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극장가] 사극 빼고 다 있다…골라 보는 ‘재미’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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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01   |  발행일 2019-02-01 제42면   |  수정 2019-02-01
코믹·액션·SF·애니 풍성한 라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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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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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타 : 배틀 엔젤’

설 연휴가 시작됐다. 지난해 추석과 연말이라는 두 번의 대목 극장가에서 연달아 고배를 마신 한국영화가 이번 설 시장에선 분위기 반전을 꾀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만큼 주요 배급사들은 메뉴 선정에 공을 들였다. 양보단 질로 승부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설 극장가 라인업을 보면 코믹·액션·SF·애니메이션 등 관객 입맛을 확실히 사로잡을 내실 있는 작품들로 꾸며졌다. 다만 감초처럼 등장하던 사극이 올해는 빠졌고 한국영화도 ‘극한직업’과 ‘뺑반’, 단 두 편에 불과하다. 반면 올해 최고의 기대작 ‘알리타’는 벌써부터 기세가 등등하다. 또 어린이들을 겨냥한 ‘드래곤 길들이기3’도 설 대목에 합류했다. 물량 면에선 소박한 편이지만 장르와 스케일만큼은 골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설 명절은 역시나 한국영화…‘극한직업’과 ‘뺑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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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직업

통상 설 연휴에는 코미디와 사극이 강세였다. 2013년 ‘7번 방의 선물’을 필두로 이듬해 ‘수상한 그녀’, 2015년에는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이 흥행을 이끌었다. 2016년과 2017년에는 각각 ‘검사외전’과 ‘공조’가 지난해에는 ‘조선명탐정:흡혈괴마의 비밀’이 그 바통을 이었다. 올해는 ‘극한직업’과 ‘뺑반’이 투톱체제를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일단 분위기는 좋은 편이다. 앞서 개봉해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한 ‘말모이’ ‘내안의 그놈’의 흥행 바통을 지난달 23일 ‘극한직업’이 성공적으로 이어 받았다. 개봉 5일 만에 313만명을 불러모으며 돌풍을 일으키는 중이다. 역대 1월 개봉 영화 가운데 가장 빠른 흥행 속도다.

‘극한직업’은 해체위기에 처한 마약반 5인방이 범죄조직 소탕을 위해 위장창업한 치킨집이 일약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코믹 수사극이다. 하나같이 어리바리해 보이는 형사 5인방 고반장(류승룡), 장 형사(이하늬), 마 형사(진선규), 영호(이동휘), 그리고 막내 재훈(공명)이 주인공. 이들이 마약 범죄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치킨집을 여는 과정부터 눈물겹다. 영화는 형사들의 치킨집 위장창업이라는 참신하고 기발한 소재와 설정에서 출발했지만 과장과 억지 웃음 없이 감동과 유머를 차곡차곡 쌓아간다. 전매특허 말맛 코미디가 일품인 이병헌 감독 특유의 촌철살인 대사와 연출력 덕분이다. 마약반 5인방이 찰떡 호흡으로 빚어낸 유머가 시종 웃음을 자아낸다.


‘극한직업’‘뺑반’ 韓영화 투톱 강세
마약반 5인방 코믹수사극 흥행몰이
뺑소니 전담반 활약 리얼리티 액션

‘아바타’매혹적 세계관 잇는 ‘알리타’
드래곤 파라다이스 찾아 떠나는 모험
오리지널 시리즈 속편 레고세계 운명

냉전시대 클래식 러브스토리‘콜드워’
아이스컵 정복기 담은 로맨스‘아이스’



‘뺑반’은 ‘차이나타운’(2014)으로 독특한 범죄 누아르를 선보인 한준희 감독의 신작이다. 온갖 범죄를 저지른 스피드광 사업가 재철(조정석)과 이를 쫓는 뺑소니전담반(뺑반) 시연(공효진)과 민재(류준열)의 활약을 그렸다. 매뉴얼도 인력도 없지만 뺑소니 잡는 실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재철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선보이는 화끈한 카 액션이 일품이다. 특히 타이트하고 짧은 컷들이 주를 이루는 일반적인 카 체이스 촬영 방식과 달리 롱테이크의 긴 호흡으로 카 액션의 속도감과 리얼리티를 살렸고, 호크 렌즈를 사용해 배우의 표정과 감정을 보다 세밀하게 포착했다. 개성 강한 캐릭터로 분한 주연 배우들의 변신과 함께 파워풀하면서도 통쾌한 액션이 시종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전 세계를 강타한 방탄소년단의 월드투어 실황을 담은 ‘러브 유어셀프 인 서울’도 눈길이 가고, 여전히 꾸준한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는 ‘말모이’와 ‘내안의 그놈’도 관람 전이라면 추천한다.

◆‘아바타’를 잇는 SF대작 ‘알리타’와 가족을 타깃으로 한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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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길들이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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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 무비2

국내 영화관계자들이 이번 설 시장에서 가장 주목하는 작품은 ‘알리타: 배틀 엔젤’이다. ‘아바타’를 통해 매혹적인 세계와 신묘한 캐릭터들, 그리고 화려한 액션과 볼거리로 시각적 스펙터클을 창조한 제임스 카메론이 기획과 제작을 담당한 작품이다. 제작비가 2억달러에 육박하는 ‘알리타: 배틀 엔젤’은 빈부 격차가 심한 미래 시대를 배경으로 고철 더미 속에서 발견된 사이보그 소녀 알리타(로사 살라자르)의 여정을 그렸다. 사이보그를 고치는 의사 이도(크리스토프 발츠)의 도움으로 의식을 되찾은 알리타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고, 고철 도시에 출몰한 흉악한 사이보그 범죄자들과 맞서는 과정에서 자신의 숨겨진 힘을 발견한다.

‘알리타: 배틀 엔젤’은 1990년대 일본 SF 만화 ‘총몽’이 원작이다. ‘아바타’의 기획보다 먼저 준비한 ‘알리타 프로젝트’는 제임스 카메론이 직접 쓴 시나리오와 연출을 위해 600여 장에 달하는 세계관 설정집까지 그의 애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다만 제임스 카메론은 ‘아바타’ 후속편에 집중하기 위해 ‘씬 시티’ 시리즈의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에게 연출을 맡겼다. 사실적인 눈과 얼굴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피부 밑 근육의 움직임까지 포착한 놀라운 모션 캡처 기술력은 물론, 사이보그 캐릭터들의 다채로운 액션 시퀀스와 고철 도시의 압도적인 스케일은 감탄사를 절로 불러 일으킨다. 서사도 제법 탄탄한 편으로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감성을 지닌 알리타를 통해 휴머니즘과 가족애, 사랑, 우정 등의 메시지를 전한다.

‘드래곤 길들이기3’도 주목할 만하다. 시리즈의 피날레를 장식할 ‘드래곤 길들이기3’는 바이킹 족장으로 거듭난 히컵과 그의 영원한 친구 투슬리스가 누구도 찾지 못했던 드래곤의 파라다이스 히든월드를 찾아 떠나는 마지막 모험을 담았다.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히든월드까지 보여주며 우정과 추억에 대한 향수와 새로운 모험의 설렘까지 전해준다. 특히 ‘드래곤 길들이기’ 시리즈만의 시그니처인 고공과 활공 액션, 스펙터클한 전투신이 모두 업그레이드 됐다. 시리즈 사상 최강의 적이라 평가받는 드래곤 헌터 그리멜도 등장해 인간과 드래곤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유토피아 버크를 위협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하지만 이번 영화의 최고 관전 포인트는 순백의 신비로운 모습을 지닌 라이트 퓨어리의 마음을 얻기 위한 투슬리스의 ‘메이팅 댄스’ 장면이다. 마치 야생의 새와 동물들이 짝짓기를 하듯 사실감과 위트가 매력적으로 담겨졌다. 2010년과 2014년 개봉한 ‘드래곤 길들이기’ 1편과 2편은 각각 259만명과 300만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레고 무비2’는 5년 만에 돌아온 오리지널 시리즈의 속편으로 또 다시 레고 세계의 운명을 건 신나는 모험을 다룬다. 전편의 주역인 주인공 에밋과 루시를 비롯해 두 얼굴의 키티, 어마무시 장군, 지멋대로 여왕 등 독보적인 캐릭터와 슈퍼맨, 배트맨, 할리 퀸과 그린 랜턴 등 슈퍼 히어로 캐릭터들도 대거 등장한다. “‘토이 스토리’와 어깨를 나란히 할 가치가 있는 장난감 이야기이며 미래의 고전 탄생”이라는 평을 받은 전편보다 더욱 풍부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작지만 소소한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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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 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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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

화려하지는 않지만 대작들의 틈바구니에서 나름의 개성을 취한 영화들도 있다. ‘콜드 워’는 냉전 시대, 오직 사랑과 음악만이 전부였던 줄라와 빅토르의 뜨거운 클래식 러브스토리다. ‘이다’(2015)로 제87회 아카데미시상식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며 명성과 신뢰를 쌓은 파벨 파블리코브스키 감독의 5년 만의 신작이다. 이번에도 전작에 이은 4:3 화면비의 아름다운 흑백영상이 파벨 파블리코브스키 감독의 독보적인 연출 미학의 정점을 보여준다. 또한 냉전 시대에 정반대의 삶을 살아가는 공산주의와 민주주의 국가의 모습, 20세기 중반 폴란드에서 유행한 민속음악과 프랑스 파리에서 즐기던 재즈 등 그 당시의 정치, 사회, 문화적 특징을 섬세하게 담아내 영화적 완성도를 높였다. 제71회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

러시아 박스오피스 오프닝 스코어 최고 기록을 세우며 화제를 모은 ‘아이스’는 부상 당한 피겨요정 나디아와 똘끼충만 아이스하키 선수 사샤의 빙판 위 달콤살벌한 아이스컵 정복기를 담은 로맨스다. 다수의 뮤직비디오와 CF를 연출하며 젊은 세대의 뜨거운 지지를 받아온 올레그 트로핌 감독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으로 감독의 신선하고 독특한 연출이 눈길을 끈다. 꿈을 향한 노력과 좌절, 새로운 사랑과 다시 찾아온 기회라는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희망과 용기를 주며 가슴 뭉클하게 전해진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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