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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공간이 있는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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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넷뉴스부기자
  • 2019-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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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성<미술작가>
1945년 개봉한 로베르토 로셀리니 감독의 영화 ‘무방비 도시’의 원제목은 ‘Roma, Citta aperta(로마, 열린 도시)’이다.

로마를 점령한 나치군에 대항하는 이탈리아 레지스탕스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이 영화는 흔히 네오 리얼리즘(Neo Realism) 형식의 제 1작품으로 영화사에서 다루어진다. 감독은 종래의 연출 방식인 후구도(後構圖)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 사건이 일어난 공간에서 촬영함으로써 급박했던 당시의 상황을 화면에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었다. 공간으로부터 ‘사실성’을 담보받고 있는 이 오래된 영화는 그래서인지 지금 다시 보아도 전혀 지루하거나 유치하지 않다. 모든 ‘곳’에는 공간이 존재한다. 공기가 없는 곳에도 공간은 있다. 모든 곳에 존재할 수 없는 개체는 그래서 항상 공간에 기대어 있다.

정신활동을 매개체를 통해 시각적으로 표현해 내야 하는 예술활동에서 공간은 이용해야 하는 ‘매체’이자 극복해야 하는 ‘대상’으로 여겨져 왔다. 예술계에서는 1970년대 이후부터 공간이 적극적으로 작업의 한 소재로 다루어지기 시작했는데, 이는 공간을 예술로 ‘채우는’ 기존의 사고에서 벗어나, 공간을 예술작품의 그리고 예술 활동의 한 부분 내지는 전체로 취급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1970년에 제작된 로버트 스미드슨의 ‘나선형 댐(Spiral Jetty)’은 폭 4.6m에 길이가 460m에 이르는 돌과 흙 6천여 t이 사용된 대지 미술(Land Art) 작품이다. 미국 유타 주의 소금 호수(Salt Lake)에 ‘건설’된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환경을 따라 변화하는 자연적 예술의 가능성과 관람객의 예술을 감상하는 ‘능동적’ 태도를 실험했다.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작가 고든 마타 클락은 그러한 스미드슨의 실험정신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클락은 당시 뉴욕의 낙후된 소호(South of Houston)를 실험적 예술가들의 대안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대표적 작가다. 그가 실행한 작업 ‘둘로 쪼개기(Splitting)’는 1974년에 뉴저지 잉글우드에 있는 2층 목조 주택을 반으로 잘라낸 작품이다. 작가는 ‘변화 없는 정적인 건축 환경에 의문을 제기하는 대안 형식’이라고 자신의 작업을 설명하며, ‘시각적 질서의 파괴를 통한 인식의 고양’을 작업의 주된 목적으로 삼았다. 작업을 ‘바라보는’ 방식에서 ‘느끼는’ 방식으로의 전환을 염두한 듯한 이러한 작가의 의도는 작품이 공간과 건축 그리고 환경과 함께 있음을, 그럼으로 ‘종합적 응시’의 필요성을 호소하는 듯하다.

시대와 상황에 의해 변화하는 공간과 함께 예술의 방식 그리고 대상에 대한 인식의 방식도 계속해서 변화한다. ‘본다’라는 방식에 대해 때로 지루함이 느껴진다면 공간을 ‘느껴’ 볼 필요가 있다. 그렇게 바라보는 지점에는 예술가와 건축가 그리고 보는 이의 공간이 함께 어울려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줄지도 모르니 말이다. 박인성<미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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