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출신 봉준호·이창동·배용균 세계적 감독 반열, 한국 첫 여성감독 박남옥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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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05   |  발행일 2019-07-05 제34면   |  수정 2019-07-05
■ 韓영화 100주년과 대구영화 역사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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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출신의 영화 감독들. 왼쪽부터 봉준호, 이창동, 강우석, 배창호. <영남일보DB>

올해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영화인은 물론 전국민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긴 대구 출신의 봉준호 감독. 이에 앞서 1989년 제42회 스위스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인 황금표범상을 비롯해 감독상, 촬영상, 청년비평가상 등을 수상한 배용균도 대구 출신이다. 화가이기도 했던 배 감독은 대구가톨릭대 서양화과 교수로도 재직했다. 2007년 ‘밀양’이란 영화로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겨줬던 이창동 감독도 대구가 고향이다. 이외에도 대구에서 영화가 제작되기 시작했던 1930년대부터 활동했던 감독 중에 대구와 경북에서 태어난 이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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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감독의 ‘밀양’ 포스터.

한국영화를 세계에 알린 감독들
칸 봉준호, 로카르노 배용균, 베니스 이창동
작품성과 흥행, 신선한 바람 일으키며 존재감


봉준호 감독은 그의 일곱번째 작품 ‘기생충’으로 세계에 그의 이름을 알린 것은 물론 한국영화의 위상을 한단계 높이는 계기를 만들었다. 봉 감독은 1969년 대구에서 태어나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수료한 뒤 첫 영화 ‘플란다스의 개’(2000)로 해외에서 호평을 받았다. 홍콩영화제 국제영화비평가상과 뮌헨영화제 신인감독상을 받은 것이다. 두 번째 영화 ‘살인의 추억’(2003)은 배우 송강호와 처음 작업한 영화이며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다. 이후 한국적인 블록버스터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으며 천만관객을 불러들인 ‘괴물’(2006), 해외 유명스타들이 출연해 그의 연출력이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준 ‘설국열차’(2013)와 ‘옥자’(2017) 등으로 감독으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잡아갔다.

독립영화감독 장우석은 “봉준호 감독은 스스로를 ‘조금 이상한 장르영화를 만드는 영화감독’이라고 최근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그의 작품들은 기존 장르의 규칙을 비틀고 융합하는 새로운 영화적 문법을 가지면서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담아낸다”고 설명했다.

대구 출신의 감독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가 배용균 감독이다. 배용균프로덕션에서 제작한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은 깊은 산중의 절에서 젊은 수도승과 노스님·동자승이 속세의 번뇌와 오묘한 진리 속에서 벌이는 구도과정을 그린 영화이다. 1989년 칸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영화’ 부문에 선정되었고, 스위스 로카르노영화제에서도 많은 상을 받았다. 제작자인 배용균이 감독, 촬영, 조명, 편집 등 주요과정을 혼자 처리해 한국 영화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던 작품이다.

한국영화를 해외에 널리 알린 대표적 감독인 이창동은 1980년대에 소설가로 왕성히 활동하다가 1990년대에 충무로로 건너와 마흔 살이 넘은 나이에 영화감독이 된 특이한 이력의 감독이다. 1997년 영화 ‘초록물고기’로 데뷔했으나 흥행에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고 2000년 ‘박하사탕’으로 그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세번째 영화 ‘오아시스’(2002)로 베니스국제영화제 특별감독상을 받기도 했다. 2018년 개봉한 ‘버닝’은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해 기대를 모았으며, 국제영화비평가연맹(FIPRESCI)상과 벌칸상(신점희 미술감독)을 수상했다.


한국영화사를 만든 영화인들
배우·감독·국회의원까지 ‘영원한 스타 신성일’
배창호·강우석·김지훈 등 지역출신 감독 활약


일제강점기 때부터 활동했던 이규환 감독은 영화 ‘임자없는 나룻배’의 각본을 집필하고 제작 및 감독하여 일제시대에 압박받는 민족의 애환을 영화로 과감하게 보여줬다. 이 영화에는 당시 조선 최고의 배우이자 감독으로 명성이 높았던 나운규를 주인공으로 출연시켰다.

테너, 피아니스트로도 활동했던 조긍하 감독은 1957년 황진이로 데뷔 후 33편의 영화를 연출했다. 대표작으로신영균의 데뷔작품 ‘과부’(1960), ‘아카시아 꽃잎필 때’(1962), ‘상해임시정부’(1968) 등이 있다.

한국영화계의 영원한 스타였던 신성일은 배우만이 아니라 감독, 국회의원까지 두루 거친 지역의 대표적 영화인이다. 그는 고향에서 노후를 보내며 지역민과 많은 소통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이외에 ‘깊고 푸른밤’(1985), ‘기쁜 우리 젊은 날’(1987) 등의 배창호 감독, ‘화려한 휴가’(2007), ‘타워’(2012) 등의 김지훈 감독, ‘실미도’(2003), ‘공공의 적’(2002) 등의 강우석 감독도 지역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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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여성영화 감독인 박남옥. <대구여성가족재단의 ‘대구여성에 반하다!’ 제공>

첫 여성감독 박남옥
전쟁 폐허속 욕망·갈등 그린 1955년작‘미망인’
파격적 내용·여성감독 편견 4일만에 막 내려


“죽을 고비를 넘기고 영화를 만들었다. 목숨이 둘이고 셋이면 또 한다. 목숨이 하나니 끝났지.” 박남옥의 이 말은 영화에 대한 열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술학도, 육상선수였던 그가 남성중심적인 영화현장에 뛰어들어 갖은 차별과 어려움을 이겨내며 영화를 만들었다. 1955년 영화 ‘미망인’은 그가 만든 유일한 영화로, 전쟁의 폐허를 배경으로 전쟁 미망인의 욕망과 갈등을 그려냈다.

책을 많이 읽고 글쓰기에 재능을 가진 데다 미술과 영화에 대한 관심이 컸던 그는 지역의 일간지 기자가 되어 신문의 영화란을 맡으면서 영화에 대한 열정을 키워갔다. 본격적인 영화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1946년 서울로 올라간다. 조선영화촬영소에서 일하면서 버려진 필름을 편집해 남몰래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아이를 업고 연신 ‘레디 고’를 외치며 우여곡절 끝에 만든 영화 ‘미망인’은 서울중앙극장에서 개봉됐지만 안타깝게도 4일 만에 막을 내렸다. 영화의 내용이 파격적인 데다 여성감독이 만든 영화에 대한 편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던 전쟁 미망인을 소재로 여성의 갈등과 욕망을 과감하면서도 절제있게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평론가와 관객들 사이에 화제를 불러모으기도 했다.

이후 ‘시네마팬’이라는 월간 영화잡지를 창간해 해외영화제를 취재하는 등 영화계를 떠나지 않았으나 아버지의 권유로 둘째 형부의 회사인 동아출판사에 입사하면서 결국 영화계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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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영 감독이 연출해 지난해 개봉한 영화 ‘수성못’ 포스터.

대구서 활동중인 독립영화 감독들
최창환·유지영·고현석·김은영·김현정·장병기
독립·단편 영화제 등서 작품 두각 왕성한 활동


대구에서 삶의 터전을 잡고 좋은 영화를 선보여 주목받고 있는 독립영화 감독들이 있다.

최창환 감독은 제34회 서울독립영화제 경쟁작인 ‘호명인생’(2008)을 비롯해 제17회 인디포럼 초청작인 ‘그림자도 없다’(2011), ‘내가 사는 세상’(2018), ‘파도를 걷는 소년’(2019) 등을 만들었다. 유지영 감독은 ‘고백’(2011)으로 제12회 전주국제영화제 감독상, ‘어느날 갑자기’(2014)로 제13회 미쟝센단편영화제 미쟝센상 등을 수상했다. 대구를 소재로 한 ‘수성못’도 연출, 지난해 4월 개봉했다.

고현석 감독도 수상경력이 화려한 감독이다. ‘봄, 봄’(2014)으로 제15회 대구단편영화제 경쟁작에 이름을 올려 애플시네마 우수상, ‘물 속에서 숨 쉬는 법’(2017)으로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를 수상했다.

김은영 감독은 ‘소녀의 방’(2011), ‘고추가 사라졌다’(2013)로 대구단편영화제 경쟁작에 선정됐으며 ‘중고, 폴’(2016)로 제17회 대구단편영화제 애플시네마 대상을 받았다. 이외에도 ‘나만 없는 집’(2017)으로 제16회 미쟝센단편영화제 대상을 받은 김현정, ‘맥북이면 다 되지요’(2017)로 제15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국내경쟁 대상을 수상한 장병기, 제18회 대구단편영화제 경쟁작으로 선정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2017)을 연출한 황영 감독도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 도움말 = 사회적협동조합 대구경북영화영상, 대구단편영화제집행위원회, 책 ‘길을 만든 경북여성’(경북여성정책개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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