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면 볼수록 힘이 솟구치는…침묵의 바다가 있다”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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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20   |  발행일 2019-03-20 제22면   |  수정 2019-03-20
김승현 작가 12년 만의 개인전
가창 허름한 창고 빌려서 작업
4가지 물감을 반복적으로 덧칠
“단색화 아류로 해석 원치 않아”
“보면 볼수록 힘이 솟구치는…침묵의 바다가 있다”
김승현 작가의 전시 전경.

언뜻 하나의 색만 보인다. 파란색, 빨간색, 녹색이 커다란 캔버스를 가득 채우고 있다. ‘단색화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하나의 색이 아니다. 파란색과 빨간색, 녹색, 노란색이 섞여 있다. 캔버스 옆면을 보면 알 수 있다. 4가지 색의 물감이 흘러내린 자취가 보인다. 그 자취를 통해 작업 과정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김승현 작가의 색면 회화다.

김승현 작가의 초대전이 대구 고미술거리 인근에 위치한 을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2007년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의 개인전 이후 12년만이다. 작업도 달라졌다. 당시 직접 개발한 안료와 미디엄을 섞어 캔버스에 바르고 민 작품을 선보였다. 지금은 아크릴 물감을 사용한다.

지난해 문을 연 을갤러리는 독특한 전시를 선보여왔다. 미국 출신의 리처드 필립스, 독일의 하인츠 마크, 스페인의 예술가 그룹 에키포57 등을 대구에 소개했다. 올해 을갤러리는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대구 출신의 작가를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김승현 작가는 그 출발점이다.

계명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작가는 1997년 화단에 입문했다. 작가의 길로 들어선 지 20년이 넘은 셈이다. 개인전을 하지 않았을 뿐 작업을 멈춘 적은 없다. 가창의 한 허름한 창고를 빌려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다.

작업은 단순하다. 색을 캔버스에 입힌다. 작가는 빨강, 노랑, 파랑, 녹색을 사용한다. 반복적으로 균일하게 칠해 물감층을 만든다. 캔버스는 150호를 주로 사용한다. 작가는 “몸으로 할 수 있는 최대 크기”라고 했다. 캔버스를 눕혀놓고 붓질을 반복한다. 작가는 “최종적으로 어떤 색이 나올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어떤 목적을 갖고 작업을 하지 않는다. 2~3일 동안 캔버스를 가만히 지켜볼 때도 있다”고 밝혔다. 작업은 작가 스스로 인정할 때 멈춰진다. 작가만의 영역이다. 작가는 “작업과 나 사이의 균형을 맞추려고 한다. 균형이 맞으면 작업을 끝낸다. 그게 보인다”라고 했다.

윤진섭 미술평론가는 작가의 작품에 대해 “침묵의 바다와도 같다. 오래 응시할수록 강한 힘이 느껴진다. 단색화에 포함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정작 작가는 단색화로 규정되는 것을 달갑지 않게 여긴다. 단색화의 가지나 아류 정도로 해석되는 게 싫어서다.

작가의 작업이 갖는 최대 강점은 해석의 다양성일 수 있다. 관객 나름대로 무엇가를 찾을 수 있다. 그만큼 깊이감이 있다. 4월13일까지. (053)474-4888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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