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대의 시간을 담은 건축] 시네마 천국, 부산 영화의 전당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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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08   |  발행일 2019-03-08 제40면   |  수정 2019-05-01
축구장 2.5배 크기로 떠있는 지붕 ‘스타’를 화려하게 띄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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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강에서 바라본 부산 영화의 전당 야경. 역동적인 파도를 형상화한 거대한 지붕은 세계최대지붕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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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영화제
2차대전후 각국마다 영화제 개최 도약


세계 최초의 영화제는 1932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제18회 베네치아 비엔날레의 부속 행사로 시작하였고 영화제를 독립적으로 개최한 것은 1935년부터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많은 국가들이 영화제에 참가하면서 세계 영화산업이 본격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국제영화제작자연맹(FIAPF)이 공인한 세계 4대 영화제로는 베니스영화제, 베를린국제영화제, 토론토국제영화제, 베네치아·칸 영화제를 꼽는다. 지금은 독일 베를린, 러시아 모스크바, 영국 런던, 미국 샌프란시스코·뉴욕·시카고, 스위스 로카르노, 캐나다 토론토, 일본 도쿄, 그리고 부산 등에서 주요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독일의 만하임과 오버하우젠, 프랑스의 투르에서 열리는 영화제에서는 단편영화와 기록영화를 주로 다루며 아시아 국가에서 개최되는 영화제는 아시아 영화를 대상으로 한다.

한국의 영화제
아시아 최대 규모 부상 ‘부산영화제’


한국은 1960년대부터 시상식 형태의 대종상과 청룡영화상이 개최되었지만 본격적인 영화제는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부터였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1997), 전주국제영화제(2000), 미쟝센 단편영화제(2002), 제천국제음악영화제(2005) 등 특색을 갖춘 영화제들이 여러 도시에서 개최되기 시작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FIAPF 공인을 받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영화제다.

센텀시티 부산 영화의 전당
건축 설계부터 관심…독창성 논란도


부산국제영화제 개최와 함께 영화 테마 콘텐츠를 표현하고 담고 있는 문화공간이 ‘부산 영화의 전당’이다. 영화의 전당은 해운대 지역의 길목이자 바다와 합류하는 수영강 언저리에 위치한다. 바다를 상면하여 해양도시의 관광산업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는 해운대 지역을 지금은 ‘센텀시티’라 일컫는다. 도로 이름, 아파트, 카페, 심지어 학교이름에도 센텀은 접두어처럼 따라붙는다. 센텀시티 일대에는 벡스코, 시립미술관, 신세계백화점, 수영만 요트경기장 등이 있으며, 초고층 아파트와 호텔이 우후죽순 올라가고 있어 초고층 국제도시의 경관을 갖추고 있다.

건립 당시, 국제현상설계 공모에는 세계적 명성을 지닌 7개 건축가와 설계회사가 지명 초청되어 경합, 오스트리아의 ‘쿱 힘멜브라우’가 최종 설계자로 선정되었다. 특이한 이름은 설계집단의 회사명이다. ‘Coop’은 주식회사, ‘Himmer’는 하늘, ‘Bau’는 구축이라는 뜻으로 ‘하늘처럼 무한 상상 건축을 설계하는 집단’이라는 회사명이다. 등장 초기에는 고전 도시 비엔나의 난해하고도 이상한(?) 해체주의 건축 설계로 건축계의 관심을 끌었으며, 독일 BMW 전시관 건축 이미지와의 유사성으로 인하여 독창성에 대한 비난도 있었다.

세계 최대 지붕 기네스북 등재
파도 이미지, LED 2만3천여개 수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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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빅루프는 LED 조명이 수놓는 하늘에 떠 있는 영상 스크린이다. 아래 야외극장은 국제영화제 등 다양한 이벤트의 열린 광장이다.

영화의 전당은 거대한 지붕이 압도적인 외형 디자인으로 나타나는 건축이다. 축구장 2.5배 크기에 달하는 지붕은 건축시설을 보호하는 지붕 관념을 초월한 건축구조물이다. 2개 지붕 형태가 맞물려서 역동적 파도의 이미지로 공중에 떠 있다. 대규모 지붕 한쪽은 기둥이 받치고 다른 쪽은 허공에 떠있는 형태의 캔틸레버(cantilever) 구조는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길이 162.53m, 너비 60.8m의 세계 최대 규모의 캔틸레버형 지붕은 건축 완공 이듬해인 2012년 3월 기네스북에 세계최대지붕(빅 루프)으로 등재되었다.

어둠이 깔리면 빅 루프의 아래 면은 2만3천142개의 LED 조명이 수놓는 하늘에 떠 있는 영상 스크린이 된다. 빅 루프는 도시를 향하는 건축언어의 강력한 표현이며 지붕 아래는 이벤트와 열린 공공공간을 만들고 있다. 레드카펫 무대 위 스포트라이트와 함께 스타들이 등장하고 화려한 영화제가 열리는 공간이자 무한 상상의 가변적 공간이 된다.

2011년 영화제 개회식에 맞춰서 완공한 건축은 매스컴으로부터 졸속 부실공사의 비난 대상이 된다. 폐막식 때 장마철 폭우를 만나 지붕 누수로 국제적 망신을 당한 것이다.

건축 시설기능
1680억 투입, 개·폐막·공연·영화상영


독창적인 조형성과 해체주의 건축미학이 표현된 영화의 전당은 2008년 10월부터 2011년 9월까지 3년 동안 사업비 1천680여억원을 투입하여 건립되었다. 부지면적 3만2천137㎡, 연면적 5만4천335㎡에는 비프힐, 더블콘, 시네마운틴 3개 동이 있다. 각 건물은 경사진 구름다리로 서로 연결되고 빅 루프가 그 상부를 덮고 있다.

주요시설로는 먼저 시네마운틴(Cinemountain)이 있다. 이것은 ‘영화(Cinema)’ ‘산(mountain)’을 조합한 9층 건물로 하늘연극장(841석), 중극장(413석), 소극장(212석), 시네마테크(212석) 등 다양한 극장이 있다. 비프힐(BIFF Hill)은 ‘부산국제영화제(BIFF)’와 ‘언덕(Hill)’을 조합한 4층 건물이다. BIFF사무국, 다목적홀, 영화의전당 자료실, 아카데미, 아시아필름아카이브, 인디플러스관(36석)이 있다. 더블콘(Double Cone)은 아이스크림콘 2개를 겹쳐놓은 형상으로 빅 루프를 지탱하는 4층 건물, 2~4층에 레스토랑이 있다. 4천석 규모의 야외극장도 있다. 영화제 개·폐막 및 다양한 공연, 영화상영 공간이다.

실현 가능성이 없는 일을 이야기할 때 ‘영화 같다’라고 말한다. 예상치도 못했던 멋진 일이 현실로 나타났을 때도 ‘영화 같다’고 한다. 지난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을 ‘영화’에 비유하며 “환상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 했다.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공상과학 영화의 장면처럼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상 사람들은 ‘영화 같은 멋진 일’과 시네마 천국 같은 세상을 기다리고 있다.

한터시티건축대표·전 대구경북건축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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