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앨리스 죽이기’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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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09   |  발행일 2019-08-09 제42면   |  수정 2019-08-09
감동·충격의 北 여행기…빨갱이·마녀로 몰린 53일간의 여정
20190809

재미동포 신은미씨는 남편과 우연히 떠난 북한여행(2011년 10월~2012년 5월)에서 느낀 감동과 충격을 담은 사사로운 북한 여행기를 쓴다. 이 여행기는 한 인터넷신문에 연재됐고 이후 두 권의 책으로 출간됐다. 책은 출간되자마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평화통일운동에 기여한 사회단체나 언론인 등에 수여하는 통일언론상 특별상까지 수상했다. 남한 사회가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신씨는 2014년 11월 국내의 한 시민단체가 주최한 통일 토크 콘서트 강연을 위해 입국, 서울을 비롯한 전국순회 평화 토크 콘서트를 시작한다. 하지만 서울에서의 첫 콘서트가 끝나자마자 보수단체는 신씨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고발한다.

‘앨리스 죽이기’는 2014년 신씨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강제 출국당하기까지 남한에서 책을 내고 토크 콘서트를 열었던 53일간의 여정을 담았다. 작금의 우리 사회는 촛불시위로 이룬 정권 교체와 함께 남북 관계가 ‘평화의 동반자’로 전환되는 격동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최근 북한이 연일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신형 무기를 시험발사하고 있지만, 2018년 4월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지난 6월30일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깜짝 회동은 냉랭했던 남북관계에 훈기를 돌게 만들었다. 하지만 불과 5년 전만 해도 이런 일이 있을 것이라고는 누구도 상상하기 어려웠다.


재미동포의 북한 여행기 두권의 책으로 출간 주목
평화 토크콘서트 시작하자 보수단체 시위·종북 논란


영화는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당시 언론의 왜곡 보도, 보수 단체의 시위 소동, 정권이 직접 지목한 ‘종북’ 등 신씨와 관련한 일련의 행보를 담담한 시선으로 포착한다.

영화를 연출한 김상규 감독은 “영화를 만들면서 대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해서 다룰 때 이를 표현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될텐데, 내가 택한 방법은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관객이 판단하게 하는 것이었다”며 “나의 가치판단으로 ‘내가 맞아, 당신은 틀렸어’라는 식의 접근보다는 여러 사실의 조각들을 나열하고 관객이 그것을 충분히 검토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평화’와 ‘적대’라는 양면의 얼굴과 역사를 가진 남과 북의 현 상황 속에서 ‘앨리스 죽이기’는 우리 안의 ‘레드 콤플렉스’에 대한 성찰을 요구한다. ‘국가보안법’이라는 거대 장벽과 ‘반공 이데올로기’라는 올무로 한 개인의 생각과 진심을 ‘종북’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빨갱이’ 혹은 ‘마녀’로 몰아가는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에 대해 이해와 소통의 장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그 과정에서 중립적 시선을 견지해 나가려는 감독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수제 폭탄 테러’ 가해자의 목소리까지 비중 있게 담아냄으로써 관객 저마다의 마음 속 쟁점과 성찰을 일깨우고, 위험하고 불온한 현실의 순간을 명민하게 포착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신씨의 관점에서 전개되는 듯한 이 영화를 불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 판단은 온전히 관객 개개인의 몫이다.

신씨는 시사회 후 가진 화상인터뷰를 통해 “평화의 무드로 반전을 이어가는 역사적인 순간 속에서 아직도 북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 관념, 선입견, 편견들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앨리스 죽이기’는 우리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염원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는 일부 사람만이 원하는 것이 아닌, 한겨레가 염원하는 모두의 꿈이자 희망”이라고 전했다. (장르: 다큐멘터리 등급: 12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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