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전 美서 대박난 걸그룹 ‘김시스터즈’ - 세계 자동차 족보 ‘빈티지 슈퍼카’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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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17   |  발행일 2019-05-17 제35면   |  수정 2019-05-17
■ 경주 테마 박물관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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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개관에 앞서 직원들이 통기타, 유성기 스피커, 첼로 등 온갖 악기와 음향기기 등을 한데 모아 탑 같은 조형물을 만들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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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박물관 2층 전시장에 오면 이런저런 포토존이 많아 아이와 함께 멋진 사진촬영을 할 수 있다(위). 외국 유명 올드카의 역사를 한 눈에 보여주는 경주세계자동차박물관.

서양음악의 연장에 있는 대중가요 1호는 뭘까. 여러 주장이 난무하는데 여기 오면 그 흐름을 모두 확인하고 소리도 감상할 수 있다. 1896년 7월24일 미국의 인류학자인 엘리스 플레처. 그녀는 워싱턴에서 당시 조선 유학생 3인(안종식·이희철·송영택)의 음원을 원통형 에디슨 실린더 음반에 담는다. 단가, 매화타령, 애국가, 아리랑, 동요 달아달아 등 모두 11곡이다. 현재 그 원본은 미국 의회도서관이 소장 중이다. 박물관 측은 도서관에 직접 의뢰해 복제품을 테이프에 녹음을 해서 가져왔다. 덕분에 흐릿하나마 그 소리를 국내에서도 들을 수 있게 된 셈이다.

한국음반의 여명기가 궁금했다. 워낙 설들이 분분하다. 기준에 따라 기록도 달라질 수밖에. 최초의 축음기는 고종 24년인 1887년 선교사 알렌에 의해 처음 소개된다.

1907년 미국 콜롬비아레코드에서 ‘조선의 소리’를 녹음하기 시작한다. 1908년에는 빅터레코드사가 소리꾼 이동백의 ‘적벽가’ 음반을 제작한다. 일본은 1907년 ‘일미축음기제조회사’를 모태로 1911년 축음기상회 개점광고를 낸다. 1913년 ‘닛보노홍(Nipponnophone)’이란 라벨을 사용해 ‘조선 신음보 1호’란 이름으로 판소리, 속요, 찬송가 등의 SP판을 판매하기 시작한다.

한국대중음악박물관은 구한말 대한제국 시절인 1907년 발매된 ‘다졍가’를 한국의 첫 음반으로 내민다. 1906년 대한 악공 한인호와 관기 최홍매, 그리고 3명의 기악 연주가가 일본 오사카로 건너가서 경기민요인 다졍가를 녹음, 미국 콜롬비아 본사에서 유성기 음반으로 주문제작해 경성에서 판매한 것이다.

◆한국 최초의 음원을 찾아서

이밖에 ‘이 풍진 세월’로 알려진 ‘희망가’는 최초 번안가요로 평가된다. 원곡은 1850년 발표된 미국 찬송가 ‘Drive at home’. 1925년 민요가수 김산월이 음반으로 취입을 했고 희망가란 제목으로 굳어진 건 1930년 한국 최초의 대중가수로 불리는 채규엽이 레코딩하면서부터. 또한 최초 창작가요로 추정되는 음반은 1929년 이정숙이 부른 ‘낙화유수’다. 1927년 김서정 감독이 만든 무성영화에 삽입된 영화주제곡인데 당시 제목은 ‘강남달’. 또한 1925년 가수 안기영이 부른 ‘내 고향을 이별하고’도 최초 대중가요로 분류되기도 한다. 이 노래는 개성 한영서원 교사이던 정사인이 작곡했다.

이밖에 ‘학도가’, 윤심덕이 부른 ‘사의찬미’, 영천 출신의 왕평이 작사하고 가수 이애리수가 부른 ‘황성옛터’ 등도 한국 대중가요의 여명기를 밝힌 음반이다.


한국 음반 여명기
1896년 워싱턴 조선유학생 3人 음원
아리랑 등 에디슨 실린더 음반에 담아
대한제국 시절 발매 첫 음반 ‘다졍가’
1930년 최초 대중가수 채규엽 ‘희망가’
포크록 신지평 연 한대수 코너도 흥미
오디오 마니아 감탄 ‘미로포닉 스피커’

세계자동차박물관
007·백투더 퓨처 영화 등장한 콘셉트카
쿠바 랜드마크 ‘올드카’옮겨 놓은 듯
영국 황실 세계 3대 명차 ‘롤스로이스’
섹시 심벌 마릴린 먼로 ‘포드 선더버드’
아이와 놀이 키즈존·레이싱시뮬레이터



또한 근대사 연구에 중요한 구실을 하는 음원 자료도 들을 수 있다. 1936년 당시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경기에 출전해 우승한 손기정의 육성 음원도 갖고 있다. 또한 1960년 3·1운동 33인 유족협회가 제작한 독립선언서 재현 목소리를 담은 SP 음반도 여기에 와야 들을 수 있다.

최초의 아이돌그룹에 대한 정보도 여기서 확인할 수 있었다. 1939년 조선악극단이 결성한 이난영, 장세영 등 당대 최고 여가수로 결성된 ‘저고리씨스터즈’이다. 이걸 딛고 미국에서 대박을 낸 걸그룹이 바로 김시스터즈. 김시스터즈는 김해송과 이난영의 두 딸(김숙자·김애자)과 이난영의 오빠 작곡가 이봉룡의 딸(김민자)로 구성돼 있다. 1959년 아시아 걸 그룹으로는 처음으로 미국에 진출하였다. 한편 미국에 최초로 진출한 대한민국 여가수는 1956년의 옥두옥이다. 1958년 KBS가 만든 국내 최초 LP음반이 있다. 여기에 ‘우리 대통령’이란 곡이 수록됐는데 이는 ‘이승만 대통령 찬가’로 당시 여자 아이들이 줄넘기 할 때 많이 불렀다. 외국 가수가 부른 아리랑 음반도 있다. 1965년 내한공연을 한 냇킹콜, 그는 비빔밥에 매료된 팝스타 마이클 잭슨처럼 아리랑을 너무나 사랑했다. 아리랑이 수록된 실황음반이 소장돼 있다.

◆유명 뮤지션 기증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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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정부공인 1종 박물관으로 선정된 경주시 신평동 한국대중음악박물관 입구 전경.

이 박물관은 밋밋한 건 소장하지 않는다. 유일하고 희귀하고 사회적 이슈가 되는 다양한 기준의 최초 음반과 음원 등을 고집한다. 한국 포크록의 신지평을 연 뮤지션 한대수 코너도 흥미롭다. 그는 2015년 12월24일 박물관 1층 감상실에서 국내 마지막 콘서트를 했다. 그날 사용했던 통기타와 히피스러운 세모 재킷 등을 기증했다. 또한 지난해 11월에는 데뷔 50주년을 맞은 뮤지션 장욱조의 기념 콘서트도 올렸다. 원로가수를 초청해 그들의 육성과 영상을 채록한다는 취지다. 수집에 머물지 않고 콘텐츠 생산에도 역점을 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2층 한 편에는 남진, 현미, 임희숙, 방주연, 김상희, 유익종, 조경수, 이광조, 소리새, 옥희 등 국내 유명 가수의 무대복 등 소장품을 볼 수 있다. 그룹 부활의 김태원도 전기기타를 기증했다.

3층 오디오관의 백미는 1936년 미국 웨스턴 일렉트릭사가 제조한 미로포닉 사운드 스피커. 그 가치를 알아 보고 절을 하는 오디오 마니아도 있다. 관람객 누구나 음반을 가져오면 이들 스피커로 들어볼 수 있다.

현재 한국대중음악의 효시로 평가받고 있는 윤심덕(1897~1926)의 ‘사의 찬미 기획전’과 국내 최초 무용수로 불리는 최승희 기획전도 함께 열리고 있다. 월요일 휴무. 경주시 엑스포로 9. (0507) 1442-5503

◆경주세계자동차박물관

하늘로 솟아 오르는 열기구. 그것과 조화를 잘 이루고 있는 북군동 ‘경주세계자동차박물관’. 오후 4시를 넘어 도착했는데 보문호와 잔디밭의 온도차로 인해 박물관 1층 테라스는 쉴 새 없이 바람세례를 받는다. 박물관 입구에 노란 스쿨버스 한 대가 포토존으로 앉아 있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 하지만 해외 유명 슈퍼카는 그 족보를 제대로 알기 어렵다. 1층에서 2층 올라가는 초입에 세계 자동차의 역사가 잘 정리돼 있다. 국내에서 이렇게 다양하고 고품격 빈티지 슈퍼카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곳은 없다.

나는 인류 최초의 자동차가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했는지가 가장 궁금했다. 1769년 프랑스 장교였던 조셉 퀴노가 증기기관을 동력으로 한 삼륜차 형태의 퀴노 증기자동차를 만든다. 이건 대포운반용인데 세계 최초 엔진을 가진 자동차로 기록된다. 이 자동차는 프랑스 파리의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자동차 산업의 첫 단추는 역시 독일이다. 자존심 메르세데스 벤츠 때문에 가능했다. 바로 1883년 벤츠 창업자 칼 벤츠는 세계 최초 가솔린 엔진으로 움직이는 세발 자전거처럼 생긴 자동차 ‘페이턴트 모터바겐’을 생산한다. 1886년 1월29일 독일 정부로부터 특허를 받는다. 이 날이 가솔린 자동차의 생일이다.

박물관 입구에 예의 그 두 모형이 있다. 2층은 올드카로 가득하다. 쿠바 도심 투어의 랜드마크로 부상된 ‘올드카’를 여기 옮겨 놓은 것 같다. 007, 백 투더 퓨처 등 영화에 등장한 콘셉트카도 군데군데 전시해 놓았다. 국산 아반떼 엔진을 단 레이스카도 보인다.

영국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1935년산 ‘롤스로이스’. 나무와 스틸의 완벽한 조화,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영국 황실 전용의 세계 3대 명차인데 여기 오면 초창기 버전을 볼 수 있다. 섹시 여배우의 심벌이었던 마릴린 먼로 자동차 앞에 섰다. 1955년 미국 포드사가 제작한 빨간 ‘포드 선더버드’인데 정말 길다. 6m 이상이라서 우주선 같은 외형이다. 이 스타일은 영화 ‘델마와 루이스’에 등장한 차종으로 자동차 전성기 미국인의 향수를 자극한다.

1958년 포드사가 생산한 모델인 ‘에드셀(Edsel)’. 이 차의 앞면 모양이 여성을 비하한다는 오명을 얻어 단명으로 끝나고 말았다. 앞면 보다 뒷면의 디자인이 더 멋진 미국 쉐보레사 1959년 모델 ‘임팔라(Impala)’는 유려한 곡선을 살리기 위해 주유구도 번호판 밑으로 넣어버렸다. 1957년 캐딜락 시리즈를 보면 미국 자동차 산업의 시각적 흐름을 한 눈에 보여준다. 앞면은 프로펠러 비행기, 중간으로 가면서 F5전투기 디자인이 나타난다.

한 가지 팁. 유럽형은 형태를 최소한 단순하고 클래시컬하게 만들지만 미국형은 너무나 디자이너블하다는 점을 알고 관람하면 도움이 될 듯. 3층은 키즈존으로 꾸며 아이들이 자동차와 뒹굴 수 있게 만들었고 연계해 키즈푸드를 파는 키즈카페도 운영한다. 자동차 레이싱 시뮬레이터도 이용할 수 있다. 1층에는 자동차 피큐어 같은 걸 살 수 있는 기념숍이 있다. 경주시 보문로 132-22. (054)742-8900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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