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답패턴 알고리즘으로 파헤친 ‘영어회화 앱’ 15만건 다운로드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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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19 08:12  |  수정 2019-01-19 08:13  |  발행일 2019-01-19 제13면
■ 머신러닝 기반 연구소 기업 ‘올인원 에듀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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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외국어는 유별난 입지로 굳어졌다. 그중에서도 영어는 단순한 언어가 아니라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 도구이자 차별의 기제가 된 지 오래다. 영어를 못하면 대학 진학이 어렵고, 취업은 물론 승진조차 힘들다. 영어 사교육 시장이 과열되고 영어 광풍이 몰아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통·번역 앱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인공지능(AI) 시대에도 외국어의 입지는 여전하다. 하지만 영어 학습이 쉽지만은 않다. 특히 나이 들어 시작한 영어 공부는 더욱 그렇다. 학원에서 이뤄지는 일대 다수의 수업은 진도를 따라가기 급급하고, 외국인 강사의 회화 수업은 부담스럽다. 또 동영상 강의는 눈과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대구지역 연구소기업 올인원 에듀테크는 이런 단점들을 보완한 영어 학습 앱을 개발했다.

◆머신러닝 기반 영어 학습 앱 ‘영어판다’…다운로드 수 15만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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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산학협력관에 입주한 올인원 에듀테크는 2017년 9월 기계학습(머신러닝) 기반 개인 맞춤형 영어회화 학습 앱(안드로이드용) ‘영어판다’를 내놓았다. 이듬해 5월에는 iOS용으로 출시했다. 영어판다의 가장 큰 장점은 기계학습으로 모인 데이터베이스로 알고리즘(algorithm·어떤 문제의 해결을 위해 입력된 자료를 토대로 원하는 출력을 유도해내는 규칙의 집합)을 통해 영어 학습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용자의 오답패턴을 분석해 사용자가 이미 알고 있는 학습 영역은 제외하고 필요한 부분만 자동 추천하는 방식이다.

학습 시스템은 영어를 구성하는 단어, 영어작문, 듣기, 말하기, 발음 5가지 영역을 한데 묶었다. 하루 10개 단어를 학습해 문장을 만들고 그 문장을 들어본 뒤 말해보는 것이다. 최소 하루 10분만 학습해도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올인원 에듀테크 측의 설명이다. 이는 이원형 올인원 에듀테크 대표<사진>가 만들어낸 영어회화 학습법이다. 회사 상호에 ‘올인원(All in One)’이란 이름을 붙인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대표는 서울지역 유명 어학원의 스타강사였다. 종로 YBM과 신촌 파고다 어학원에서 7년간 영어회화 강사로 지냈다. 특히 파고다 어학원에서는 영어회화 강사 가운데 처음으로 억대연봉을 받았다. 학원에서 제공하는 커리큘럼이 아니라 자신만의 학습법 덕분이었다. 이후 그는 ‘나의 강의로 사업을 꾸릴까?’를 고민했다. 시원스쿨과 야나두, 스피킹맥스 등 스마트러닝(온라인 영어) 브랜드가 쏟아질 때였다. 이 대표는 2015년 9월 일산에서 창업을 했다. 사업 아이템은 영어회화 인터넷 강의였다. 1년간은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홍보 마케팅을 제대로 펼치지 못한 데다 오프라인 위주였던 올인원 학습법을 온라인에 구현해낼 수 없었던 탓이다.

이 대표는 “독창적인 올인원 잉글리시로 인정을 받았던터라 이와 관련된 사업도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그래서 앱에 ICT(정보통신기술) 기술을 융합하면 온라인에 올인원 학습법을 구현해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루 10개 단어 학습 후 문장 만들어
듣기·말하기·발음 등의 영역도 학습

대표, 과거 서울 유명 어학원 강사 출신
“오프라인 경험 온라인에 적용 힘들어
ICT기술 융합으로 앱에서 구현해내”
작년 6월 파고다와 콘텐츠 제휴 맺어

대표 “평상시 쓸 수 있는 영어 익혀야
매일 10∼20분이라도 꾸준함이 중요”



이 대표는 2016년 10월 대구 달성군에 터를 잡고 연구소기업으로 재출발하면서 1년간 영어판다 앱을 개발했다. 영어판다에는 올인원 학습법을 그대로 녹여냈다. 영어를 구성하는 5가지 영역을 개인맞춤형 영어 레벨테스트로 진행하도록 설계했다. 이어 매번 다른 문제들을 제공해 각 문제의 풀이에 따라 다음 추출될 문제가 결정되도록 구성했다.

영어판다가 출시되자 시장의 큰 관심을 이끌어냈다. 지난해 6월 파고다 어학원과 콘텐츠 제휴 계약을 맺고, 3개월 뒤에는 삼성 멀티캠퍼스와 서비스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영어판다 앱 다운로드 수는 15만건에 이른다.

올인원 에듀테크의 비전은 누구나 쉽게 저비용으로 영어를 잘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교육도 빈익빈부익부다. 국내에서 저비용으로도 어학연수를 다녀온 사람보다 영어를 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독자적으로 터득한 영어학습법을 앱으로 개발

이 대표가 올인원 학습법을 개발하는 데 허투루 낭비한 유학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3년 만에 귀국했다. 미국 현지에서 중·고교를 다녔지만 영어회화 실력은 유창한 편이 되지 못했다. 외지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투영어’만 익힌 탓이었다. 주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 소속 병사인 카투사에 지원하려고 토익 시험을 쳤다. 600점을 넘어야 지원자격이 주어지는데 465점을 받았다. 기초부터 다시 배워 토익점수 600점을 넘겼고 카투사로도 근무하게 됐다. 영어회화 실력은 여전히 유창한 편이 아니었고 수도권 대학에 다니던 군대 동기들과 달리 고졸이었던 그에게 ‘학벌’이란 장벽은 크게 다가왔다.

이 대표는 “처음에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를 다니는 동기들에게 기가 눌렸지만, 눈치가 빠른 내가 고참들에게 예쁨을 받으면서 ‘내가 못난 게 아니라 공부를 안했기 때문’이란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후 이 대표는 하루에 단어 몇개를 익히고 그 단어들을 구성해 문장을 만들어 미군에게 말을 붙여보는 연습을 하루도 빠짐없이 했다. 제대할 때쯤 영어회화 실력은 몰라보게 늘었다. 이 대표는 다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브링검영 대학(Brigham Young University)’에서 회계학을 전공했다. 영어가 유창하지 않으면 전공과목과 영어를 같이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수업 진도를 따라가는 것도 버거운데 그는 영어를 따로 공부할 필요가 없었다. 이 대표는 3년간 장학금을 받았다. 졸업한 뒤에는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다국적 회계컨설팅기업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ricewaterhouse Coopers)에서 근무했다.

올인원 학습법에는 이 대표가 영어를 터득한 방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외국에 나가보지 않은 사람은 외국에 살게 되면 영어를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갖는다. 미국인 친구들이 생기면서 자연스레 영어회화 실력이 늘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외국인 친구를 사귀는 것도 어려워서 결국 여행을 가거나 관광을 가서 할 법한 영어만 쓰게 된다. 이 때문에 어학연수를 다녀와도 다시 영어 기초수업을 듣는 게 대다수다. 의지와 노력이 빠진 상태에서 환경이 영어회화 실력을 키워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한국의 주입식 영어학습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냈다. 그는 “토익, 토플 만점자인데도 영어를 할 때 시제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영어 공식만 배운 탓에 생겨난 문제점이다. 지문을 읽지 않고 평상시에 쓸 수 있는 영어를 익혀야 영어회화 실력이 늘 수 있다. 지문을 보지 않고 입으로 영어를 뱉는 연습을 하라. 매일 10~20분이라도 영어를 꾸준히 익히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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