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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분야에서 저마다 특별한 계기로 이순신을 만난 18명의 필자들이 나름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낸 '이순신을 만나다'(책 익는 마을)가 신간으로 나왔다. 이순신 포럼 10주년을 맞아 기획된 이 책은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이순신의 또 다른 면모와 그가 남긴 빛나는 유산을 어떻게 우리 삶에 적용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나의 삶은 이순신을 만나기 전과 후로 나뉜다." 이 책의 필자들 18인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이순신의 무엇이 필자들의 삶을 근본부터 바꿔놓은 걸까. 이 책을 기획한 이부경 이순신 포럼 이사장은 발간사를 통해 "남은 12척의 배로 130여 척의 배를 대적하는 대목에서는 아연했다. 어찌 계란으로 바위를 치려나 싶었다. 그런데 출전에 임한 그의 짧은 연설이 가슴을 온통 흔들어놓았다.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한 번의 실패로 주눅 든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장졸들을 독려하는 이순신의 호령이 다 내게 치는 호통으로 들렸다. 정신이 아뜩해지는가 하면 가슴이 두방망이질 쳤다. 아, 저분이 뉘기에 주저앉은 나를 단박에 일으켜 세우는가 싶어 그 후로 내 관심은 온통 그분에게 쏠렸다. '난중일기'를 시작으로 그분 관련 자료를 죄 찾아 읽는 가운데 순례하듯 전적지를 답사했다룖고 적었다.
본문에는 '경제 전문가' 이순신의 이야기도 다뤄진다. 세금 전문가 문점식은 '역사 속 세금 이야기'를 저술한 공인회계사다. 그는 중앙정부의 군수지원이 전무한 상황에서 '이순신은 어떻게 막대한 전쟁 물자를 조달했을까'에 주목해 이를 조사·연구하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사실들을 밝혀냈다. 이순신이 당시 조세의 체계와 운용에 정통한 식견으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지속가능한 군비 확보 시스템을 구축한 사실은 놀랍다.
또 '난중일기'를 최초로 완역해 '교감완역 난중일기'를 출간한 노승석은 우리가 그동안 '난중일기'를 얼마나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한다. '난중일기'는 주로 전란 관련 기록이지만 갈피갈피 이순신의 인간적 면모를 보여주는 대목들이 꽤 있다. 그런가 하면 조선왕조문화예술 전문가인 황치석이 풀어놓는 '수군조련도(水軍操練圖) 이야기'에서는 이순신의 수군 조련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을 만나게 된다.
그 밖에도 조각가 김영원의 '해군사관학교, 활을 든 이순신과 만나다!', 한일관계사 전문가 이종각의 '일본인의 가슴에 스며든 영웅 이순신의 면모', 해양문화 전문가 배용현의 '해안누리길에서 만나는 이순신', 프로바둑기사 정수현의 '이순신과 바둑' 이야기 등 책에는 오늘날까지 살아 빛나는 이순신의 정신과 이야기로 가득하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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