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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모의 배낭 메고 중미를 가다] 멕시코 오악사카 (Oaxa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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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미디어부기자
  • 2019-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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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와 테킬라 한잔, 아코디언의 멜로디에 모두가 행복한 소칼로 광장

멕시코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 중 하나로 손꼽히는 소칼로 광장에는 공연이 이어진다. 시민들은 공연을 보면서 휴식을 취한다.
오악사카의 랜드마크로 여행자들의 길라잡이가 되어 주는 산토도밍고 성당. 높이 35m의 종루 2개와 바로크양식의 파사드가 조화를 이룬다.
시장건물 전체가 고기를 구워 파는 상점들로 가득한 ‘11월20일 시장’은 시끌벅적하고 고기 굽는 연기로 가득 차 있다.
세계에서 둘째로 큰 편백나무 엘툴레는 성인 30명이 손을 잡고 나무를 둘러싸야 할 정도의 큰 둘레를 자랑한다.

◆가장 멕시코다운 매력적인 도시 오악사카

멕시코시티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7시간을 달려 로맨틱한 여행자 천국이라는 아름다운 도시 오악사카에 도착했다. 멕시코 남부 해발 1천545m의 분지에 자리하고 있는 작은 고원 도시지만, 근교에 몬테알반 등 많은 유적지와 아름다운 자연이 있다. 오악사카는 1987년 유네스코가 보호하는 세계문화유산도시로 지정된 매력적인 곳이다.

오악사카의 중심에 위치한 1608년 건축된 산토도밍고 성당은 여행자들의 길라잡이가 되어 주는 랜드마크다. 오악사카를 대표하는 당대 최고의 장인들이 건축한 바로크예술의 정수라는 산토도밍고 성당은 낮은 건물들 사이로 웅장하게 서 있는 위용스러운 자태에 높이 35m의 종루 2개와 바로크양식의 파사드가 조화롭다. 성당 내부 금박을 입힌 성인들의 조각상과 호화로운 황금 장식으로 꾸며져 있는 천장이 무척 인상 깊었다.

여행자들 길라잡이 산토도밍고 성당
위용 넘치는 자태…호화로운 황금장식
고기굽는 연기 가득 찬 석쇠구이 시장
절벽 타고 긴세월 뿜어져내린 용천수
하늘과 제일 가까운 온천 엘 아구아

아메리카대륙 첫 계획도시 몬테알반
산정상 만든 중앙광장·피라미드 신전
원주민 종교 중심지 붉은 돔 ‘미틀라’
세상 둘째 큰나무 2천년 넘은 ‘엘툴레’


시장건물 전체가 고기를 구워 판다는 독특한 곳인 ‘11월20일 시장’을 찾아갔다. 멕시코 혁명 기념일에서 이름을 따온 볼거리와 먹거리가 가득한 시장은 일명 석쇠구이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시장에 들어서면 엄청나게 시끌벅적하고 고기를 굽는 연기로 가득 차 있다. 음식을 먹으러 온 사람들, 호객하는 상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데 여러 가게 중 한 곳에서 고기와 채소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현지인들과 함께 한 음식의 맛과 시끌벅적한 분위기는 여행자의 혼을 빼놓는 것 같아 음식을 코로 먹는지 입으로 먹는지도 모를 정도였으나 모든 것이 즐거웠다.

다음날 다시 오악사카의 속살을 찾아 걸었다. 오악사카의 매력 중 하나는 도시가 아담해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시내는 전형적인 스페인풍 도시의 모습으로 빨강, 파랑 등 원색의 단층 건물과 바둑판 모양으로 구획되어 있다. 길을 나서자 낯선 장소에 대한 호기심이 여행자의 탐구적인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골목 골목의 키 낮은 스페인풍의 컬러풀한 집들의 분위기가 도시에 생동감을 불어넣어 주는 것 같다. 시내를 걸으며 눈물이 차오를 만큼 벅찬 감동과 행복으로 가슴이 뜨거워졌다.

언제나 그렇듯 석양에 물들어 평화로운 오악사카의 밤거리를 나섰다. 옅은 불빛에 더욱 빛나는 빨간 건물, 노란 골목 사이를 헤집고 작은 시내를 돌아보는 걸음에는 절로 여유가 묻어난다. 여행자를 유혹하는 각종 원색 물건들에 시선을 주면서 걷다가 오악사카 치즈와 테킬라 한잔에, 아코디언의 멜로디에 빠진다. 숙소로 돌아가는 산토도밍고 성당 주변의 소칼로 광장에는 많은 인파들이 흥겨운 리듬을 타고 있다. 한쪽에서는 악사들이 멕시코 특유의 흥겨운 리듬을 풀어놓고, 여행자와 시민들이 어우러져 전통춤을 추고 있다. 멕시칸들의 흥겨운 분위기에 젖어 그 대열에 함께했다.

◆절벽 위의 오아시스 이에르베 엘 아구아(Hierve el Agua)

초자연적 풍광을 자랑하는 이에르베 엘 아구아 온천.

멕시코의 맛이 가장 진하게 살아있는 오악사카에 왔다면 꼭 가 보아야 하는 곳이 바로 이에르베 엘 아구아이다. 오악사카시에서 70㎞ 정도 떨어진 조그만 마을 인근에 위치해 있는 이에르베 엘 아구아 온천을 찾아가는 길의 버스는 힘겹게 창 밖 가득 흙먼지를 날리며 선인장이 자리한 황무지와 듬성듬성 잡초가 돋아난 메마른 산길을 굽이쳐 오른다. 버스에서 10분 정도의 오솔길을 걸어 들어가니 뭉툭하게 솟아오른 산언덕에 있는 폭포가 눈에 들어온다.

다시 산비탈을 내려가 도착한 곳에는 온천물이 솟아나고, 세월을 가늠하기 어려운 시간 동안 흐른 자리에는 오아시스에 있는, 그림 같은 온천탕이 있다. 가슴까지 물이 차오를 정도로 생각보다 깊은 온천탕 앞에는 바위 절벽 아래로 탁 트인 전망이 펼쳐진다. 긴 세월 동안 뿜어져 나온 용천수는 절벽을 타고 흘러 침전을 이루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한 겨울에 얼어버린 폭포수 같다.

초자연적 풍광을 한 이에르베 엘 아구아의 용천수가 흐르는 온천은 아마 하늘과 제일 가까운 온천이 아닐까 싶다. 아름다운 이곳에서 수영을 할 수 있어 준비해간 수영복을 입고 들어섰다. 바닥에 이끼가 낀 듯 매우 미끄러워 다닐 때 아주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긴다. 산 위의 자연 노천온천탕에서 여행자들과 두 팔을 벌려 신비로움을 만끽해본다.

건너편 절벽 위에 탄산칼슘과 미네랄이 함유된 용천수가 흐르다 굳어진 모습이 아름답고 기이하다. 탄산수가 절벽을 타고 흐르다가 물이 모두 증발한 후 석회만 남아있는 폭포가 보인다. 마치 한겨울의 얼음폭포처럼 보이는 석회폭포가 장관이다. 기다랗게 늘어트린 코끼리 코 같은 모습의 종유 기둥에서는 아직도 물이 뚝뚝 떨어진다. 자연이 빚어놓은 예술작품은 앞으로도 계속 모습을 바꾸며 새로운 형태를 보여줄 것이다.

◆사포텍 문명의 중심지 몬테알반(Monte Alban)

사포텍인들이 건설한 오악사카에서 꼭 가 봐야 할 유적지 몬테알반은 시내에서 9㎞ 정도 떨어진 산등성 언덕에 넓게 자리하고 있어 오악사카에서 여행자 셔틀을 타고 약 30분이면 갈 수 있다. 이곳은 방어를 위해 산등성이에 만들어져 오악사카 도시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BC800년경 올멕 문화를 배경으로 성장해 BC300년경부터 사포텍 문화를 이루며 전성기를 맞이한 아메리카 대륙에서 최초로 건설된 계획도시다. AD200년 이후 강력한 세력을 떨치며 전성기에는 이곳에 4만명이 거주하였단다. 산 정상에 만든 인공적인 대지 위에 중앙광장을 중심으로 제단과 13개의 계단식 피라미드 신전, 천문 관측소 등 26채의 건물이 남아 있다.

입구는 북동쪽에서 들어가 왼쪽에 있는 동쪽의 피라미드와 오른쪽에 있는 북쪽의 플랫폼을 보면서 시작, 남쪽을 향하여 피라미드를 보면서 지난다. 이들 대부분의 피라미드는 신전으로 사용된 것들이다. 경내로 접어드니 입구인 북쪽에서 남쪽으로 길게 뻗은 형태로 대형광장과 피라미드, 볼 경기장, 170여기의 무덤이 발굴된 유적지가 있다. 입구에서 언덕을 오르니 이들 피라미드가 한눈에 들어오며 장관을 이루는 몬테알반이 시야에 가득찬다. 산꼭대기에는 피라미드들이 모여 있는데 이들은 천체관측을 위한 천문대를 제외하고는 남북을 축으로 바르게 잘 정렬되어 있다. 신전 주변에서 발견된 석주에는 사람들이 춤을 추는 형상이 새겨져 있다. 춤을 추는 모습이 아니라 전쟁 포로들이 고문을 받는 모습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단다. 언덕에선 저 멀리 드넓은 오악사카의 고원지대를 한눈에 내려다보며 몬테알반의 휴식에 취한다.

◆고대유적 미틀라(Mitla)와 2천년 세월을 지킨 엘 툴레(El Tule) 나무

빛바랜 듯한 벽 위로 올려진 붉은 돔 지붕이 인상적인 미틀라는 고대 원주민인 사포텍인의 종교 중심지로 제사를 지내는데 사용됐다.

빛바랜 벽 위에 올린 붉은 돔 지붕이 인상적인 미틀라는 900년대까지 이곳을 지배한 사포텍인의 문화 유적지로 오악사카에서 44㎞ 떨어진 곳에 있다. 종교 유적지인 미틀라는 아즈텍인의 언어로 ‘죽은 자의 장소’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당시 이곳에서 제사를 지냈으며, 주거지로도 사용되었다. 유적지는 5그룹의 장소로 구성되어 건물에 기둥은 있으나 천장이 없는 구조인데, 당시 나뭇잎으로 덮어서 천장으로 사용했다. 벽의 장식과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작은 조각의 돌을 연결하여 모자이크 무늬를 만든 벽면 계단식의 기하학적 벽돌 모자이크가 독특함을 드러낸다.

이곳에서는 수많은 분묘와 제물로 희생된 유골이 쏟아져 나왔다고 한다. 미틀라 유적의 내외부에는 온통 기하학적인 모자이크 무늬가 새겨져 있는데 이는 하늘, 땅, 뱀 등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손으로만 건설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너무나 정교한 건축물들은 이들에게 사후세계가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오악사카에서 미틀라 유적지를 향해 가는 국도변 툴레라는 마을에 세상에서 둘째로 큰 나무가 있다. 2천년이 넘은 편백나무인데 멀리서 보았을 때는 그 크기에 대한 실감이 나지 않았으나 시야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더 놀라웠다. 엘 툴레 나무는 둘레로는 세계에서 가장 크며, 전체 크기로는 둘째인 편백나무다. 워낙 규모가 커서 바로 옆의 성당 건물이 미니어처처럼 보였다. 나무높이 42m, 둘레 58m, 직경 14m로 일반적으로 크다고 하면 키가 가장 큰 나무라고 생각했는데, 크기보다는 둘레가 크다고 해야겠다. 성인 30명이 손을 잡고 나무를 둘러싸야 할 정도의 큰 둘레를 자랑하는 나무는 찾는 이도 그리 많지 않은 곳에서 뜨거운 햇볕 아래 오랜 세월 서 있는 또 다른 여행자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본 나무의 겉은 투박하지만 아름다웠다. 나무뿌리가 굳게 자리잡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보이는 딱딱한 바닥에서 군데군데 파인 자국을 주름처럼 드러낸 채 홀로 우뚝 선 모습은 가히 경이롭다. 2천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묻은 그늘 아래에서 푸르고 신성한 기운을 온 몸에 받아들인 후 12시간의 야간버스를 타고 산크리스토발로 향했다.

자유여행가·전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장 ymahn11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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