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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와 함께 있는 스웨덴의 ‘라떼 파파’. 라떼파파는 커피를 손에 들고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육아에 적극적인 아빠를 의미하는 말로 남녀 공동 육아 문화가 자리잡은 스웨덴에서 유래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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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돈문 지음/ 사회평론아카데미/ 512쪽/ 2만5천원 |
기자생활을 하는 10년 동안 수입의 상당 부분을 ‘여행’에 썼다. ‘욜로족’이라서가 아니라, 직업이 ‘기자’이기 때문이다.
일년 중 가장 긴 여행은 7~8일 정도의 여름휴가인데, 그 기간에는 비용에 구애받지 말고 선진국 ‘어디든’ 가보자는 나름의 원칙이 있다.
전세계에서 엘리트들이 가장 많이 모여있거나 균형발전이 잘 돼 있거나, 소수자를 존중하고 다양성을 지향하거나, 복지가 기가 막히거나 뭐 그런 곳들 말이다. 그런 곳을 찾아가 ‘최선의 공동체’에 대한 많은 생각들을 했다. 경계를 넘어서니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방향이 보였다.
물론, 어디에도 완벽한 파라다이스는 없고, 나라마다 어두운 점도 있었다. 하지만 배우고 싶고 우리나라에 도입하고 싶은 것도 한가득이었다. 예를 들어, 핀란드와 미국에 갔을 때 적잖은 여성들이 트램이나 버스 운전자로 일하는 것을 보고 좀 놀랐다. 우리나라에는 여전히 남자의 직업, 여자의 직업에 대한 선입견이 남아 있는데, 그곳에선 ‘특별한 케이스, 홍일점, 남성의 영역에 도전하는 여성’ 뭐 그런 수식어 없이 ‘당연하다는 듯’ 여성들이 트램이나 버스 운전을 하고 있었다. 그걸 보면서 우리 사회에 아직 남아있는 ‘성별’이란 보이지 않는 장벽을 어떻게 허물어 버릴 수 있을까 생각했다.
여러 차례 갔던 독일에선 그곳 정치인들의 ‘원칙’에 대한 결벽성, 내가 낸 세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에 관심많은 까칠한 국민들, 합리적인 생필품 가격 등을 인상적으로 봤다. 특히, 인간답고 공정한 삶은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가에 대한 많은 영감들을 그간의 여행을 통해 얻었다. 그 체험들은 기자의 기사에 어떤 식으로든 녹아들 것이다.
‘한국이 제일 살기 좋은 곳인데 무슨 짓이냐’며 반론을 제기하는 지인도 있다. 분명 이 나라에도 꽤 괜찮은 정책이나 시스템이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한국에 대한 평가는 국민이 이 나라 어느 계급, 어떤 포지션에 위치해 있느냐에 따라 너무 다르다. 영화 ‘설국열차’와 ‘기생충’이 탄생한 것이 과연 우연일까. 몇해 전 기자가 쓴 ‘지방분권 시리즈’의 제목이 ‘사는 곳이 계급인 나라’인 것이 과연 우연일까. 법무부 장관 임명 전후의 이 아노미적 상황도 마찬가지다.
최근 발간된 ‘함께 잘사는 나라 스웨덴’(조돈문 지음·사회평론아카데미)이라는 책을 보자 이 책을 쓴 저자의 마음에 공감이 갔다. 대학에서 사회학을 가르치다 최근 정년퇴임한 저자는 사회 양극화와 비정규직, 계급 관계와 노동계급 형성 등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해왔다. 그런 저자가 스웨덴에서 뭔가 ‘번뜩이는 것’을 발견한 것 같다. 우리사회의 가장 곪은 과제인 노동과 자본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서 말이다. 저자는 마냥 잘 먹고 잘 사는 복지국가라는 이미지가 있는 스웨덴에 현미경을 들이댔다. 그리고 ‘맥락적 벤치마킹’을 통해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책에는 ‘노동과 자본, 상생의 길을 찾다’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이 한 문장에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요약돼 있다.
경제, 복지, 사회 정책 등 여러 분야에서 많은 나라의 롤모델이나 연구대상이 되고 있는 북유럽, 그중에서도 스웨덴이라는 나라에 주목했다. 책은 사회적 평등지수, 성별 임금격차, 단체협약 적용률 등 사회적 통합 지수에서 세계 최상위권을 차지하며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로 각인된 스웨덴의 비결을 분석한다.
저자는 스웨덴이 ‘고용보호체계’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실업자 소득보장체계’라는 세가지 정책 요소를 통해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적 통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었다고 소개하며, 우리나라 노동조합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서도 조언한다. ‘함께 잘사는 길’을 택한 스웨덴, 그 모델을 ‘국민이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을 위해 도입하고 싶은 저자의 깊은 바람이 느껴지는 책이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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