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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인 예를란 누르무캄베토프 감독의 ‘말도둑들. 시간의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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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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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미코드 감독의 ‘더 킹: 헨리 5세’. |
올해로 24회째를 맞는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10월3일부터 12일까지 부산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열린다. 초청작은 85개국 299편으로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월드 프리미어는 118편(장편 95편, 단편 23편), 자국 이외에 최초 상영되는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는 27편(장편 26편, 단편 1편)이다. “연초부터 대대적인 조직과 인사, 프로그래밍 개편을 실시한 만큼 재도약의 시기가 될 것”이라는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의 포부처럼 올해의 영화 축제는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영화제서 발굴한 신인감독 작품
개막·폐막작으로 동시에 선정돼
부산 찾는 거장들 신작도 선보여
한국영화 100주년 특별전 ‘눈길’
◆영화의전당 광장에서 축제의 장
해운대 해변에 세워졌던 비프빌리지의 무대가 올해부터 영화의전당 광장으로 이동한다. 지역적으로 분산되었던 행사를 영화의전당으로 집약시키고, 매혹적인 시공간의 경험을 센텀시티 전체로 확장하는 효과를 내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부산국제영화제는 향후 이곳에 조성될 ‘월드시네마 랜드마크’와 ‘영화의전당’ 광장을 연계하여 센텀시티 시대를 새롭게 열어나갈 계획이다.
올해 개막작은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호두나무’로 뉴 커런츠상을 수상한 카자흐스탄 감독 예를란 누르무캄베토프의 ‘말도둑들. 시간의 길’이, 폐막작은 임대형 감독의 신작 ‘윤희에게’가 선정됐다. 임 감독 역시 2016년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로 뉴 커런츠 부문에서 넷팩상을 수상한 바 있다. 뉴 커런츠 출신 감독들이 개막작과 폐막작으로 동시에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그동안 부산국제영화제가 신인 감독을 발굴한 성과라고 할 만하다.
◆아이콘 부문 신설, 선택과 집중
올해는 지역 구분을 뛰어넘어 거장 감독들의 신작을 소개하는 아이콘 부문을 신설해 거장들의 영화에 주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애니메이션 쇼케이스, 씨네키즈 등 작은 섹션은 아시아영화의 창, 월드 시네마 등 큰 섹션으로 통합했다. 전체적으로 다소 방만했던 프로그램을 정리함으로써 선택과 집중의 의미를 배가시켰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부산을 찾은 거장들의 신작이다. 지난해 ‘어느 가족’으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로 부산을 찾았다. 히로카즈 감독이 처음으로 일본을 벗어나 파리를 배경으로 삼은 이 영화는 전설적인 여배우(카트린 드뇌브 분)가 자신의 삶에 대한 회고록을 발간하면서 그와 딸(쥘리에트 비노슈) 사이의 숨은 진실을 그린다.
‘조이 럭 클럽’ ‘스모크’ 등을 만든 웨인 왕 감독은 ‘커밍 홈 어게인’을 들고 왔다. 재미교포 이창래 작가의 자전적인 에세이를 토대로 한 작품으로, 암으로 죽어가는 어머니를 돌보는 아들 이야기를 통해 재미교포 사회의 한 단면을 담는다. 이 영화에는 이문세의 ‘옛사랑’이 삽입됐는데, 왕 감독은 영화 ‘차이니즈 박스’를 찍을 때 이 노래를 들은 추억을 떠올려 이 곡을 선택했다고 한다.
데이비드 미코드 감독 신작 ‘더 킹: 헨리 5세’도 화제작이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주목을 받은 티모테 샬라메가 주연을 맡았다. 또 영국 서민층 이야기를 그린 켄 로치 감독의 신작 ‘쏘리 위 미스드 유’, 자비에 돌란의 ‘마티아스와 막심’, 모흐센 마흐말바프의 ‘마르게와 엄마’,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와스프 네트워크’ 등도 눈여겨 볼 만하다.
◆작품성·대중성 겸비한 오픈 시네마
오픈 시네마는 작품의 완성도와 재미를 모두 만족시키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로 구성됐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로 오스카상에 빛나는 세계적 뮤지션 라흐만이 음악 감독을 맡은 ‘99개의 노래’를 위시해, 미국드라마 ‘콴티코’ 시리즈의 주인공인 프리얀카 초프라와 영화 ‘당갈’의 당찬 소녀 자이라 와심이 출연한 ‘나의 하늘은 핑크빛’, 올해 칸영화제에서 ‘기생충’과 경합을 벌였던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 ‘레미제라블’ 등이 있다.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거머 쥔 ‘마틴 에덴’, 중국에서 약 1천500억의 박스오피스를 기록한 ‘은하보습반’, 배우 조민수와 치타 김은영의 코믹 모험담 ‘초미의 관심사’도 오픈 시네마 선정작들이다.
◆한국영화 100주년 특별전
한국영화사 100년이 되는 해를 맞아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도 마련했다. 정한석 프로그래머는 “100년의 역사 속에서 명실공히 한국영화 정전으로 손꼽혀야 할 영화들을 새로 정리하고 선정하여 알리는 것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중대한 역할 중 하나일 것”이라며 이번 특별전의 취지를 밝혔다. 선정된 작품은 김기영 감독의 ‘하녀’(1960), 유현목 감독의 ‘오발탄’(1961), 이만희 감독의 ‘휴일’(1968) 등 모두 10편이다.
또 다른 특별기획 프로그램으로 ‘응시하기와 기억하기 - 아시아 여성감독 3인전’이 있다. 인도의 디파 메타, 말레이시아의 야스민 아흐마드, 베트남의 트린 민하 등 3명의 여성감독 영화를 조명한다. 아시아에서 여성감독으로 살아온 그들의 삶을 돌아보고 그들의 영화를 통해 아시아 여성영화의 과거, 현재, 미래를 살펴볼 기회이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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