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오너 세프를 찾아서] 대구 커피 브랜드 열전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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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09   |  발행일 2019-08-09 제41면   |  수정 2019-08-09
베이커리커피숍 대세 속, 콘셉트숍‘대구 핸즈커피’ 서울발‘블루보틀’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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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대구에서 태어난 지역 토종 커피브랜드인 핸즈커피. 하락세를 반전하기 위해 2017년 처음 선을 보인 콘셉트숍이 포르테 핸즈커피다. 현재 2개 점이 론칭됐고 사진은 대구 북구 복현동 금호강변에 들어선 천고가 무척 높은 반석점 내부 전경(왼쪽)과 핸즈커피의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인 찹쌀와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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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보틀 한국 2호점인 서울 삼청점 외관 전경. <블루보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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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블루보틀 본사 전경. <블루보틀 제공>



2019년 중반기 베이커리커피숍 줌인


올해도 ‘커피’의 돌풍은 식지 않고 있다. 커피는 약속이나 한 것처럼 빵과 각종 디저트류를 한몸에 안고 동반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게 아니라면 대구 중구 남산동 이병규 커피클럽, 수성구 범물동 커피레드, 방천시장 내 로스터리, 경북대 옆 피터스커피 등처럼 로스팅을 겸한 스페셜티 전문점으로 가는 것도 전혀 승산이 없는 건 아니다. 물론 자기 소유 건물에서 장사할 경우겠지만.

대구는 유달리 ‘창고형 베이커리커피숍’이 대박을 치고 있다. 대표주자는 대충 이렇다. 팔공산 파계사존에 있는 헤이마, 최정산 자락의 오퐁드부아, 도심은 교동시장 근처 슈만앤커피, 남산동 남산제빵소, 대명동 별을 헤다, 우즈(WOO’S) 등이다. 빵을 더 우선시하는 고수파 빵카페도 골목골목마다 숨어 있다. 슈덴, 우니카토, 데일리호스브라운, 달서구 르배, 행운의 시간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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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요리의 신지평을 열고 있는 대구 봉덕동 등산카페 ‘에이스’안에 있는 커피 앤 디저트 카페 ‘예티’의 시그니처 메뉴인 수제 팥빙수.

빵·디저트 갖춘 창고형베이커리커피 대박행진
여름철 프랜차이즈마다 개성 넘치는 빙수대전
높은 자존감으로 꿋꿋한 스타벅스 대구에만 64곳
초반 성장동력 잃은 지역브랜드 다빈치·시애틀
3개 스타일로 특화, 고전 만회‘핸즈커피’ 새지평

서울에 딱 2곳만 낸 외국계 브랜드 ‘블루보틀’
심플한 블루컬러병 로고로 인기‘병다방’불러
NO 와이파이·핸드드립 원칙, 대구상륙 분석중


커피숍마다 빙수 신제품 경쟁

7~8월엔 모든 커피숍이 빙수를 판다.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들도 과일빙수·커피빙수·녹차빙수 등 다양한 재료를 응용해서 만든 신제품을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카페베네 ‘녹차·와인빙수’, 엔제리너스커피 ‘스노 시리즈와 베리빙수’, 탐앤탐스 ‘오곡빙수’, 카페 띠아모의 ‘젤라또빙수’ 등 저마다 개성 넘치는 팥빙수를 내놓고 있다.

예전에는 팥과 우유, 미숫가루 정도만 넣었다. 그런데 2013년 한국 팥빙수 시장에 한 획을 그은 기념비적 빙수가 부산에서 태어났다.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의 한 떡카페에서 우연찮게 태어난 ‘설빙’이다. 설빙은 겨울에도 강세였다.

하지만 상당수 가게는 팥의 물성이 빙수와 따로 놀기 일쑤다. 너무나 인공적인 연유도 식감을 저급하게 만든다. 대다수 팥은 공장표라 너무 달다. 직접 토종 팥을 장만해 수제버전으로 빚어내는 팥빙수점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최근 비교적 괜찮은 수제팥빙수를 발견했다. 남구 봉덕동 고산골 입구 등산카페 에이스 내 숍인숍으로 입점한 ‘예티(YETI)’의 팥빙수다. 산을 좋아하는 요리연구가인 강나윤씨. 그녀는 요즘 팥요리에 푹 빠져 있다. 가장 맛있는 팥을 끓여 내기 위해 부산 등 전국 팥빙수 장인을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그녀는 빙수의 냉기를 제대로 갈무리하기 위해 스테인리스 용기를 사용한다. 대명동 베이커리카페 ‘별을 헤다’에 가면 맛볼 수 있는 1만5천원급의 과일빙수도 나름 인상적이다.

대구·부산 토종커피 반격

지난해 한국 카페(커피숍 포함) 시장 규모는 5조2천440억원으로 세계 3위를 차지했다. 1인당 카페 소비액은 약 11만원, 세계 2위 수준이다. 1999년 서울 이화여대 앞에 핵폭탄 같은 위세로 등장했던 스타벅스. 가맹점도 싫고 신문광고조차 거부한 좀 도도하고 자존감 높은 스타벅스. 그 어떤 대기업도 무너뜨리기 힘든 세계 기호식품의 고유명사로 등극한 것 같다. 스타벅스는 2014년 3월부터 기존 매장과 구별되게 부티크한 분위기의 리저브 음료 판매 매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당시 10개에 불과하던 리저브 매장은 현재 87곳으로 확대됐다. 이 가운데 48개 매장은 리저브 전용 바를 갖추고 있다. 현재 대구 스타벅스는 64개, 부산은 106개 매장을 갖고 있다. 대구 스타벅스 최강자는 수성못 주변에 2개 있다. 한 개는 남쪽 언저리에 리저브 스타일로 앉아 있다. 갑갑하던 그랜드호텔 1층도 스타벅스 리저브가 들어서면서 생기를 띤다.

대구발 대표 커피 브랜드는 커피명가, 다빈치, 시애틀잠못이루는밤, 핸즈커피, 모캄보, 로스팅로보, 브릿지 등으로 정리된다. 이 중 초반기와 달리 다빈치와 시애틀은 성장동력을 많이 잃은 상태다. 반면 2006년 대구은행 본점 근처에서 1호점을 낸 핸즈커피는 중반 고전을 만회하면서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현재 모두 160개 가맹점(중국 20개 포함)을 냈다. 국내의 경우 폐장한 것까지 감안하면 91개 매장이 남았다. 핸즈커피는 살아남기 위해 업장을 3개 스타일(포르테급·아키인급·스탠더드급)로 특화시켰다.

특히 발상의 전환이 탁월한 포르테급은 최고의 건축디자인 감각이 동원된 콘셉트숍으로 현재 2개(월배점과 반석점)가 오픈했다. 워낙 건축감각이 빼어나 작품 같은 커피숍이다. 그래서 광고 없이 입소문이 난 상태다. 월배점은 공장구역에 들어서 주변 아파트촌한테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가 됐다. 특히 공항교와 아양교 사이 강변을 향해 앉아 있는 북구 복현동 반석점도 마찬가지. 지하 1층, 1층, 복2층의 디자인이 확연히 구분돼 미국 뉴욕의 어느 갤러리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천고는 두 점 모두 9m급으로 매우 높다. 통유리창 주변 자리는 강변을 감상하도록 강 방향으로 돌려놓았다. 커피명가가 내민 대구MBC 근처 ‘라핀카’와 비슷한 버전이라 보면 된다. 일찍 스페셜티 커피버전을 론칭한 핸즈의 시그니처 디저트는 ‘찹쌀와플’이다.

참고로 이웃한 부산의 토종 커피브랜드 중 투톱은 5년 전 론칭된 ‘컴포즈(Compose)’로, 100개 가맹점을 냈고, ‘카페051’은 60여개 가맹점을 몰고 있다. 2007년 온천장 지역 작은 테이크아웃 커피 매장으로 시작한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 ‘모모스커피’도 강적이다. 현재까지도 매장은 온천장점과 신세계센텀시티몰점 단 두 곳만 운영하고 있다. 모모스커피 소속 전주연 바리스타는 2019년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WBC) 한국인 최초 우승자다.

블루보틀 언제 대구 오나

하지만 지역적 제약이 있는 기존 소주업계처럼 토종 커피도 다른 도시로 치고들어가 살아남을 확률은 매우 적은 게 현실이다.

아무튼 이런 가운데 커피족들의 관심이 과도하게 몰리고 있는 외국계 커피브랜드가 있다. 바로 ‘블루보틀(Blue bottle)’이다. 앙증맞으면서도 심플한 블루 컬러병 모양의 로고가 인기라서 일명 ‘병다방’으로도 불린다. 지난 5월2일 서울 성수동 뚝섬역 인근에 지하 1층~지상 4층 적벽돌조 1호점이 오픈하자,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1천705명이 다녀갔다. 7월에는 국립현대미술관 맞은편에 하얀색 2호점 삼청점을 냈다. 국내에는 딱 두 개만 있다. 요즘 소비자 변덕이 워낙 심해 아직 성공 여부를 예상하기는 시기상조. 직영점을 고수하는 블루보틀코리아 측도 간을 보며 성장잠재력을 다각도로 분석하는 중이다. 그래서 아직 대구에도 상륙 못한 상태.

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 본사를 두고 있는 블루보틀. 2002년 커피광이었던 클라리넷 연주자 제임스 프리먼이 상업적인 커피와 잘못 볶은 원두에 실망해 ‘신선하고 맛있는 커피를 직접 제공하겠다’며 친구의 차고를 빌려 시작했다. 국내 론칭 전 골수파들은 일본으로 가서 그 커피를 먹었다. 블루보틀은 커피만 파는 게 아니다. 1만~3만원대의 에코백과 커피잔, 텀블러는 한정 판매해서 소비자를 더욱 이 공간에 오고 싶게 만들었다.

블루보틀은 고객에게 ‘기다림은 필수’라는 걸 가르친다. 패스트커피인 스타벅스와 달리 여기는 ‘슬로 커피랜드’다. 바텐에 포진한 바리스타가 일일이 핸드드립해 추출한다. 최대 15분 정도 걸린다. 몇 가지 매장운영 원칙이 있다. ‘열공카페’로 안 만들기 위해 ‘NO 와이파이’를 선언했다. 노트북을 펴고 작업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 아예 콘센트조차 벽에 심지 않았다. 앙상한 느낌이 드는 노출콘크리트조의 실내, 그리고 운석처럼 앉은 소파형 의자와 테이블뿐이다. 고독한 현대인이 더 고독해져 더 평화로워지도록 해 주겠단다. 주문을 받을 때도 몇 계단 올라가서 받아 내려오게 한다. 블루보틀 시그니처 메뉴는 ‘뉴올리언스’. 콜드블루 커피에 볶은 치커리, 오가닉 우유, 오가닉 설탕을 넣은 건데 가격은 5천800원. 미국·일본보다 비싸게 책정됐다.

커피는 영원하겠지만 커피숍은 영원하지 않을 것이다. 갈수록 새로운 커피맛이 등장한다. 업주는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 가성비를 내세운 테이크아웃 전용 커피가 여전히 인기지만, 깊은 풍미와 개인 취향을 강하게 반영한 스페셜티커피 수요층도 점차 두터워지고 있다. 블루보틀도 그걸 겨냥했다. 이들이 스타벅스를 추월할 수 있을까. 나도 그게 궁금하다.

스페셜티커피는 미국 스페셜티 커피협회(SCA) 기준에 따라 100점 만점 중 80점 이상을 받은 원두를 사용한 커피를 말한다. 국제적으로 가장 공신력 있는 품평대회인 ‘컵 오브 엑설런스(COE)’의 인증 기준도 통과한 것이다.

아무튼 같이 먹고살 수 있는 ‘윈윈 커피세상’이었으면 좋겠다.

글·사진=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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