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현숙의 전통음식이야기] 양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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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26   |  발행일 2019-06-26 제30면   |  수정 2019-06-26
[권현숙의 전통음식이야기] 양파
양파
[권현숙의 전통음식이야기] 양파
전통음식전문가

둥근 불로초라 불리는 양파는 한식, 중식, 양식 등에 약방의 감초처럼 사용되어 음식을 더 맛있게 하는 용도와 동서양을 막론하고 스태미나를 돋우는 채소로 각광을 받아왔다. 양파는 추위에 견디는 힘은 강하지만 영하로 내려가면 잠자듯 성장을 거의 멈춘다. 그리고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듯 춥고 긴 겨울을 보낸다. 따뜻한 봄이 되면 왕성한 성장기를 거쳐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10개월의 긴 시간을 밭에서 자라면서 활용하기에 따라 채소가 되고, 약이 되고, 향미료가 되고, 살균제가 되는 등 다양한 용도와 효능을 가진 양파로 태어난다.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는 중국인들이 심장병 발병률이 낮은 이유는 양파를 많이 먹기 때문이란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워싱턴은 “나는 특별한 음식으로 병을 치료한다. 감기가 걸렸을 때 잠자기 전 뜨거운 양파를 한 개 먹는다”라고 했다. 이것이 미국의 민간요법 중 하나다.

우리가 어렸을 때 감기 몸살이 나면 할머니가 뜨거운 콩나물 국물에 고춧가루를 타서 먹으면 낫는다고 했던 것처럼 서양에서는 양파수프로 감기 몸살과 추위를 떨쳐버린다고 한다. 스위스에서도 양파즙에 꿀을 섞어 만든 ‘허니어니언’, 핀란드에서는 다진 양파를 우유와 함께 끓인 ‘양파우유’ 등이 감기 예방약으로 오랜 세월 애용되어 왔다. 프랑스 관광지인 레알지구의 시장에서도 양파수프가 해장용으로 인기가 많다. 양파 속의 글루타리온 유도체 성분이 간을 해독해주어 숙취 해소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에서는 눈이 작아 고민하는 여성들이 양파를 많이 썰면 눈이 커져 예뻐진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피라미드 건설 때 평균 2.5t이나 되는 돌을 사람 손으로 다듬고, 운반하여 230만개를 높이 137m까지 쌓아올린 피라미드 건설에 기여한 음식이 바로 양파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양파를 먹으면 힘이 생기고, 양파에는 영원한 생명이 들어있다고 믿었다. 기원전 14세기 무렵의 이집트를 통치한 투탕카멘 왕의 무덤에서 양파 화석이 발견되기도 했다.

한의학에서는 양파를 양총으로 부르며 “건위소식(健胃消食) 즉 위를 건강하게 해 소화를 돕고, 이기화담(理氣化痰) 기를 이롭게 해 노폐물을 제거한다”라고 했다. 본초강목에서는 “양파가 오장의 기운을 돌게 해 생기를 돋워준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조선말 무렵 미국과 일본을 통해 도입되었고, 신품종 개발이 성공하면서 재배면적을 점차 넓혀갔다. 무안 양파는 1930년 일본으로 건너간 강동원이라는 사람이 양파종자 1홉과 재배기술서적을 1932년 무안에 사는 숙부 강대관에게 보내와 재배한 것에서 비롯됐다.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 새롭게 등장한 양파즙이 양파 가공품의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올해는 양파농사가 풍작이 되면서 양파값이 폭락하여 특판행사 등을 통하여 대대적인 소비촉진 운동을 벌인다고 한다. 농가의 어려운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양파소비촉진에 적극 동참하고 건강을 챙겨 보는 것이 어떨까.

전통음식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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