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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성군 공무원 김모씨(43)는 10월 ‘황금연휴’에 아내와 초등학생 두 자녀를 데리고 3박4일간의 제주도 여행을 떠난다. 첫째주 목요일(3일)이 개천절인 덕분에 4일 하루만 연가를 내면, 6일까지 최대 나흘간의 휴가를 얻을 수 있어서다. 김씨는 “마침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도 재량휴업한다고 해서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가기로 했다”며 “태풍이 걱정되긴 하지만 일단은 여행을 계획대로 진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구 달서구 이곡동 성서1차산단에 근무하는 박모씨(57)에게 황금연휴의 여행은 그야말로 남의 나라 이야기다. 맞벌이에 살림도 넉넉지 않은 데다 공휴일에도 일을 해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박씨는 “회사에 휴가계를 내면 황금연휴 기간 쉴 수 있지만 눈치가 보여 그러기 쉽지 않다. 또 비용을 생각하면 주변의 황금연휴가 오히려 가족 눈치를 보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주 중반부터 말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에 ‘휴가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황금연휴 기간에 제18호 태풍 ‘미탁’의 북상에도 대규모 국내외 여행 쇄도가 예상되는 반면, 어떤 이들에겐 ‘그림의 떡’인 것. 특히 대구지역 457개 초·중·고·특수학교의 68.5%가 4일을 재량 휴업일로 정해 나흘간의 ‘황금연휴’를 보내면서 더욱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30일 대구공항과 각 항공사에 따르면 황금연휴 첫날인 3일 오전 대구~제주 노선의 대한항공 티켓은 모두 팔렸다. 오후 출발편도 4시40분 3석, 5시25분 6석, 6시20분 9석 등 여유 좌석이 많지 않다. 같은날 아시아나 항공 제주 노선도 오전 8시35분과 9시30분 티켓 모두 매진됐다. 이어 오후 1시25분 3석, 5시55분 6석으로 매진이 임박했다. 황금연휴 마지막날인 6일 제주~대구노선 비행기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모두 매진됐다. 티웨이항공 등 저가 항공사의 항공편도 매진이 임박했다.
대구 근교 유명 관광단지의 숙박시설도 예약이 완료됐다. 달성군에 있는 호텔 아젤리아(유스호스텔)는 황금연휴 사흘간 70여개의 객실에 300여명이 숙박할 수 있는 객실의 예약이 완료됐다. 달서구 앞산순환로에 있는 달서별빛캠프장도 같은 기간 카라반과 오토캠핑장, 숲속캠핑장, 데크캠핑장 등 숙박시설 예약이 끝났다.
국외여행도 상황은 비슷했다. 3일 티웨이항공의 대구~괌 노선과 돌아오는 6일 괌~대구 노선 모두 매진됐다. 3일 출발하는 대구~오키나와 노선과 3·5일 각각 출발하는 대구~홍콩 노선 항공편 역시 수개월전 티켓 판매가 끝났다.
김영일 티웨이항공 마케팅팀 차장은 “휴일이 낀 황금연휴인 탓에 예약률이 평소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일부 구간의 좌석이 조금 남아 있는데, 여행일이 임박해서는 거의 매진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근무 여건과 경제적 사정 등으로 황금연휴에 가족 여행은커녕 제대로 쉬는 것조차 어려운 사람들도 적지 않다. 유통 등 서비스 관련 업종 종사자들과 자영업자, 근로 조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소기업 근로자 등이다.
달서구 출판산업단지 내 근무하는 최모씨(47)는 “적당한 휴식은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데, 회사에서는 일이 많다는 이유로 황금연휴와 상관없이 정상근무한다는 내용의 공지를 받았다. 사흘간 학교 안가고 집에만 있는 두 아이에게 너무 미안해 일요일에 외식이라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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