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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들면 장애 없어지나” 지원축소에 고령장애인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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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민지기자
  • 2019-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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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면 끝나는 활동지원서비스

요양수급자로 전환돼 혜택 1/4로

등급외판정시 유지 가능…쉽지않아

‘기존사업 배치’이유 보완책도 불가

“연령제한 폐지하고 선택하게 해야”

지체장애 1급 중증장애인 박명애 장애인지역공동체(대구시 동구 신천동) 대표는 내년 1월7일이면 만 65세가 된다. 그는 두살 때 소아마비에 걸려 지난 세월 걷지 못한 채 살아왔다. 박 대표는 2007년에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제도화를 위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23일간 단식 농성을 한 적이 있는데, 그 해부터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가 시작됐다.

이 서비스는 ‘장애인 활동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신체적·정신적 장애 등의 이유로 혼자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활동지원급여를 제공해 활동보조와 방문 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사회가 장애인의 자립 생활과 사회 참여를 돕고, 그를 돌봐야 하는 가족의 부담을 줄여줘 장애인과 그 가족의 삶의 질 향상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박 대표의 어머니는 제도가 만들어지자 “이제야 편히 눈 감을 수 있을 것 같다”라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박 대표도 “나로 인해 고생하셨고 늘 걱정뿐이던 어머니가 가시는 길은 편히 가실 수 있게, 사회구성원의 일원으로서 당당히 살아가려 했다”고 말했다. 현재 박 대표는 한달에 480시간 정도의 서비스를 받고 있다. 하지만 박 대표는 5개월 뒤면 더 이상 이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

◆장애인 활동지원에 관한 법률의 한계

이 제도 시행시 신청 자격을 만 6~65세로 연령제한을 뒀기 때문이다. 현재 이 제도는 장애인이 만 65세가 되면 그 다음달까지만 적용 받을 수 있고, 이후 ‘등급 외 판정’을 받지 못하는 이들은 모두 노인장기요양급여 수급자로 전환된다. 최대 월 480시간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에 비해 노인장기요양서비스는 최대 월 108시간까지만 지원받을 수 있다. 국가로부터 하루 단위로 최대 16시간 이상 지원을 받다,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최대 3~4시간 정도의 지원만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박 대표도 내년 만 65세가 되면 노인장기요양서비스 대상자로 전환돼 하루 4시간 서비스를 받게 된다. 그는 막막함을 호소하며 “이 제도로 인해 12년여간 삶의 반경도 넓어졌고 인간답게 살 수 있었다. 하지만 당장 내년이 되면 내 삶이 어디로 흘러갈까 걱정된다”라며 “주위에 같은 처지의 장애인 10여명이 있는데, 이들도 같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보통 기간이 만료되면 요양 시설 등에 입원하게 되는데, 나는 벌써 요양원으로 가고 싶지 않다. 현대판 고려장이 아닌가”라고 항변했다.

이에 지난달 21일 박 대표는 다시 거리로 나섰다.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충정로 사옥에서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제도 보장을 촉구하고 이를 위한 예산확보 등을 요구했다. 박 대표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수급받던 최중증 장애인에게 제도간 형평성을 이유로 ‘노인장기요양’으로 강제 전환시키는 것은 장애인으로서의 특성이 하루아침에 사라져 비장애인이 되는 것과 같다"면서 “만 65세 연령제한은 폐지하고, 장애인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자체, 복지부 반대로 보완책 못내놔

전국 장애인활동지원수급자 중 만 65세 도달자는 2016년 708명에서 2017년 1천79명으로 급증했다. 보건복지부의 지역별 통계가 따로 없는 탓에 대구시의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매년 70명가량이 여기에 해당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지자체가 나서서 보완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복지부가 반대하기 때문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복지부와 협의를 해야 하는데, 그게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라며 “서울시도 지난해 65세 되는 장애인 170명을 대상으로 돌봄서비스 50시간을 제공하겠다며 두번 협의를 했지만, 노인장기요양사업과 배치된다는 이유로 두번 모두 복지부 측이 거부했다. 대구시도 그래서 쉽사리 제도적 보완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등급 외 판정을 받게 된다면 기존에 제공받던 지원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게 대구시의 입장이지만, 문제는 이 판정을 받기가 쉽지 않다.

박 대표는 “등급 외 판정을 내리는 기준이 높고 모호하다. 정작 필요한 사람도 등급 외 판정을 못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준호 대구장애인인권연대 대표는 “활동지원제도는 국민연금공단이,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건강보험공단이 관리하기 때문에 엇박자가 나는 경우도 있고, 건강보험공단 직원의 관점에 따라 수급액수가 다를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건강보험공단 대구북부운영센터 관계자는 “장기요양인정조사 점수에 의해서 등급이 정해진다. 신체·인지·재활·간호처치 등을 통합 계산해 점수가 산정된다”고 해명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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