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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원 경북대 교수, 김요한 대구시 청년정책과장, 김영철 계명대 교수(위쪽부터)가 ‘대구경북학’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
지난 8일 오후 3시 경북대 사회과학관 401호 강의실. 대학 학부과정에 전국 최초로 개설된 지역학 융복합 교양강좌 ‘대구경북학’의 경북대 첫 강의가 시작되고 있었다. 강단에 선 김규원 경북대 교수(대구경북학회 회장·사회학과)는 “한 도시가 어떤 발전을 이룰 것인가와 관련된 모든 게 지역의 과제이고, 그 핵심주체는 청년”이라며 “이 과목은 성찰적 역량 중 비판 인성에 소통능력과 책임감을 기르는 게 목적이다. 비판은 수도권 비대화, 지방소멸 문제의식 고취와 대안체제 구축을 모색하는 것이다. 소통은 세계화시대에 지역정체성을 정립하고 다른 문화집단에 대한 개방적 태도와 수용력을 함양하는 것”이라고 강좌를 소개했다. 김 교수의 이날 ‘대구경북학’ 수업 오리엔테이션은 1시간30분 정도 이어졌으며, 이어 김요한 대구시 청년정책과장이 ‘대구시의 청년정책’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앞서 지난 6일에는 김영철 계명대 교수(경제금융학과)와 김 과장이 계명대 학생을 대상으로 ‘대구경북학’ 첫 수업을 진행했다. 김 교수는 강의에서 “대구경북이 어려운 현실에서 그 어느 때보다 대학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지역발전의 혁신주체로서 그동안 역할이 미흡했던 지역대학들이 반성의 하나로 대구경북학 강좌를 개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는 굉장히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과거처럼 학생들이 수업 듣고 책만 읽어서는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면서 “수업도 중요하지만 세상 밖으로 나가 다른 젊은이들을 만나고, 새로운 세계도 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청년들 수도권 유출 심각
대구형 청년보장제 대책 일부
대학·연구기관 협력으로 개설
1학기 계명대·경북대서 70명씩
2학기엔 대구대·영남대서 강의
◆지역혁신 주체 공감
산업화로 가속화한 수도권 일극주의(一克主義)는 지방 청년을 수도권으로 빨아들였다. 때문에 대구경북지역은 청년인구의 지속적인 역외유출 현상을 빚고 있다. 여기에다 학령인구 급감 문제가 더해지면서 지역대학은 커다란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더불어 지역발전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지역의 젊은 인재가 지속적으로 역외로 유출되는 것은 지역의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점에 대해 지역대학과 대구시가 공감하고 나섰다. 우선 시는 지금까지 진행해 온 정부의 일자리정책이 한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청년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정부예산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오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청년실업 문제는 과거와 같은 방식의 실업대책으로는 극복할 수 없으며,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이에 시는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관점에서, 즉 청년 삶의 입체적이고 포괄적인 대책 마련 필요성을 인식하는 데에서 관련 대책을 수립해 오고 있다. 시는 이를 ‘대구형 청년보장제’로 명명하고, 2022년까지 청년 순유출도시에서 순유입도시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그 다양한 정책 가운데 하나가 바로 ‘대구경북학 개설’이며, 지역혁신 주체인 대학·연구기관 등과 협력해 지역대학에 융복합 교양강좌 개설을 지원하게 된 배경이다.
대구경북학회, 강좌운영 표준화
지역대학 공통 교재 편찬 시작
權시장·李도지사 참여도 추진
젊은 연구자 적극 참여시키고
대학원과정으로 후속세대 양성
◆국내 첫 시도 배경
지역학은 국내외적으로 새로운 융복합학문 분야로 대두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주정부와 주립대학이 협약을 맺고 대학원 과정에서 순수학문이론보다는 실용적인 정책개발 중심으로 지역혁신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다양한 트레이니십(Traineeship·훈련제도)을 통해 지역혁신을 위한 실무형 인재를 맞춤형으로 양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인재는 사회환경 변화에 따라 적재적소에 배치된다.
대개 해당 지역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은 초·중등교육과정 중 사회과 교과목에서 다루고 있지만, 학부(대학) 교양강좌로 지역학을 개설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현재 우리나라는 초등학교 4학년 사회과 교육과정에 지역에 대한 이해 부분이 들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와 지역대학이 학부 수준에서의 지역학 교양강좌 개설에 나선 것은 수도권 집중화 부작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눈길을 다른 지역으로 돌리면 서울학·부산학·인천학·제주학 등 일부 지역의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해당 지역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긴 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학 내 학부과정에서 교양과목으로 지역학을 개설한 사례는 대구 외에는 없다. 대구가 선도적으로 지역대학에 융복합강좌인 대구경북학을 개설한 것이다.
대구경북은 지역학 관련 연구를 다른 지역에 비해 체계적으로 진행해 오고 있다. 전국 최초로 지방사회연구회가 출범했고, 그 연장 선상에서 발족한 대구사회연구소는 1995년 ‘대구경북사회의 이해’(한울아카데미), 1996년 ‘자치시대, 대구경북의 비전’(한울아카데미)을 연이어 출간했다. 시·도 공동출연 연구기관인 대구경북연구원에서는 2010년 ‘뉴디자인 대구경북’이라는 방대한 보고서를 낸 바 있다. 2012년 출범한 대구경북학회에서도 이듬해 ‘전환의 도시 대구 1970~2010’(양서원), 2014년 ‘대구경북의 이해’(양서원), ‘전환의 도시 대구 : 미래와 비전’(양서원), ‘대구경북의 언어연구’를 펴냈다.
◆강좌 현황과 과제
대구경북학 강좌는 이번 학기 계명대·경북대에 각각 70명 정원으로 개설된 데 이어 2학기에는 대구대·영남대에서도 강좌를 시작한다. 계명대·경북대의 수강신청 땐 정원 70명을 순식간에 채울 만큼 학생들의 관심이 높았다. 향후 경북도와 협력해 경북지역 많은 대학에도 대구경북학을 개설할 계획이다. 대구경북학 강좌는 대규모 융복합 프로젝트에 걸맞게 다양한 학문분야의 지역대학 교수 및 전문가 30명이 참여하며, 릴레이강좌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역학의 대표적 연구단체인 대구경북학회는 앞으로 강좌운영의 표준화와 교재 개발에 힘쓸 방침이다. 강의는 전체 15주로 구성되고 지역탐방이 두 차례 진행된다. 지역탐방 때는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가 학생들과 만나는 프로그램도 추진 중이다. 대구경북학회는 이미 교재편찬 연구에도 돌입했다. 지역대학의 강좌에서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연구보고서 형태의 정본용 텍스트북을 완성할 방침이다. 이 텍스트북을 바탕으로 수강생에게 배포 가능한 워크북을 간행해 강의해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대구경북학회는 향후 강좌개설 대학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분야별 교수 및 전문가들로 구성된 대규모 강사풀을 꾸릴 방침이다. 나아가 30~40대 젊은 연구자들을 적극 참여시키고, 대학원 과정도 개설해 대구경북학 학문 후속세대 양성에 적극 나선다는 구상이다. 김규원 대구경북학회 회장은 “지역학 강좌와 지역학 전문가 그룹 확대는 지역혁신 역량 증대 효과로 나타날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지역인재 풀의 확대로 이어져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필요한 지역혁신 인재 양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정우태 수습기자 wtae@yeongnam.com
■ 대구경북 지역학 교육과정 강의계획서(안) (2019/1학기, 공통) | ||||
주차 | 일자 | 수업목표 및 학습내용 | 과제 및 연구문제 | 책임교수/강사 |
1 | (계명대) 3.6 | 강의 오리엔테이션 | 강의목적, 진행방식, 평가방법 등 안내 | (계명대) 김영철 |
(경북대) 3.8 | (경북대) 김규원 | |||
2 | (계명대) 3.13 | 대구경북의 지역정체성 | 지역정체성과 대구경북지역학 | (경북대) 김규원 |
(경북대) 3.15 | ||||
3 | (계명대) 3.20 | 대구경북의 공간환경 | 지표공간의 이해, 대구경북의 인구구조 및 인구이동 변화 | 이철우 |
(경북대) 3.22 | ||||
4 | (계명대) 3.27 | 대구경북의 역사와 인물 | 대구경북 출신의 역사적 인물과 역할 | 오창균 |
(경북대) 3.29 | ||||
5 | (공통) 4.6 | 지역 탐방 | 현장견학 | (계명대) 김영철 |
(경북대) 김규원 | ||||
6 | (계명대) 4.10 | 대구경북의 경제와 산업 | 대구경북의 경제발전 과정, 산업적 특성, 고용구조 |
김영철 |
(경북대) 4.12 | ||||
7 | (계명대) 4.17 | 대구경북의 교육과 청년 | 대구경북교육 현안과 당면과제 | 최철영 |
(경북대) 4.19 | ||||
8 | (계명대) 4.24 | 중간고사 | 필기시험 | (계명대) 김영철 |
(경북대) 4.26 | (경북대) 김규원 | |||
9 | (계명대) 5.1 | 대구경북의 정치 | 대구경북의 선거, 지방엘리트의 특성, 시민운동, 지방분권운동, 지방정부의 과제 | 김태일 |
(경북대) 5.3 | ||||
10 | (계명대) 5.8 | 대구경북의 사회복지 | 대구경북 주요 종교 현황과 사회정치적 역할, 사회복지 현황과 특성과 과제 |
김영화 |
(경북대) 5.10 | ||||
11 | (계명대) 5.15 | 대구경북의 젠더 및 여성가족 | 대구경북의 젠더인식, 가족변화와 특성, 양성평등의 여성가족정책 | 정일선 |
(경북대) 5.17 | ||||
12 | (공통) 5.25 | 지역 탐방 | 현장답사 | (계명대) 김영철 |
(경북대) 김규원 | ||||
13 | (계명대) 5.29 | 대구경북의 문화예술 및 문화산업 | 대구경북의 문화예술의 독창성, 장르적 특징, 청년문화예술활동 현황과 과제 | 박승희 |
(경북대) 5.31 | ||||
14 | (계명대) 6.5 | 대구경북의 미래와 비전 | 지역혁신인재의 양성 | (대구TP) 배선학 |
(경북대) 6.7 | (지역혁신인재의 양성) | |||
15 | (계명대) 6.12 | 종합토론 | 종합평가 | (계명대) 김영철 |
(경북대) 6.14 | 기말고사 | 필기시험 | (경북대) 김규원 | |
16 | (계명대) 6.19 | 기말고사 | 필기시험 | (계명대) 김영철 |

박종문

손동욱

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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