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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가톨릭계 학교인 대건중학교를 다니던 딸이 천주교에 입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필자와 아내는 특별한 종교가 없는 데다 신앙생활이 삶을 더 풍요롭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독실한 불교신자인 필자의 어머니 눈치가 보였다. 대학생인 딸은 아직도 가톨릭 신자가 되지 못했다.
가톨릭은 무교(無敎)인 필자에게 왠지 친밀하다. 우리의 전통문화의 일부를 수용하려는 노력이 일단 마음에 든다. 2013년 사상 처음으로 중남미 출신 교황으로 선출된 아르헨티나 태생의 현 프란치스코 교황의 친근함도 한몫했으리라.
교황·추기경·신부·사제·수녀·수도원…. 가톨릭하면 언뜻 생각나는 단어다. 여기에 ‘교황선출 비밀회의’쯤으로 해석할 수 있는 ‘콘클라베(Conclave)’도 있다. 바티칸에 위치한 시스티나 성당의 굴뚝에 흰 연기가 피어오름으로써 새로운 교황이 선출됐음을 알리는 콘클라베. 곁가지로 잠시 이야기한다면, 콘클라베는 ‘열쇠로 잠가버림(locking away)’이라는 의미를 지닌 라틴어 ‘cum clavi’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13세기쯤 열린 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회의에서는 새 교황을 뽑지 못하고 몇년이나 지속되는 일이 다반사였단다. 화가 난 주민들이 교황을 빨리 선출하라고 추기경들을 한 방에 가둬두고 빵과 물만 제공했는데, 이것이 새 교황이 선출될 때까지 추기경들을 방에서 나오지 못하게 하는 콘클라베라는 하나의 전통으로 성립됐다.
‘도서출판 가톨릭 비타꼰 이야기 총서’의 첫번째 ‘마리아 이야기’를 보고, 성모 마리아가 알고 싶었다. 지난해 멕시코를 방문했을 때, 가톨릭의 본고장인 유럽이 아니라 멕시코에 사상 처음으로 성모 마리아의 발현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1531년 12월9일 갈색피부의 아즈텍 여성의 모습을 한 성모 마리아가 멕시코시티 인근의 테페약 언덕에서 인디언 원주민 후안 디에고 앞에 나타났다. 그 곳에는 현재 성모 마리아의 뜻대로 과달루페 성당이 건립되어 있다.
당시 성모 마리아와 예수, 하느님에게 의지하고 사랑과 자비를 배운 유럽인들로 인해 가장 큰 고난과 박해를 받고 있던 사람들이 식민지의 지위에 떨어진 남미사람이었다. 지옥과 같은 삶을 사는 남미사람들의 아픔을 보듬기 위해 성모 마리아가 그들 앞에 나타났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미 인디오의 불편한 삶을 보면서 가톨릭과 성모 마리아에 대해 일자무식인 필자도 성당에서 간절한 기도를 올렸던 기억이 있다.
로마교황청립 마리아전문대학원 마리눔에서 ‘복자 루이지마리아 몬띠의 마리아 영성’으로 마리아론 석사학위를 받은 김광수 신부가 마리아의 탄생과 삶·죽음·승천에 이르기까지를 자세히 알려준다.
두번째 이용훈 주교가 지은 ‘삶에 대한 이야기’에는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자세와 함께 삶의 의미를 되돌아 보는 질문들이 담겨 있다. 종교가 없는 사람이라도 매일매일 되풀이 되는 질문인 ‘삶’에 대해 고민이 있다면 읽어보길 권한다.
최의영 신부가 지은 ‘수도원 이야기’는 제목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쾰른 대성당처럼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성당들과는 달리 금욕의 삶을 사는 수도자들이 모여 인류의 구원에 대한 답을 갈구하는 성스러운 곳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현대에 이르러 개신교의 거대한 교회처럼 커져만 가는 성당이 먹먹해지기에 수도원에 더 끌리는 것이 아닐까. 수도원 같은 소박한 성당도 있다. 브라질의 수도 브라질리아 대성당은 유럽의 거대한 성당과 다르다. 아무런 장식 없는 간소함에서 수도자들이 구원의 답을 찾던 초기 수도원이 오버랩된다.
‘유대인 이야기’는 성서와 그리스도와 뗄 수 없는 민족, 유대인에 대한 소개서다. 유대인과 이스라엘에 대한 평가는 국가와 민족,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그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전영기자 younger@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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