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업은 다르게 보고 재미있게 푸는 과정”

  • 조진범
  • |
  • 입력 2019-04-02   |  발행일 2019-04-02 제24면   |  수정 2019-04-02
정진경 봉산문화회관 유리상자展
심각한 사회문제에 가볍게 접근
일상적 소재로 팝아트 느낌 물씬
“내 작업은 다르게 보고 재미있게 푸는 과정”
정진경 작

팝아트적인 느낌이 든다고 했더니 “그런 얘기 많이 들었다”며 싱긋 웃었다. 팝아트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을 예술의 재료로 삼는다. 정진경 작가도 그랬다. 페트병, 접시, 플라스틱 의자, 비닐봉지 등을 유리상자 안에 가져다 놓았다. 부풀어오른 비닐봉지를 바닥에 닿을 듯 말 듯 공중에 매달아놓기도 했다. 물론 그냥은 아니다. 흰색 명주실로 캐스팅했다. 유리벽에는 시트지를 붙였다. 작가는 환경 문제를 관객들에게 전하고 있다. 심각한 사회 문제를 가볍게 접근한 게 이채롭다. 작가는 “무거운 얘기를 하기 싫은게 아니고 이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시각적으로 가볍게 접근했다”고 밝혔다. 작가는 ‘생활용품 전문판매점’을 언급하며 “화려하고 저렴하지만 거기에서 판매되는 일회용품이 환경 문제를 일으키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쉽게 지나치는 일상의 사물이 진지하게 와닿는 듯한 기분이다.

봉산문화회관 ‘유리상자 아트스타’에 선정된 정진경 작가가 ‘다른 시선-외면하지 않기’를 선보이고 있다. 홍익대 판화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한 작가는 현재 대구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범어아트스트리트 입주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작업의 영역은 다양하다. 판화를 전공했지만 캐스팅, 드로잉, 설치도 한다. 작가는 “전혀 새로운 것을 하는 게 아니라 드로잉한 작품을 캐스팅하거나 판화로 만드는 식이다. 작업의 일관성을 가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작가를 처음 만났을 때 작품집을 들고 나왔다. 일상의 사물을 다르게 보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일련의 과정들이 담겨 있었다. 작품집을 꼼꼼히 만들 만큼 작업에 대한 열망도 강하다.

비닐봉지나 플라스틱 의자, 페트병에 흰색 명주실을 본드로 붙이는 작업은 작가에게 드로잉이나 마찬가지다. 작가는 “소재는 가볍지만 과정은 그렇지 않다. 시간도 오래 걸린다”고 했다. 일상의 사물을 다르게 보려는 작가의 의지가 작업 과정에도 묻어난다.

유리상자에 붙인 시트지는 시각적 재미를 위한 것이다. 작가는 “공간에 대한 해석을 가장 먼저 했다. 유리상자의 밤과 낮의 느낌이 달랐다. 시트지를 붙이면 작품이 가려지지만 유리상자를 돌면서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관객에 대한 배려인 셈이다.

경산이 고향인 작가는 서울에서 12년 동안 생활하고 최근 고향으로 내려왔다. “서울로 유학간 셈인데 당시 그릇을 그려도 캔버스의 중앙이 아닌 구석에 그렸다. 서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표현했다.” 작업 초기부터 ‘다른 시선’을 의식한 작가다. 최근 달라진 것은 사회 문제를 적극적으로 표현한다는 점이다. 작가는 “사회 문제에 대해 처음에는 생각만 했다. 다음에 말을 하게 됐고, 이제는 드러내고 있다. 작품의 크기도 커지고, 좀 대범해졌다”고 말했다. 일상의 사물을 외면하지 않고 다른 시선으로 보듯 스스로도 다르게 보기 시작한 작가다. 5월26일까지. (053)661-3500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