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구문화재단의 문화인물콘텐츠제작지원사업으로 제작된 나릿의 창작국악극 박태준의 ‘동무’. <대구문화재단 제공> |
과거의 예술인을 기억하려는 노력은 현재 왕성하게 활동 중인 예술인들을 소개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들이 살아온 삶의 궤적이 곧 지역 예술사를 그려나가는 밑그림이 되기 때문이다. 대구에서도 지역의 문화예술인물을 조명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현창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문화인물가치확산사업 2016년부터 시작
행사·예술제 위주 지원서 인물 발굴로
자료기록 없거나 친일 논란땐 대상 제외
전문예술지원단체서 관련된 사업 맡아
류영희 등 여성예술가 5명 기록물 눈길
3·1운동 100돌 기념 우국시인문학제도
![]() |
대구문화재단의 문화인물콘텐츠제작지원사업으로 제작된 최댄스컴퍼니의 무용작품 ‘고월의 봄’. |
◆문화예술인물의 발굴과 재조명
대구문화재단에서는 2016년부터 지역 문화인물에 대한 현창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전에는 대구시가 이 사업을 맡아왔다. 대구시의 사업이 몇몇 인물을 기리는 행사와 예술제 등에 지원하는 것으로 한정됐다면, 대구문화재단이 맡은 이후로는 지역 문화예술인물을 재발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진행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대구의 근현대 문화예술인물을 발굴하고 재조명하는 문화인물가치확산사업이 2016년부터 시작됐다. 올해까지 서화가 서병오, 서양화가 이인성, 소설가 현진건, 연극연출가 홍해성, 무용가 정소산, 영화감독 이규환, 희곡작가 김영보 등 총 20명의 인물이 선정됐다.
시각·연극·문학·음악·무용·건축·국악·대중음악 등 문화예술분야별 전문연구자와 지역문화예술전문가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에서 인물을 선정한다. 대구 출생이거나, 각 예술분야에서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한 문화예술인 가운데 뚜렷한 예술적 성과를 거둔 인물이 대상이다. 작고한 인물을 선정해 객관성을 확보하고 있다. 친일 논란 등 시민 정서에 부합하지 않거나, 자료와 기록이 없어 예술활동을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인물은 제외된다. 다른 지자체 및 공공기관에서 현창사업을 진행 중이거나 추진이 예정된 경우에도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선정된 인물을 소재로 이들의 작품활동, 생애, 업적 등을 선양할 수 있는 공연예술 창작작품에 대한 제작도 지원한다. 현진건의 작품을 소재로 한 연극 ‘허공에 의지하여’, 이장희의 시 6편을 춤으로 표현한 무용작품 ‘고월의 봄’ 등 10편의 작품이 무대에 올랐다.
![]() |
대구문화재단의 문화인물콘텐츠제작지원사업으로 제작된 극단 고도의 연극 ‘이규환, 나는 조선의 영화감독이다’. |
◆예술단체의 현창사업 지원
문화인물 현창사업은 대구문화재단이 문화 인물 현창을 목적으로 하는 전문예술단체의 사업을 지원하는 것이다. 공모전, 콩쿠르, 예술제 등 예술가 및 시민들이 참여하는 행사와 인물과 해당 인물의 업적을 알리는 전시·공연·세미나가 지원대상이다. 이상화기념사업회에서는 상화문학제, 이상화 시인상 선정 등 이상화 시인과 관련된 사업을 하고 있다. 소설가 현진건에 대한 현창사업은 대구소설가협회가 맡고 있다. 현진건 문학제, 현진건 문학상, 청소년 문학상 공모전 등이 주요 행사다. 작곡가 박태준기념사업회는 박태준 기념음악회, 박태준 동요 및 아마추어 가곡 콩쿠르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서화가 서병오를 기리는 석재 기념사업회는 석재작품상 및 석재청년작가상을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서예가 서동균에 대한 현창사업은 <사>죽농서단이 맡고 있다. 죽농서화대전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출판물을 통한 현창
기록물 형태로 지역 예술인의 삶을 조명하기도 한다. 대구문화재단의 예술담론 계간지 ‘대문’은 2012년부터 ‘대구 예술의 힘’이라는 코너를 통해 무용가 권명화, 테너 김금환, 영화감독 박남옥 등 지역 출신이거나 지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했던 인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2017년부터 웹진으로 바꾼 이후에도 ‘대구 예술의 힘’ 코너는 유지되고 있다.
여성 예술가들의 삶에 주목한 기록물도 있다. 대구여성가족재단의 대구여성생애구술사 4번째 책인 ‘대구 예술 여성’은 지역 예술계에서 활동한 여성 예술가들의 이야기다. 직접 구술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내용을 있는 그대로 담았다. 살풀이춤 무형문화재 권명화 선생, 대구 현대무용의 개척자인 김기전 선생, 선구적 여성 서양화가인 김종복 화백, ‘혜정체’라는 독자적인 서체를 만들어낸 류영희 선생, 1세대 성악가인 박말순 선생 등 5명의 여성 예술가들의 생애를 소개하고 있다. 예술가들에게 후원자의 역할을 했던 여성들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서양화가 전선택 화백의 반려자인 이인복 여사, 현대미술가인 동생 차계남을 뒷바라지하며 지역의 가난한 젊은 화가들의 후원자를 자처했던 상주식당 주인 차상남 대표의 생애도 담았다.
지역 예술전문가들도 최근 잇따라 지역 예술인들을 조명하는 책을 발간했다. 김남희 화가의 책 ‘극재의 예술혼에 취하다’는 추상화가 극재 정점식 교수의 삶과 예술세계를 담고있다. 이중희 <사>대구학 이사장의 ‘대구미술이 한국미술이다’는 1917년 이후 대구 미술계를 인물 중심으로 전개한다.
◆우국시인 현창 문학제
올해 새롭게 시작하는 현창사업도 있다. 상화문학제를 개최하는 이상화 기념사업회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만해기념관, 종로문화재단, 육사문학관과 함께 ‘우국시인 현창 문학제’를 개최한다. 지역의 대표 저항문인과 우국 시인들을 추모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이상화기념사업회는 기존에 진행된 상화문학제에 우국 시인들을 추모하는 문학제를 연간 사업으로 개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1년 내내 이상화를 비롯한 우국 시인들을 추모하는 행사가 진행된다.
우선 우국시인 추모제가 오는 4월25일 두류공원에서 열린다. 이상화, 현진건, 백기만, 이장희 등 거화 동인 4인을 추모하는 행사다. 4월25일은 이상화와 현진건이 세상을 떠난 날이기도 하다. 추모 행사와 함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주제로 한 뮤지컬 갈라도 공연한다. 5월에는 우국시인 전국 시 낭송대회가 열린다. 한용운, 이상화, 이육사, 윤동주 등 민족시인 4명과 소설가 심훈을 주제로 한 낭송대회이다. 6월에는 민족 시인들의 시세계와 항일 정신을 조명하는 ‘국제학술세미나’가 준비된다. 우국시인 현창 문학제의 하이라이트는 8·10월에 열리는 ‘해외 톺아보기’다. 민족시인들이 항일 운동을 했던 흔적을 방문하고 그 정신을 돌아보는 행사다. 민족시인들의 유족이 참여하며 학생, 일반인 등이 현장을 다녀온 뒤 기행문을 쓰고, 심사를 통해 표창한다. 중국 길림성, 명동촌, 상해 등이 대상지역이다.
이상화기념사업회 최규목 회장은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지역의 독립운동 정신을 고취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시민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유승진기자 ysj1941@yeongnam.com

최미애

유승진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