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의 서원 세계유산 등재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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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19   |  발행일 2019-07-19 제21면   |  수정 2019-07-19
[기고] 한국의 서원 세계유산 등재에 부쳐

우리나라의 위대한 문화유산인 서원의 가치를 세계가 인정했다. 소수서원(영주)과 도동서원(대구 달성) 등 한국의 서원 9곳이 한국을 넘어 세계인이 함께 가꾸고 보존해야 할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최근 등재됐다. 특히 이들 서원의 절반 이상이 대구경북에 위치해 있어 더욱 기쁘고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서원은 조선시대에 국가가 건립한 성균관이나 향교와는 달리 강학(講學·학문을 닦고 연구함)과 제향(祭享)이 이루어지고, 지역의 교육·문화 중심지로서 그 역할을 담당해왔다. 또 지역(鄕村) 지식인들이 다양한 사회 및 정치활동을 펼쳤던 곳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지역민들의 휴식과 회합을 위한 공간(누마루)을 두기도 했다. 따라서 서원은 그 지역 여론의 중심지, 자치기구로서의 구심체적 역할을 해왔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를 결정한 서원은 오늘날까지 교육과 사회적 관습형태로 지속되고 있는 성리학과 관련된 문화적 전통과 그 역사적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와 진정성 및 완전성을 인정받았다고 여겨진다.

최초의 서원인 백운동서원(이후 소수서원)이 1543년 영주에 세워진 이후 조선 후기쯤엔 전국적으로 900여곳에 이르게 된다. 서원의 증가는 인재를 키우고 선현과 향현을 기리며 유교적 향촌 질서를 유지하고, 시정을 비판하는 사림의 공론을 형성하는 긍정적인 기능도 있었다. 하지만 혈연과 지연·학연·당파 관계 등과 연관되면서 지방양반층의 이익집단화 경향과 서원에 부속된 토지와 노비의 확대로 양민들의 원성을 사는 등의 폐해가 나타났다. 이에 흥선대원군은 1864년 사표(師表)가 될 만한 47개소의 서원만 남기고 모두 철폐(撤廢)한다.

이들 47개의 서원 중에 북한지역에 소재하여 근황을 알 수 없는 11개소와 6·25전쟁으로 소실된 채 방치되어 있는 충렬서원(강원도 김화)과 포충사(강원도 철원)를 제외하면 34개소가 존속하고 있다. 그 가운데 이번에 등재되지 않은 서원은 우리지역에도 옥동서원과 흥암서원(상주)·서악서원(경주)·금오서원(구미) 등 4개소가 있다.

이제 우리는 큰 기쁨과 자랑스러움에 대한 절제와 함께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서원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서원의 통합 보존관리 방안 마련’을 권고했다. 우선 권고사항을 이행하기 위해선 문화재청과 지자체,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전문가들이 협업하는 서원통합보존관리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시설물의 체계적 보존관리와 공동 활용방안 등을 담은 통합관리매뉴얼을 마련하야 한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서원의 철학과 가치를 계승하고, 시대정신에 맞는 서원 수련과 체험 프로그램 마련을 위한 인문학적 접근 노력도 요구된다. 또 6개 광역 지자체에 흩어져 있는 서원마다 지역적 특성은 물론 입신양명을 위한 목적이 강하고 마을에 지어져 공자를 제향한 중국과 달리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우리나라 서원의 특성을 살려야 한다. 이황을 배향하는 도산서원의 주변풍경은 겸재를 비롯한 조선화가들의 작품소재가 되었던 점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그런 다음 이들 세계유산을 활용한 문화콘텐츠의 개발, 석굴암과 불국사, 봉정사와 부석사, 하회마을 등 지역의 다른 세계유산과 연계한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등 지역 관광산업을 키워 나가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의미를 살리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아무쪼록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가치가 소중한 지역 문화브랜드로 자리 잡아가길 기대한다.

한만수 (대구시 시정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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