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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호기자의 LP로드] ‘시카고’ 오준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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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춘호기자
  • 2019-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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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숭배하는 동굴 아지트서 꿈꾸는 ‘블루스문화 1번지 대구’

2017년 오픈된 대구 수성구 ‘시카고’는 타지역에서는 만나기 힘든 블루스 전문 라이브클럽이다.
오준승

유럽의 클래식과 확연히 구별되는 블루스. 서양의 팝과 록 문화, 심지어 재즈도 미국으로 강제이주 된 남부 목화농장 흑인들의 비애스러운 노동요에서 출발했다. 거기서 피어난 블루스는 미국의 풍요가 절정으로 치닫던 1950년대의 로큰롤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한국 젊음은 쉽게 록밴드 문화에 길들여졌다. 신중현과 조용필, 그리고 키보이스, 무당, 산울림, 사랑과평화, 들국화, 부활, 시나위, 백두산…. 하지만 희한하게도 록의 분기점에 오면 극소수 뮤지션은 끝장을 보기 위해 다들 블루스(재즈)로 넘어온다. 그들은 ‘전사’가 된다.

국내 블루스 뮤직에 대해 나름 한 경지를 얘기할 수 있는 뮤지션은 그렇게 많지 않다. 고작 이중산, 한상원, 엄인호, 이정선, 김목경, 찰리정, 사자밴드의 리더 최우준, 박재홍 등이 생각난다. 지역의 경우 지구와 김종락, 곽지원 등이 한 축을 잡고 있다.

동굴 내려가는길 국내외 전설적 뮤지션 사진 도열
클럽 주인이자 연주도 하는‘오준승 밴드’의 리더
열살 때 만난 비비킹, 청소년기 접한 기타의 세계
30代 무렵 결혼·생계 앞에서 점점 멀어져간 블루스

음악에 대한 못다한 꿈, 라이브 클럽 순례로 풀어
2017년 오픈한 연주자 중심 클럽, 150회 공연무대
누구나 무대에 설수 있는 오픈마이크&잼세션데이
클럽 중심 ‘대구블루스페스티벌’ 개최 물밑작업 중


비비킹, 로버트 존스, 에릭 클랩튼 등 전설적 블루스 뮤지션을 비롯해 국내 유명 연주자의 사진을 걸어놓은 대구 수성구 ‘시카고 클럽’ 입구 계단.
‘시카고 클럽’의 바텐드 전경.
‘시카고 클럽’에선 매주 수요일은 오픈 마이크 & 잼세션데이로 원하는 사람은 누구가 무대에 올라 협연할 수 있다. 연주 중인 외국인 교수로 결성된 ‘해피밴드’.
한 시절을 풍미한 록밴드 ‘사랑과 평화’의 리더 기타리스트인 최이철이 모처럼 시카고 무대에서 연주하고 있다.


◆블루스 클럽은 동굴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에서 수성교 방면으로 조금 가다보면 왼쪽에 한미병원이 보이고 바로 옆 건물 지하에 블루스 라이브클럽으로 명명된 ‘시카고’가 있다.

블루스 클럽은 ‘동굴’이다. 햇빛보다 달빛을 숭배하는 패거리들의 아지트. 그들은 스스로 거리로 나가 시위농성 하지 않아도 라이브를 듣는 걸 시대에 대한 저항이라 여긴다. 여기선 건배도 촌스럽다. 혼자 알아서 마신다. 취하기 위해 술을 마시지 않는다. 연주자의 필과 눈높이 대화를 하기 위해 마신다. 밴드가 깔아주는 그날만의 멜로디와 리듬. 그걸 딛고 그날에 딱 맞는 애드리브(즉흥연주)를 뱉어낸다. 그 순간 그 자리에 없으면 절대 감상할 수 없다. 악보에 없는 즉흥적 악상(임프로비제이션)이기 때문에 밴드 멤버들은 물론 단골들도 넋을 잃고 그 선율에 매료된다. 하지만 덜 숙련되고 덜 숙성된 연주자가 무대에 서면 모든 게 경직된다. 무대는 무대, 객석은 객석으로 굳어버린다. 썰렁한 클럽이 되고만다. 뉴욕의 블루노트가 재즈의 성지가 된 것도 연주자와 마니아급 단골이 음악을 사이에 놓고 밀당을 절묘하게 이어오기 때문이다. 비틀스의 가능성도 영국 리버풀 캐번클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클럽은 그 나라 뮤지션의 마지막 보루다.

◆깁슨과 펜터 기타의 향연

시카고란 동굴로 내려간다. 좋은 클럽은 절정의 뮤지션을 액자에 담아두는 걸 좋아한다. 이곳도 이미 고인이 된 전설적 뮤지션은 물론 여기 무대에 선 국내 기량급 연주자의 표정도 빠트리지 않고 도열시켜 준다. 블루스의 전설로 불리는 로버트 존스와 비비킹, 그리고 에릭 클랩튼의 일상이 담긴 액자가 여기저기 걸려 있다.

국내 실력파 블루스맨들은 시카고에 대해 고마워 한다. 일반 통기타 가수에겐 생소한 ‘로다운 30’도 한 블루스한다. 리더 윤병주, 드러머 최병준, 베이시스트 김락건의 포스는 압도적이다. 소울 블루스를 추구하는 곽경묵이 이끄는 소울트레인, 그리고 비틀스트리뷰트밴드로 잘 알려진 표진원 밴드의 사진도 인상적이다.

사진을 훑어본뒤 홀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오준승 사장이 손을 추켜든다. 그는 동굴족의 포스는 아니다. 그냥 성실한 미소를 머금은 직장인 포스다. 조금 야윈 체격, 학구적인 느낌이 감도는 안경을 쓰고 있다. 여느 땐 시카고 클럽 주인이지만 연주 섭외가 들어오면 오준승 밴드(보컬 김우정, 베이스 김경락, 드럼 윤정건)의 리더가 된다. 오는 11월부터 클럽에서 정기연주를 할 계획이다.

무대에 깔아놓은 기타를 일별했다. 펜더 62 리이슈, 깁슨 58 히스토릭, 그리고 전세계 전기기타의 혁명으로 불리는 1951년산 펜더 텔레캐스터(Fender Telecaster)…. 일반인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겠지만 밴드 뮤지션에겐 로망급 기타.

◆초등학교 때 처음 접한 블루스

그는 대구 동촌에서 태어났다. 이모는 피아노를 잘 쳤고 외삼촌은 다락방에서 블루스 듣는 걸 즐겼다. 동촌초등 3학년 때부터 비비킹 음악을 접하게 된다. 팝보다 블루스가 좋았다. 툭하면 외갓집에 가서 음악을 들었다. 그때는 블루스가 뭔지 몰랐다. 마침 AFKN에서 정기적으로 방송한 ‘소울 트레인’이란 프로그램에 흠뻑 빠지게 된다.

중학교 2학년 때 기타를 알게 된다. 대원고 2학년 때 대구공고 친구와 함께 6인조 스쿨밴드 TBSE를 결성한다. 하이웨이스타, 호텔 캘리포니아, 솔저오브 포춘 등 주요 대곡을 카피해 연주했다. 부모는 적극 반대했지만 그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고 있었다.

기타의 끝이 어딘지 알고 싶었다. 대구의 몇몇 기타학원 원장을 만나봤지만 소문과 달리 고수는 아니었다. 다들 흉내만 내고 있었다. 입대해선 육군군악대에 들어간다. 군에 오기 전 김현식 사단에서 기타를 치던 기타리스트가 자기 밑에 들어왔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졸병한테 한수를 청했다. 그의 터치는 자신과 확연히 달랐다. ‘빠다 냄새’가 물씬 풍겼다. 외국 전문 재즈 연주자한테서만 느껴지는 백비트가 확실했다. 그는 군악대와 별대로 편성된 스윙밴드의 일원으로 각종 사단 행사에 동원됐다.

제대를 했지만 대학과 멀어졌다. 기타를 무덤으로 삼고 싶었다. 국내 록스타의 연주를 분석한다. 군에서 배운 기타도 뭔가 부족했다. 그래서 이태원에서 활동하던 전문 외국인 기타리스트한테 3개월간 원포인트 레슨을 받는다. 시간당 5만원이었다. 당시로선 고액이었다. 주1회 상경했다. 사부는 거듭 힘을 빼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왼손으로 기타 지판을 잡는 것보다 오른손 피킹의 중요도가 80% 이상이란 걸 절감하게 된다.

그의 기타에 필이 살아날 때쯤 아내를 만나 결혼한다. 덜컥 아이가 태어나자 그의 일상은 점차 기타보다 밥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간다. 현실과 마주한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대구와 경주를 오가며 나이트클럽 전문 연주가로 활동한다. 잘나가던 ‘영웅시대’의 객원 멤버로 활동했다. 밥벌이 연주는 괴로움이었다. 그래서 김일수가 이끄는 대구팝스오케스트라 기타 주자로 들어간다. 점점 블루스와 멀어진다.

그런 어느 날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만들기 위해 남구 명덕네거리 근처에 대구 록아카데미를 차린다. 원장이 된 것이다. 합주도 하고 실용음악과 진학생을 위한 강좌도 열었다. 이런 버전으론 대구에선 처음이었다. 제자와 호흡을 맞춰 이런저런 행사를 쫓아다녔다. 생계가 먼저였다. 32세 때 음악에서 완전 손을 놓는다. 둘째 아이가 태어난 것이다.

◆수요일은 오픈 마이크

부동산 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상경, 서울 강남 논현동의 한 부동산개발회사에 취직한다. 낮에는 일, 밤에는 음악에 대한 못다한 꿈을 라이브클럽 순례로 풀었다. 우드스톡, 저스트 블루스, 올댓재즈, 재즈스토리, 천년동안도 등 웬만한 재즈클럽은 다 섭렵했다. 2014년 8월까지 기러기아빠가 된다. 자주 블루스 라이브클럽을 꿈꾼다. 지역의 클럽은 라이브클럽이 아니고 ‘오부리클럽’이었다. 손님 비위를 맞추는 또 다른 노래방이었다. 그는 연주자 중심의 클럽을 구축하려 했다.

2017년 3월 오픈해 그동안 150회 공연무대를 만들었다. 매주 수요일은 오픈 마이크 & 잼세션데이로 누구나 무대에 설 수 있다. 지역 외국인 교수로 구성된 ‘해피밴드’도 자주 올라온다. 시내 영어강사인 시페도 트리오를 만들어 노래를 부른다.

최항석과 부기몬스터도 든든한 지원세력이다. 최항석은 후배 블루스 뮤지션으로서 한국 블루스 소사이어티 대표이자 기타리스트. 올해 2회를 맞는 서울 블루스 페스티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주인공.

이젠 편해서 그런지 3대가 함께하는 클럽으로 변하고 있다. 그동안 이중산, 양병집, 최이철, 양병집 등이 지나갔다. 하지만 아직 엄인호, 찰리정, 김목경, 이정선은 다녀가지 못했다. 개런티를 충분히 줄 수 없는 탓도 있다. 블루스 전문이라지만 아직 지역에선 전문 연주자를 찾기 힘들다.

한국블루스소사이어티 대구지부장인 그는 대구에서 블루스페스티벌을 벌이고 싶어한다. 물밑작업 중이란다. 현재 블루스를 전문적으로 하는 산하 협력클럽이 3개(대구 시카고·강릉 러시·인천 뮤즈)가 있다. 오는 10월19일 김목경의 공연이 있다. 수성구 달구벌대로 2354. 010-3047-2747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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