.

‘마약왕’과 같은 날 개봉한 강형철 감독의 ‘스윙키즈’는 1951년 거제 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오직 춤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오합지졸 댄스단의 탄생기를 그린 영화다. 6·25전쟁 당시 한 종군 기자가 거제 포로수용소에서 복면을 쓴 채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춤을 추고 있는 포로들을 촬영한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된 창작 뮤지컬 ‘로기수’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영화는 ‘6·25전쟁’이라는 가장 슬픈 역사와 ‘춤’이라는 가장 신나는 소재의 다소 이질적인 조합을 통해 전에 없던 재미와 볼거리를 선사한다고 했다. 각기 다른 이유로 댄스단에 합류한 남과 북, 미국과 중국에서 온 다섯 캐릭터들의 개성과 앙상블이 만드는 유쾌한 웃음과 드라마틱한 전개로 관객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두 편보다 일주일 늦게 개봉한 김병우 감독의 ‘PMC: 더 벙커’(이하 PMC)는 블랙리저드라 불리는 글로벌 군사기업의 수장 에이헵이 CIA로부터 거액의 프로젝트를 의뢰받아 지하 30m 비밀벙커에 투입되어 작전의 키를 쥔 닥터 윤지의와 함께 펼치는 리얼타임 액션영화였다. 군대가 돈에 의해 움직일 때 일어날 수 있는 설정에 꽂혀 김 감독과 제작진은 무려 1년 동안 PMC(Private Military Company)에 관한 수십 권의 책을 독파해 시나리오 작업에 임했고 거기에 현직 종군 기자의 감수까지 거쳐 실감나는 전투신을 담았다고 했다.

이 세 편의 공통적인 특징이라면 작품을 만든 감독들이 모두 전작을 흥행시켰다는 점이다. ‘마약왕’은 전작 ‘내부자들’로 707만명을 동원했던 우민호 감독과 국민배우 송강호의 만남으로 개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지만 개봉 직후 엇갈린 평단의 반응과 관람객들의 혹평 속에서 누적관객 186만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참패했다. 송강호에 의지한 영화였음에도 그가 연기한 이두삼의 복잡한 심리변화나 갈등을 제대로 부각시키지 못한 데다 배우 배두나와 조정석의 미스 캐스팅 논란도 뼈아프다. 애초 알려진 손익분기점은 400만명이었다고. ‘과속스캔들’(824만명)과 ‘써니’(732만명)로 천만 감독을 앞두고 있던 강형철 감독의 ‘스윙키즈’는 전작들 이후 춤 영화를 찍고 싶었다는 강 감독의 바람과 가슴 아픈 이념 문제를 한 영화에 다 담으려는 야심을 따라가지 못한 완성도에 배우 도경수와 박혜수의 빛나는 재능에도 손익분기점 370만명에 훨씬 못미치는 145만명의 관객만을 동원하는 데 그친다. 손익분기점 410만명의 ‘PMC’는 아직 극장에 걸려있긴 하지만 게임 문법이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의 혹평으로 누적관객 164만명을 더 넘기기는 어려워 보인다.

개봉 당시 매체들과 가진 인터뷰를 보면 세 영화 모두 나름의 작가적 야심으로 연출한 작품이라는 걸 잘 알겠다. 문제는 이 영화들은 모두 제작비 100억원대(‘마약왕’은 150억원, ‘스윙키즈’는 153억원, ‘PMC’는 140억원을 들여 만들었다)를 넘게 쏟아부은 상업영화라는 것이다. 전작들의 성공으로 자신감에 불타는 감독들의 의욕을 적절하게 조율할 프로듀서의 부재가 빚은 참사라 부를까. 상업영화로서의 미덕을 보여주지 못하는 상업영화는 그 자체로 영화가 아니다. 할리우드는 일찌감치 그런 시스템을 갖추어 전 세계를 공략 중이다. 전작의 성공에 취한 감독님들, 영화는 혼자만의 예술이 아니에요. 바야흐로 걱정했던 한국영화의 진짜 위기다. (독립영화감독, 물레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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