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만들다 ‘마을축제’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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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12   |  발행일 2019-04-12 제33면   |  수정 2019-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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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서구 비산 2·3동 골목에서 열린 ‘제1회 달성토성마을축제’ 를 찾은 어린이집 아이와 주민들이 담장에 전시된 현대 서각작품을 구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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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중구 봉산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봉산미술제’. <영남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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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열린 ‘경북대 서문골목축제’. <영남일보 DB>

따사로운 봄과 함께 축제의 팡파르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문화자원이 가진 가치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는 지자체가 늘면서 전국에서 지역축제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지역문화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것은 물론 주민 삶의 수준을 높이는 데 축제만큼 좋은 행사가 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자체들의 무분별한 축제 양산으로 비슷비슷한 축제들이 이어지고 있으며 원래 축제의 취지인 지역민과 함께 호흡하는 행사는 찾아보기 힘든 게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이 같은 축제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방안으로 마을축제가 주목받고 있다. 최근 공동체를 중심으로 참신하고 흥미로운 소규모의 마을축제들이 증가하면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예로부터 축제는 마을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례였다. 이런 원래의 취지를 살려 현대사회의 마을공동체를 유지, 발전시켜 나감으로써 마을주민의 삶을 한 단계 성장시킬 수 있는 마을축제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긍정적 시각이 많다.

대구경북연구원 오동욱 연구위원은 “마을축제는 시민축제의 뿌리”라며 “마을공동체와 구성원들이 주체가 되어 지역 고유의 자원들을 문화관광콘텐츠로 개발하여 주민의 화합과 지역 활성화를 도모하는 축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오 연구위원은 대규모 관광형 축제에 대한 피로도가 증가하고 지역을 기반으로 한 민간공동체의 자생적 성장과 공동체적 활동에 대한 관심의 확대로 인해 주민들의 참여를 기반으로 한 참신하고 흥미있는 소규모 마을축제가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구시도 마을축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16년부터 축제지원사업을 ‘구·군 대표축제’와 ‘우수마을축제’로 구분해 지원을 해오고 있다. 구·군 대표축제는 구·군 축제 중 국내외적으로 지역관광자원화가 가능한 축제를 발굴·육성하자는 취지이며, 우수마을축제는 지역의 역사성과 특성을 소재로 하는 소규모의 마을축제 중 우수한 축제를 발굴·지원함으로써 주민 화합은 물론 지역공동체 결속을 다져나가자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구·군 대표축제의 추진주체가 지자체 또는 민간인인 반면 우수마을축제는 마을주민, 마을공동체 등의 지역민이다. 따라서 주참여자도 구·군 대표축제는 구민과 군민, 우수마을축제는 지역커뮤니티와 공동체 소속 회원 등이다. 대구시는 3회 이상 개최된 축제 중 구·군에서 추천하는 축제들을 대상으로 매년 전년도 현장평가 및 평가심의를 거쳐 차등지원하고 있다.

대구시 축제진흥팀 박진석 담당은 “우수마을축제는 동 혹은 더 작은 지역에서 지역성을 기반으로 한 주민주도의 축제이다. 2016년부터 3년간 우수마을축제 지원을 통해 주민의 결속력을 다지게 하는 것은 물론 현대사회의 흐름에 맞는 지역공동체의 기능을 되살리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대구에 열리고 있는 마을축제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대구시에서는 3년 이상 개최된 마을축제를 대상으로 우수마을축제를 지원하고 있는데 그동안 대구시의 지원을 받은 우수마을축제는 달성토성마을축제, 경북대서문골목축제, 대덕제 - 대구앞산빨래터축제, 봉산미술제, 용암산성옥샘문화제, 선사문화체험축제, 대구워터페스티벌, 논두렁밭두렁축제 등이다. 이 가운데 매년 현장평가에서 상당히 우수한 평가를 받은 축제도 있다. 현장평가에서 2016년과 2018년에는 달성토성마을축제, 2017년에는 경북대서문골목축제가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처음 대구시의 지원을 받은 논두렁밭두렁축제는 평가에서 2위를 차지하며 좋은 출발을 보였다.

우수마을축제로 선정된 이 축제들은 작지만 성장가능성이 있는 축제다. 달성토성마을축제의 경우 달성토성이란 역사성과 주민들이 꾸민 정원골목을 접목시킨 축제로 아기자기한 재미를 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역의 젊은 예술인과 경북대 서문골목의 상인들이 힘을 합쳐 5회째 열어온 경북대서문골목축제는 예술인들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패기를 상인들이 적극적으로 수용해 젊음이 느껴지는 축제로 눈길을 끌었다. 도농복합지역인 칠곡의 넓은 논과 논두렁을 활용한 논두렁밭두렁축제는 허수아비 만들기 등의 체험, 연날리기 등의 전래놀이를 통해 가족단위 참가자들의 발길을 이끌어냈다. 3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봉산미술제는 미술을 소재로 한 마을축제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대구축제평가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오 연구위원은 “마을축제가 보여주는 전시용이 아니라 참여하고 화합하는 주민융화의 용광로이자 지역공동체의 복원에 중심을 두고 이뤄진다면 그 발전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주민이 만들다 ‘마을축제’
매년 가을에 열리는 ‘논두렁밭두렁축제’. <영남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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