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리포트]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사고 재판풍경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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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22 07:37  |  수정 2019-02-22 07:37  |  발행일 2019-02-22 제10면
[변호인 리포트]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사고 재판풍경 (1)

지난 1월30일 서울남부지법에서 희귀한 재판이 열렸다. 지난해 4월6일 발생한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사고 때 잘못 배당받은 주식을 함부로 판 직원들이 피고인으로 섰다. 당시 증권가를 발칵 뒤집은 사건이다. 일류 증권사에서 직원의 실수로 막대한 유령주식이 유통됐고 주식이 잘못 배당된 것을 알고도 직원들이 모의해 주식을 매각했기 때문이다. 이 사고로 총 28억 주의 유령주식이 직원들에게 배당됐고, 실제로는 발행되지 않은 주식을 직원들이 전산상 거래한 주는 총 501만주였다. 회사가 즉시 세 차례 경고했는데도 직원 21명이 매도 건으로 검찰 고발돼 그중 8명이 기소(3명은 구속)됐다. 구속된 자는 기업경영본부 팀장, 과장, 영업점 과장이었다. 이들 3명은 205억원에서 511억원 상당의 주식을 여러 차례 분할 매도했다. 가격안정화 장치 VI(Volatility Interruption) 발동에도 불구하고 추가 매도도 드러났다. 이들 죄명은 자본시장법위반죄(부정거래행위금지), 형법상 컴퓨터등사용사기죄, 업무상 배임죄다.

자본시장법 제443조 1항 8호는 금융투자상품의 매매 등 거래와 관련해 제178조의 부정거래행위를 처벌한다. 이 사건은 동조 1항 1호의 부정한 수단, 계획, 기교행위로 보여진다. 이 조항은 금융투자상품의 매매 등 거래 관련 사회통념상 부정하다고 인정되는 일체의 수단·계획·기교를 일반적, 포괄적으로 금지한다. 부정행위 여부는 금융투자상품의 구조 및 거래방식과 경위, 거래 시장의 특성, 상품으로부터 발생하는 투자자의 권리·의무 및 종료시기, 투자자와 행위자의 관계, 행위 전후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또 행위가 법령 등에서 금지된 것인지, 다른 투자자들로 하여금 잘못된 판단을 하게 함으로써 공정한 경쟁을 해치고 선의의 투자자에게 손해를 전가해 자본시장의 공정성, 신뢰성 및 효율성을 해칠 위험이 있는지도 고려한다. 위반행위로 상품 투자자의 권리·의무의 내용이 변경되거나 결제되는 금액이 달라져 투자자가 손해를 입었다면 부정거래행위자에 대해 동법 제179조 1항에 따라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사건 피고인들은 대량의 주식을 실제로 양도할 능력이 없었고, 주가의 급격한 하락으로 자본시장의 공정 및 신뢰를 저해할 수 있음을 알고도 금융투자상품의 매매와 관련해 부정한 방법으로 주식을 매도한 점에서 유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피고인들은 자신의 계좌로 입고된 주식이지만 이를 매도할 실질적 권한이 없음에도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해 정보처리를 하게 함으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점에서 컴퓨터등사용사기죄가 성립된다. 이 사건에서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는 삼성증권 HTS와 MTS 등 주식거래 프로그램이 되고, 매도주문을 입력한 것은 ‘부정한 명령의 입력 또는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한 것에 해당한다. 피고인들이 주식을 매도해 장차 그 계좌에서 현금화한 돈을 인출해 갈 수 있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으므로 본죄 기수에 이른 것으로 봄이 옳다. 뒤따른 회사의 봉쇄 조치로 현금화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이미 성립한 본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천주현 형사전문변호사(법학박사) www.brothe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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