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한복디자이너 김도윤

  • 김수영 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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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19   |  발행일 2019-04-19 제41면   |  수정 2019-04-19
“가장 가까운 사람과 스토리 담긴 한복…전통·현대美 접목한 ‘좋은옷’ 보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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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한복디자이너에 대한 이미지를 깨뜨리는 화화호호 김도윤 대표가 매장에 설치된 그네에 앉았다. 전통 한복의 선을 살리면서 자유롭고 현대적인 감각의 한복을 선보이려는 의지가 그의 외모에서부터 느껴진다.

한복디자이너 김도윤씨(48·화화호호 대표)는 기자의 선입견을 깬 이였다. 단아한 외모와 그에 걸맞은 한복을 입을 것이라는 생각을 뒤집어 엎은, 짧은 커트머리에 아방가르드한 옷을 입은 재기발랄한 사람이었다. “한복디자이너 같지 않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는 그는 “외모에 있어서도, 옷의 디자인에 있어서도 고정관념에 사로잡히기는 싫다”고 했다. 대학에서 의상학을 전공한 뒤 우연찮게 한복의 길로 접어든 그의 이야기를 들으니 한복에 대한 밝은 미래가 느껴졌다.

▶대학에서 의상학을 공부했다면 서양복식을 배웠다는 말인데 어떻게 한복디자이너의 길로 들어섰는지요.

“경일대 의상학과를 나온 뒤 대학원에서 한국 복식을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대학 때 은사인 최경순 교수님이 좋아서 무작정 대학원을 교수님이 가르치는 분야로 정하게 되었지요. 삶에 있어 사람, 특히 스승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지요. 교수님을 따라다니며 교수님이 배우는 누비, 매듭, 침선, 천연염색 등을 저도 배웠습니다. 상당수는 무형문화재들이라 최고 수준의 교육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석사 논문으로 전통문양디자인에 대한 연구를 한 것도 한복 연구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켰습니다. 석사 졸업 후 초빙교수, 겸임교수 등으로 활동하면서 복식사, 한복제작, 공예 등을 가르쳤습니다. 그러다가 서울에 있는 생활한복업체에서 2년여 디자이너로도 일하고 월간 ‘한복의 미’에서 프리랜서 기자로도 활동했습니다. 이런 것들이 결국 한복디자이너로 방향을 틀게 된 단초가 되었습니다.”


“대학 은사 영향, 누비·매듭·침선·천연염색 공부
허례허식 예복 고정관념, 되살리는 방법 고민
‘한복을 짓다’ 집 짓듯이 공이 많이 들어가는 옷
허리선 아래 내린 긴저고리, 다양한 디자인 접목
고객에 적합한 색채 권장…사이즈 수정도 가능
가죽·펠트 소재, 공예적 기법 통해 다양한 시도
한국적 양장스타일 론칭, 아동복∼성인복 확대
오방색·아방가르드한 형태 세계시장 진출 강점”



▶한복매장까지 오픈,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 스스로도 한복매장을 운영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고향인 대구에 내려왔는데 스승님이 ‘디자인 실력이 좋으니 한복집 한번 열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그 말씀을 듣고는 2013년 ‘화화호호’를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한복디자인은 해봤으나 한복을 직접 만든 경험이 없었던지라 개업 초기에는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대학에서 강의를 주로 해왔기 때문에 손님 응대, 판매 노하우 등도 없었지요.”

▶어릴 적 시골할머니 댁에서 지낸 경험이 한복디자이너가 되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했는데요.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방학 때만 되면 동생과 저는 시골할머니 댁으로 보내졌습니다. 그곳에서 별달리 할 것이 없었던 데다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하루종일 시골집 툇마루에 앉아 외할머니가 꿰매다 버려둔 조각천을 만지며 보냈습니다. 이런 추억들도 자극제가 되었던 게 사실입니다. 지금도 한복을 만질 때면 어린 시절이 떠오릅니다. 그래서 한복을 디자인하는 일이 재미있고 행복합니다.”

▶한복의 위상이 예전 같지가 않은 듯합니다. 한복이 점점 일상에서 멀어지고 있는데요.

“한복디자이너로서 점점 고민스러워지는 부분입니다. 한복을 불편한 옷, 30분짜리 허례허식의 예복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한복디자이너로서 이런 처지에 있는 한복을 어떻게 하면 되살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수없이 해봤습니다. 어느 날 누군가 이렇게 묻더군요. ‘한복이 좋은 옷인가요?’ 무슨 뜻으로 물은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이 물음은 한복에 대한 저의 의식을 전환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복은 좋은 옷이다.’ 이게 저의 답입니다.”

▶실용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한복을 좋은 옷이라 말씀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한복은 스토리텔링이 있는 옷입니다. 한복은 ‘만들다’고 표현하기보다 ‘짓다’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합니다. 마치 집을 짓듯 공을 들이는 한복은 집처럼 여러 스토리가 스며있게 됩니다.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고, 그 사랑하는 사람과 또 다른 가족이 되기 위해 약속의 다짐을 할 때 예를 갖추어 입는 옷이 한복입니다. 여러 사연이 응축된 옷이지요. 타인과 타인이 만나 가족이 되는 일에 얼마나 많은 스토리가 있겠습니까. 행복했던 이야기, 기뻤던 이야기, 슬펐던 이야기 등 각양각색의 이야기가 있을 텐데 이런 많은 이야기들을 품고 있는 결혼식에 필요한 옷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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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화호호에서 선보인 다양한 한복들. 전통한복을 비롯해 생활한복, 아동복 등 다양하다.

▶화화호호(花花蝴蝴)라는 브랜드명에도 의미가 있는 듯합니다.

“꽃 화, 나비 호입니다. 이는 음과 양, 남자와 여자를 뜻하지요. 웃음소리 하하호호의 의성어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모든 조화로움을 상징한다고나 할까요.”

▶화화호호만의 디자인 특징은 어떤 것인지요.

“여러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한복디자인에 대해 더욱 깊이 있게 연구했습니다. 한복은 늘 짧은 저고리에 긴 치마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고 싶었는데 조선 초기 엉덩이를 덮을 만큼 길었던 저고리가 생각이 나더군요. 한복의 허리선을 아래로 내려 긴 저고리를 만들었습니다. 저고리가 길어진다는 것은 한복을 디자인할 수 있는 영역이 그만큼 넓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고객에게 맞는 최상의 색채를 찾아내는 것도 화화호호만의 특화된 것이라 할 수 있지요. 컬러별 시즌샘플을 디자인, 제작해 소비자에게 착장시켜 고객과 가장 잘 어울리는 컬러를 찾아줍니다. 이 컬러 착장방식은 고정된 결혼예복 컬러에서 벗어나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색채 컬러를 권장하므로 소비자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그는 진주실크 전국디자인경진대회, 대구공예대전, 대구관광기념품공모전, 국가상징디자인공모전, 경기디자인전람회, 어린이한복디자인공모전 등에서 입상하고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신지식인 인증, 어린이 한복디자인공모전 감사장, 중국 허난성 정저우 국제패션문화위크 디자이너상 등을 받았다.

▶한복의 사이즈 수정도 가능하다고 들었습니다.

“한복은 실크를 사용하는 데다 맞춤복이기 때문에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결혼식 때 한복을 맞추고 나서 몇 년 뒤 고객의 품이 급격히 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서양의상을 전공했기 때문에 55사이즈 고객의 몸무게가 늘어 66사이즈가 되었을 때를 대비해 사이즈 수정이 가능하도록 제작하고 있습니다. 저고리, 치마, 속치마 모두 치수 수정이 가능합니다. 동정도 뗐다 붙였다 할 수 있어 편리합니다.”

▶그동안 한국의상협회 패션쇼, 대구국제패션문화페스티벌, 중국 칭다오 한·중교류 패션쇼 등 많은 패션쇼에서 색다른 한복을 선보여 주목받았습니다.

“대학에서 서양의상을 전공한 데다 매듭 등 공예를 배운 경험이 있어 패션쇼를 위한 한복을 디자인할 때 가죽, 펠트 등 기존 한복에 사용하지 않았던 소재들을 부분적으로 사용하고 공예적 기법도 접목했습니다. 한복이지만 기존의 한복과는 다른 이미지를 주는 의상을 많이 디자인했습니다.”

▶올해 한복을 토대로한 양장브랜드를 론칭한다고 했습니다.

“한복선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에스닉하고 아방가르드한 색과 선을 살린 브랜드 ‘호호루베이비’를 하반기에 선보일 계획입니다. 먼저 아동복브랜드로 시작한 뒤 성인복까지 확대하려 합니다. 한국전통문양, 족두리, 비녀, 항아리 등 전통기물이나 장신구 등을 활용한 문양도 접목해 한국적인 양장스타일을 보여주려 합니다. 이 브랜드에서는 앞으로 다양한 주제로 의상을 선보일 예정인데 첫 주제는 ‘더 고름’으로, 고름을 다양하게 변형시켜 접목한 의상입니다.”

▶전주한복마을, 경복궁 등에서 한복투어를 하는데 이때 입는 한복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나름의 견해도 있을 듯합니다.

“한복 투어에서 입는 한복들이 중국에서 대량으로 만든 것이라 한복의 선이 사라지는 등 변형이 너무 심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에 대한 찬반의견이 팽팽한데 한복 변형이 심하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지만 한복투어가 한복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을 높이는 데는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한복을 촌스럽고 불편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만큼 이를 현대적 감각에 맞도록 변형하는 것은 받아들여야 하지만 심하게 왜곡시키는 것은 피해야 할 듯합니다.”

▶한복을 글로벌패션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도 강조하셨는데요.

“중국, 일본, 베트남 등의 전통의상이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중국의 치파오는 현대화와 고급화로 명품의 반열에 올랐지요. 중화권을 넘어서 미국, 영국 등의 매장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일본의 기모노는 안나수이, 비비안 웨스트우드 등 유명디자이너 브랜드가 영감을 받은 옷을 선보여 글로벌 패션아이콘으로 떠올랐습니다. 베트남의 아오자이는 기업 유니폼, 교복 등으로 대중화돼 베트남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것은 물론 베트남 주요 도시에 있는 수많은 아오자이 맞춤매장에서 세계 관광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한복도 이들 옷과 경쟁할 수 있는 우수한 옷입니다. 오방색의 오리엔탈적인 컬러와 아방가르드한 형태, 모더니즘적인 선 등이 세계화시킬 수 있는 강점이라 생각합니다. 한복의 대중화, 세계화에 일조를 한다는 생각으로 앞으로도 발전적인 한복을 선보이는 데 노력할 것입니다.”

글=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사진=이지용 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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