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기반 AI 전문기업 더아이엠씨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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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27 07:47  |  수정 2019-04-27 07:48  |  발행일 2019-04-27 제13면
학술·연구에 특화된 빅데이터 솔루션 개발…주요대학·기관서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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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에 대한 텍스톰의 빅데이터 수집과 분석 결과. <더아이엠씨 제공>

미래 산업에서 기술 패권의 핵심 분야는 인공지능(AI) 및 빅데이터로 꼽힌다. AI는 신과학기술 혁명과 산업 변혁을 이끄는 전략 기술이자 전 분야를 끌어올리는 선도·분수 효과가 강력한 기술로 통한다. 수많은 디지털 채널로 연결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쌓인 빅데이터는 개개인의 취향과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근간으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수년 전부터 미국과 중국 등 해외 각국에서는 세계 기술경쟁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AI와 빅데이터 기술 개발에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AI와 빅데이터의 결합에 신성장동력이란 문구가 따라붙는 이유다. 국내 기업들의 ‘AI·빅데이터 결합 효과’에 대한 기대감은 높지만 실제 기술 개발 속도는 더디다. 과도한 규제에 가로막힌 탓이다. 그런데 대구에서 자체 기술로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을 개발한 빅데이터 기반 AI 전문기업이 있다. 2017년 대구시 프리-스타기업으로 선정된 <주>더아이엠씨다.

마케팅도 지원가능 수준 ‘진화’
3개 국어 텍스트 일괄처리 가능

온라인 마케팅서 빅데이터 접해
연구 끝에 2013년 ‘텍스톰’ 탄생
개발 첫해 매출 2억…작년 20억
중국버전 출시 해외시장 개척도

논문작성 등 학술·연구에 특화
대학·교육기관 등 사용법 교육
현대車선 고객불만 분석에 활용


◆빅데이터를 AI로 분석…국내 최다 사용 빅데이터 솔루션 ‘텍스톰’

빅데이터를 ‘산업의 쌀’로 표현하는 것에 대해 이견을 다는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빅데이터가 없으면 기업들은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길이 없는 시대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첨단 정보기술(IT) 업체들은 빅데이터를 비즈니스의 기반으로 삼은 지 오래됐다. 전통 제조업을 제치고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권을 차지한 아마존과 넷플릭스, 구글, 페이스북 4개 기업의 원동력도 빅데이터 기술이다. 이들 기업은 고객의 니즈와 제품 판매도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고객에게 최상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제조업에서 선진국을 모방하는 데 불과하던 중국이 현재 선진국을 위협하는 수준의 국가로 발돋움한 배경 역시 빅데이터 활용을 극대화한 때문이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삼성전자보다 기업 가치가 높아진 알리바바·텐센트가 창업 20년 안팎 만에 세계적 기술기업이 된 이유도 빅데이터를 활용한 제품 개발과 마케팅, 고객 맞춤형 서비스 덕분이란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산업에서 뒤처진 상태다. 개인정보 보호 규제에 가로막혀 세계의 흐름과 역주행한 탓이다. 빅데이터를 원활하게 쓰지 못해 국내 기업들이 AI·사물인터넷(IoT)·스마트공장·첨단이동통신(5G) 등 초고속 플랫폼 경제 시대 자체를 따라갈 수 없게 된 처지다.

이런 배경 때문에 더아이엠씨의 잠재력은 높이 평가된다. 더아이엠씨는 6년 전인 2013년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텍스톰(textoM)을 개발했다. 이듬해에는 빅데이터 기반 소셜 플랫폼을 구축하고, 2015년에는 2세대 텍스톰을 출시했다. 더아이엠씨는 2016년 3월 이세돌 9단에 대한 바둑 AI 알파고의 압승 이후에는 빅데이터 기반 AI 전문기업으로 체질을 개선했다. 빅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일에 하루 24시간 쉼없이 학습하면서 아무리 사소한 것도 잊지 않는 기억력을 지닌 AI가 적합하기 때문이다.

텍스톰은 학술 및 연구에 특화된 솔루션이다. 현재 국내외 대학교수와 대학생, 대학원생이 텍스톰을 활용해 작성, 공개한 논문만 100편이 넘는다. 서울대와 이화여대, 고려대, 경희대, 성균관대 등 국내 대학과 부산시교육청 등 교육기관, 국방기술품질원 등에서는 텍스톰 사용법을 교육하고 있다. 현대차에는 국가별 고객불만 분석 솔루션으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 조달청에서 운영하는 나라장터의 벤처기업 상품 쇼핑몰 ‘벤처나라’에도 정식 등록돼 판매되고 있다.

현재 텍스톰은 기업 마케팅을 지원하는 수준의 2.5세대까지 개발됐다. 한글과 영어, 중국어까지 3개 국어의 텍스트 데이터의 수집, 정제, 분석, 시각 처리 등 일괄처리가 가능하다. 더아이엠씨는 텍스톰을 3세대로 업그레이드하는 중이다. 지난해에는 텍스톰 중국 버전을 출시하고 중국시장 진출에 나섰다.

이와 관련해 더아이엠씨는 국가 인증을 취득하고 특허도 여럿 보유하고 있다. 특허는 총 8건 등록했고, 출원 중인 특허는 6건, 프로그램 등록은 10건에 달했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로부터 굿소프트웨어(GS) 인증도 얻었다. 한국데이터진흥원의 ‘데이터품질인증(DQC-V)’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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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아이엠씨 전채남 대표의 비전은 ‘국내 최고의 빅데이터 기반 AI 전문회사’다. 이를 위해 빅데이터 기반 소방안전예보 실증과 콜센터 음성인식 기반 민원예보, 데이터 분석 기반 교통사고 예보 등 다방면에 빅데이터와 AI를 결합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빠르게 다양한 영역 개척…인재 중심 경영

더아이엠씨는 2003년 12월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근처 26.4㎡(8평) 남짓한 사무실에서 출발했다. 당시 영남대 경영학과 박사학위를 수료한 전채남 대표는 시간강사로 활동했다. 창업계기는 광고 마케팅 수업을 하다가 만난 학생들이 좋은 일자리를 구하는 데 어려워하는 것을 보면서다.

전 대표는 “좋은 일자리를 찾으러 서울로 떠날 수밖에 없다는 학생들이 안타까웠다. 학교에 남아 연구하는 것보다 현장에서 일자리를 만들어 청년에게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당시 더아이엠씨의 주력 사업은 온라인 마케팅이었다.

온라인 마케팅이 비즈니스 영역에 포함되지 않던 초창기여서 다양한 온라인 홍보를 대행했다. 이후 소셜미디어가 각광을 받으면서 소셜 분야 마케팅도 함께 했다. 2011년에는 대구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때 국내외 온라인 홍보를 맡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 등에 소셜미디어 마케팅을 해왔다.

동시에 블루오션도 찾았다. 솔루션 없는 마케팅의 한계 때문에 사업 자체가 하루살이에 그친다고 여겨, 기존 사업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사업 발굴에 나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전 대표는 빅데이터를 접하고 이를 활용하면 성과 측정과 미래 예측이 가능하겠다는 구상을 하게 됐다. 그간 좋아요와 공유, 댓글 수 파악에 불과했던 성과 측정의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확신에서다. 새로운 가치 창출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은 연구개발(R&D)로 이어졌다. 텍스톰은 이렇게 개발됐다.

더아이엠씨는 텍스톰 개발 이후 큰 폭으로 성장했다. 매출은 설립 첫해 2억원에서 지난해 20억원으로 10배 증가했다. 사업은 전국 시장으로 확대됐다. 온라인 마케팅은 지역 위주로 할 수밖에 없었지만 솔루션을 판매한 뒤에는 판로가 다양해졌다. 직원은 4명에서 40명으로 10배 늘었다. 이 중 석·박사학위를 지닌 이는 11명이다. 5년 전에는 서울 마포구에 본부를 내고, 최근 수성알파시티에 터를 잡아 1천652㎡(500평) 규모의 더아이엠씨 본사 건물을 세웠다. 지난 16년간 끊임없이 비즈니스 영역을 바꾸거나 새로운 먹거리를 찾은 덕분이었다.

전 대표는 “그간 R&D에 투자를 많이 한 탓에 지난해 매출이 20억원에 그쳤지만 올해부터는 매출이 급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고생하는 직원들에게 프라이드를 심어주고 해외 비즈니스 파트너사에 건실한 기업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무리해 건물을 지었다”고 말했다.

더아이엠씨가 걸어온 길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사업 전환을 우려한 직원들의 이탈 등으로 위기를 맞았다. 수익을 내던 영역을 줄이고 새로운 사업에 과감하게 투자하면서 겪은 경험이다.

그는 “주요 프로그래머는 빅데이터로 언제 매출을 올리고 먹고 살겠느냐고 불안해했다. 결국 아끼던 직원들이 떠나갔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AI 비전 등을 체감시키기 위해 소통을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이런 경험은 ‘인재 중심 경영’이라는 회사 운영으로 이어졌다. 전 대표는 “우수한 인재의 확보 유무에 따라 기업의 생존이 달라진다. 빅데이터나 AI 전문인력에 대한 유치 경쟁이 점점 격화되면서 인재 등용에 대해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 기업을 운영하면서 가장 듣기 불편한 말은 ‘직원들의 월급을 어떻게 주느냐’는 것이다. 직원들이 벌어온 것을 나와 공유하는 것이지, 내가 직원들의 월급을 준다는 인식에 대한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위한 당부도 남겼다.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을 만들기 위해선 M&A나 투자 유치가 활발한 생태계 형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기업은 기업대로, 학계는 학계대로, 금융은 금융대로 각자도생하고 있다. 기업과 학계, 금융을 한데 묶을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글·사진=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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