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의 배터리 양극재 공장을 유치하는 구미형일자리에 첫 단추가 끼워졌다. 지난 25일 경북도·구미시·LG화학은 2021년까지 구미국가 5산단에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양극재 공장을 짓는다는 협약서에 서명을 했다. 1969년 조성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에 빠져있는 구미산단에서 LG화학이라는 대기업 생산공장 유치는 매우 고무적이다. 구미형 일자리는 광주형 일자리와 전혀 다른, 근로자 임금을 깎지 않는 투자촉진형이다. 기업이 투자하면 노동자와 지역민들은 힘을 모아주는 방식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복지·주거·공장부지·세제를 적극 지원하는 지방살리기 신개념 투자유치다. 음극재·분리막·전해액과 함께 배터리의 4대 소재로 불리는 양극재는 배터리 핵심 소재다. 배터리 생산원가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미래도 매우 밝다. 경북과 대구의 새로운 희망을 위해서라도 ‘구미=회색빛 전자공단’을 ‘구미=전기차 배터리 국가공단’으로 반드시 정착시켜야 한다.
구미국가산단은 오는 9월 50주년을 맞는다. 지난 시절에 구미산단은 우리나라 수출산업의 전진기지와 제조업 메카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한 때 ‘지나가던 개도 길가에 떨어진 1천원짜리는 쳐다보지 않는다’는 유행어가 생길 정도였다.
하지만 불과 5~6년 전부터 대한민국 수출경제 메카의 명성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현재 구미산단의 공장 가동률은 절반으로 뚝 떨어진 상태다. 주변상가 공실률은 절반 이하로 추락하면서 한겨울 못지않은 냉기가 흐르고 있다.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양극재 생산공장의 직·간접 고용은 1천명 안팎 수준이다. 한 개의 홈런으로 구미경제를 일으키는 대 역전극 기대에는 다소 미흡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43만 구미시민이 힘을 합치면 대기업 유치도 가능하다는 희망이 생겼기 때문이다. 우리가 LG화학의 구미형 일자리에 남다른 기대를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구미산단 부활·새로운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밑거름으로 충분하다. 여기에다 국가적 관심사인 첨단 소재부품 국산화를 접목시킨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다. 구미산단 재도약에 필요한 소재부품 국산화 신호탄을 하루빨리 쏴야 한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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